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부 1
"그날 아침 한 염부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소설 서두)
박범신의 <소금>은 두 번째 읽어도 텍스트가 새록새록 마음에 다가온다. 작가는 간결하고 솔직한 문체로 가족에게 단지 '통장'과 같은 역할을 하며 무거운 소금포대를 지고 살아가는 아버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꼭 둘로 나눠야 한다면, 하나는 스스로 가출을 꿈꾸는 아버지, 다른 하나는 처자식들이 가출하기를 꿈꾸는 아버지로 나눌 수 있었다."(150)
소설 <소금>에서 소금의 맛에 대해 가출한 아버지로 대변되는 선명우는 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고 말한다. 달달하기도 하고, 새코롬 하기도 하고, 짭짜름하기도 하고, 쌉싸름하기도 하다. 그러니 그냥 짜기만 한 소금이 아닌 깊은 맛의 소금을 얻기 위해서는 열심히 소금밭을 까 뒤집어서 어둠에 눌린 미생물이 어우러지게 해야 한다.
어디 아버지뿐이랴. 가족원들이 걱정 없이 맘 편히 웃게 하기 위해 누군가는 가족 내에서 희생하게 된다. 그 삶의 무게가 아무리 그를 짓눌러도 참아야 한다.
그러나 꼭 그래야만 하는가? 내 나이 중년의 가장자리에서 친구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
"나에게 나만을 위한 원룸의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소금>은 세상의 아버지 세상의 어머니들이 읽을 때 아주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고 마음이 짠해지는 책이다.
읽고 또 읽어도 다시 읽는 기분이 드는 것이 고전이라고 한다. <소금>은 작가 박범신의 작품 중 은교와 더불어 내게는 고전이다.
2015.12.10. 0:48에 남긴 글.
이 글을 발행하자 그 당시 두 분께서 글을 남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