아이는 엄마를 통해 세상을 미리 본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밝았던 아이가 2학년이 되면서 어두워지고 걸핏하면 큰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것이었어요. 더구나 청소년 자가 진단 체크에서 자살 충동에 동그라미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담임이었던 저는 어느 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말을 아끼는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느라 노력했습니다.
아빠가 잘 안 들어와요.
엄마가 불행해 보여요.
아무래도 어머니와 상담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오시라고 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아이에게 어찌 보일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술 한잔 사 드리겠다고 전화드렸습니다. 따로 치킨 집에서 만났습니다. 네, 치맥을 했습니다. 고달파하시면 다 들어드리고 위로도 드리려 했습니다.
아이가 가장 불안해하고 불행한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불행한 것 같아서 그것이 가장 슬프다 했습니다. 저 역시 두 딸이 있기에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어머님은 공부도 하시고 자격증도 따셔서 사회활동을 막 시작하던 즈음이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불행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엄마가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안 이후 아이의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성적도 향상되었고 대학 진학도 원하는 곳에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가장 염려했던 것은 역시 엄마의 인생이었습니다. 밝은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아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밝은 이야기로 끝이 나서 보람이 있었던 술자리였습니다. 그때 술은 정말 제가 샀습니다. ^^
부부가 살다 보면 다툴 수도 있고, 헤어지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여곡절 없이 늘 행복함이 지속된다면 다행입니다. 그러나 인생은 복병이 도사리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에 생채기를 냅니다.
아이나 부모나 우리는 인간이니 상처를 입는 것은 당연합니다.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것이 더욱 값진 삶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상처 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웃는 하루였습니다. 오늘 하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