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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김치

요리 잘하는 친구를 둔 사람

by 루씨

살기 위해서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이 있다. 아주 기본적인 삶의 에너지를 위해 밥 숟가락을 들게 된다.


건강한 삶을 위해 몸에 좋다는 음식을 골라서 섭취하는 경우가 있다. 불량식품은 손에 대지도 않는다. 웰빙 음식을 좋아한다. 혀끝의 맛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을 지닌다.


한편, 지친 영혼을 위해 먹는 사람이 있다. 불량식품이라고 낙인찍힌 것조차 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몸에 좋은 데다 영혼까지 위로하는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음 두 가지 부류 중 어느 편인지 생각해 본다.


1. 본인이 요리를 잘하며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해 즐긴다. 이들은 타인이 자신의 요리를 먹는 것을 기쁘게 바라본다.
2. 요리를 잘하는 절친이나 가족을 둔 사람이다. 자기 요리보다 타인의 요리를 좋아한다.


1번인 사람들은 매우 이타적이고 요리의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2번을 고른 사람은?


나의 경우 2번이다. 행복하게도 요리를 잘하며 타인이 먹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는 이들을 곁에 두었다.


전원주택 제니퍼


우리 제이 클럽은 세 명이다. 그중 한 명인 제니퍼가 일찍 직장을 그만두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할 때 그 친구가 생각난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만이 아니라 줄리아도 그렇다고 한다.


우리들은 거의 매일 전화를 하게 된다. 잘 지내는지 또는 뭐 하고 있는지 묻는다. 친구는 시골 전원주택에 살기 때문에 전화하면 늘 분주하다. 텃밭 일구랴, 꽃 심으랴 백수가 더 바쁘다고 한다. 원래 퇴직한 후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발이 묶였다.


그래서 자수 바느질과 꽃차 만들기를 배우러 다니며 봄철을 맞아 텃밭을 일구고 정원을 손질한다. 어제도 역시 퇴근하면서 전화를 했다.


"뭐해? 나 민들레 김치 맛보고 싶어. 지금 가도 돼?"


특별한 손님이 오거나 다른 약속이 없으면 늘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다.


"밥도 없는데 미리 전화하라니까." 하고 친구가 말했다.


"괜찮아. 그냥 맛만 보려고 그래. 나는 민들레 김치 한 번도 안 먹어봤거든."


친구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드라마에서 처럼 집으로 가던 차의 방향을 휙 돌려 친구 집으로 향했다.


"고구마랑 먹어봐." 하고 친구가 고구마와 딸기를 준다. 햇살이 가득 내려앉은 친구의 다이닝 키친, 식탁 위의 정갈한 음식을 보니 하루의 피로가 모두 풀린다.




맛있게 한 접시의 민들레를 고구마 한 개와 먹었다. 민들레는 다듬기가 무척 까다롭다고 한다. 한주먹 양을 위해 많이 캐야 한다. 뿌리에 있는 심을 빼기 위해 반으로 뿌리를 가르는 손질 등에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정성을 들인 음식이며 특별식이다. 고들빼기 맛과 유사하다. 덜 쓰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께서 고들빼기김치 담으실 때가 생각났다.


쓴 맛을 빼내는 방법으로 물에 고들빼기를 담그고 무거운 돌을 위에 얹은 채 4시간 넘게 그대로 두었다. 그래서 물어보니 민들레는 그 정도로 많이 두지 않는다고 한다. 다듬는 부분에 정성이 많이 들고 정작 담을 때는 만들어 둔 다진 양념(여러 가지의 김치 양념)에 버무리면 끝이라고 했다.


맛있게 먹고 정원의 꽃을 돌아본다. 왼쪽 꽃이 특이해서 물어보니 별목련이라 한다. 오른쪽 주황색 꽃은 뱀무다.

루피너스 꽃씨가 매달리고 또 아래에서 꽃의 새순이 나고 있다.


친구네 꽃들은 양지바른 곳에서 편안하다. 고개를 들 필요도 없이 따사롭게 태양이 고루 비춘다. 가끔 살랑 거리면서 스치는 바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다.


"줄리아가 '꽃씨 몰'이란 곳에서 꽃 산다길래 내 것도 몇 포기 사 달라했어. 지금 막 도착했다고 우리 둘이 오라는데? 와서 저녁밥도 먹고 가래. 너 고구마 한 개 먹었는데 또 밥 먹을 수 있어?" 하고 제니퍼가 말했다.


"그래? 고구마는 간식이지. 하하하. 저녁 늦기는 했네. 밤 되겠다. 얼른 가자." 하고 내가 제니퍼 차에 올랐다.


글을 쓴 이후, 제니퍼 마당에 서부해당화가 피었다. 제니퍼의 카톡 프로필 사진

"그런데 그냥 가기 그렇지? 줄리아가 좋아하는 꽃 사들고 가자." 심어도 심어도 끝이 없을 듯 한 줄리아네 정원을 위해 우리 둘은 누구랄 것도 없이 동의하며 중앙식물원으로 향했다.

줄리아네 집은 대지 900평이라서 펜션 같이 생겼다. 집도 크지만 텃밭과 정원 가꾸기란 끝이 없다. 물론 그녀는 아주 신나서 꽃도 심고 텃밭도 가꾸고 청계도 키운다.


"줄리아가 패랭이 잔디 꽃 살까 생각한다는데 이건 잎이 그렇게 튼튼한 것 같지는 않지?" 하고 제니퍼가 말했다.

"그래? 그럼 이걸로 사 갈까?" 하고 내가 대꾸했다.

"한두 판으로 될 일이 아닐걸? 다른 걸로 사 가자." 제니퍼가 대답했다.


우리는 꽃을 들고 서둘러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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