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전원주택에서
지난 글 <민들레 김치>에 이은 봄의 만찬이다. 친구들의 전원주택에서의 저녁 식사다. 지난 <민들레 김치> 끝 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줄리아의 집은 대지가 900평이다.
정원이 너무나 커서 도대체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정원에 서 있으면 더 놀라기만 한다. 청계 몇 마리 키우고, 텃밭 일구고 넓게 잔디가 있다.
제니퍼 말처럼 큰 꽃나무 위주로 심어야 할 것을 자잘한 야생화를 좋아해서 오늘도 벌여 놓고 있다.
이
모든 일을 퇴근 후에 한다.
“이것만 심고 들어가자.”라고 말하는 줄리아 옆에 얼른 제니퍼가 앉아서 거든다.
출입구 길 쪽에 꽃이 월동하는 것이 아니란다. 화분으로 옮기고 꽃잔디를 심는다고 둘이 앉아 있다.
줄리아가 우리를 이끌고 바로 아랫집 마당에 데려갔다. 미나리와 비슷하다. 친구들이 미나리 아니냐고 하는데, 미나리는 개천에 물이 있는 곳에 있다. 이상하다 여겼는데 '고수'로 판명이 났다.
나는 고수를 정말 좋아한다. 나중에 우리 주택에 꼭 심어야겠다.
줄리아는 빨간 꽃 패랭이가 예쁘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제니퍼는 분홍이 예쁘다고 한다. 우리 셋은 주인 없는 마당에서 패랭이 이야기를 한참 했다.
줄리아의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제니퍼가 한 말이 맞았다. 맨날 김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결국엔 푸짐한 식탁을 차린다더니 그게 사실이었다.
열심히 꽃을 심고 들어 온 줄리아는 그제야 밥을 솥에 안쳤다. 나는 늦어질 듯해서 그냥 쑥전만 먹자 했다. 그런데 무슨 마법사처럼 아주 순식간에 상을 거하게 차린다. 이렇게 손 빠른 주부 처음 봤다.
청계를 키운다고 일전에 나에게도 청계 알을 몇 개 줬다. 쑥에 아까운 청계 알을 2개 툭 깨뜨려 넣는다.
“사진 찍게 뒤집개 좀 치워봐~.”
“얼른 찍어. 너는 다 된 것만 찍지 꼭 지금 찍는다고 그래."
“가만 좀 있어봐. 과정이 있으면 좋지 뭐. 너 참 잘 부친다. 하하하.”
정말 보드랍고, 쑥향이 좋다.
봄동 겉 절이, 줄리아 남편이 봄동 밭을 갈아엎으려 해서 정신없이 위만 땄다고 한다. 봄동 윗부분, 민들레, 고수 몇 잎을 따서 금세 맛있는 겉절이를 만들었다. 고수는 딱 다섯 잎 들어갔는데 향을 내다니 정말 신비한 식물이다. 우리 중 고수 못 먹는 사람 없어 다행이다.
파김치, 역시 줄리아가 재배하여 담은 것이다.
머위 무침, 머위 역시 재배해서 된장 무침한 것이다.
울금 밥, 매일 밥에 조금씩 넣어 먹는다고 한다. 맛도 있고 항암효과도 있단다.
밥을 먹는데 갑자기 강아지가 식탁 아래에서 기어올라 깜짝 놀랐다. 이름은 ‘보리’다. 보리는 장난꾸러기로 온 정원을 헤집고 다닌다. 실컷 심어 놓은 화초를 뜯어먹는 게 일쑤라고 한다. 보리가 그런 순간이면 줄리아는 꼴 보기 싫다고 하면서 밥 먹는데 예뻐 죽겠다고 난리다.
직장을 다니는 줄리아는 퇴근과 동시에 정원 가꾸랴 집안일하랴 정말 바쁘다. 그 와중에 매일 한 개씩 모티브를 뜬다고 한다. 블랭킷을 만드는 중이라니 놀랄 뿐이다.
돌아와서 전화했다.
"그러니까 그 울금 밥 말이야. 강황 하고 울금이 다르대. 울금은 국산이고 차가운 성질이래. 항암효과와 당뇨에 좋다는데 위 안 좋은 사람이 과다 섭취하면 설사의 원인이 된다는데? 하루 권장 섭취량이 10g 미만이래. 너 매일 먹는다면서?" 하고 내가 찾은 자료를 말했다.
그랬더니 오늘 문자가 왔다.
"오늘 밥하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수북하게 해서 재어보니 2g밖에 안되네. ㅋㅋ걱정 안 해도 되겠어. 하루에 1g도 못 먹네."
그것을 어디서 샀냐고 물었더니 글쎄, "어디긴, 내가 기른 거지." 하고 말하는 거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너도 먹어보고 괜찮으면 내가 아는 곳 알려줄게 사 먹어. 우리 집은 먹을 만큼만 해서. 그리고 풀 밥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라고 답한다.
야호~ 울금 얻게 생겼다. 울금 얻으러 갈 때 또 맛있는 채소 반찬들을 먹을 생각을 하니 아주 기분이 날아가려고 한다. 물물교환 해야 하나? 나는 뭘 줄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위의 상차림 설명에서 빠진 것이 두 가지입니다.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 상차림을 다시 보니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