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방황 법칙, 인생 행복 법칙
지인들과 직장 동료들이 지금 아무렇지 않은데 왜 그렇게 머리를 못 살게 하냐고 말한다. 그래서 참고 만다. 그러다 다시 미용실을 가야지 한다. 그러나 거울을 보면 아직은 괜찮은 느낌이다.
주로 이런 루틴에 일주일여를 소요하면 급기야 미용실에 가게 된다.
최근 동네 미용실도 거의 예약제다. 퇴근 후 바로 가기로 했는데 너무 배가 고프다. 아무래도 30분만 늦추면 좋겠다고 전화했다. 원장님이 안된다고 하시니 고픈 배를 움켜쥐고 바로 달려갔다.
미용실 옆 건물의 공사 소음이 심하다. 두 달 동안 공사 소음에 시달렸다고 한다. 원장님은 내 머리에 로프로 말면서 오늘은 페인트를 칠하는지 뭐를 하는지 냄새까지 종일 난다고 하신다.
아무래도 오늘은 일 끝나고
밤맛을 먹어야겠어요
"원장님, 저 그 밤맛이 뭔지 알아요. 맛있지요?"
나는 밤맛 막걸리를 칭하는 말이란 것을 단박에 눈치챘다. 하루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먹을 밤맛이란 밤맛 막걸리 일 확률이 100퍼센트이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알아듣자, 원장님이 메밀전에 한잔 마실지 묻는다. 예약 제니 손님은 내가 마지막이다. 나야 당연히 오케이다. 저녁도 못 먹어서 뱃속에서 꼬르륵거릴 지경이니 말이다.
원장님이 나갔다 오셨다. 한참만에 오셔서 여쭈니 차로 맛집에 다녀오셨다고 하신다. 여직원 한분과 원장님은 안쪽에서 드시고 내 상에 먼저 고추장 비빔 메밀면 한 그릇을 놓으신다.
내가 어떤 상태로 이걸 먹었는지 그림으로 보여줘야 할 것 같다.
바로 이런 상태였다. 원장님과 여직원분은 안쪽에서 나는 마스크 벗고 바로 위 그림의 자세로 잠시 혼자 허겁지겁 먹었다. 허겁지겁이란 표현은 배도 고팠고, 맛있기도 했으며 얼른 마스크를 올려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직원 분이 마스크를 쓰고 오셔서 메밀전 한 접시를 더 권하자 좋다고 또 먹었다.
그런데 아뿔싸, 머리의 로프와 연결된 전기가 나가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먹으려고 고개를 움직인 탓이었나 보다. 그런데 전기가 나가 있는 것은 내 탓이 아니라고 하셨다. 내가 먹는 일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눈치챘을 텐데 어쩔 수 없다.
결국 여직원 분은 집에 가시고 원장님과 단둘이 마스크 쓰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셔터 내리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원장님의 화두는 역시 자식 걱정이시다. 아무래도 교육과 일탈 방황 문제에는 현장 경험과 인생 경험이 많은 내가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요? 아 네~. 혹시 아이가 초미니 스커트에 화장은 진하게 하고 그래요? 혹시 담배까지 피나요?"
내가 콕 집어 맞추는 이유는 대부분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경우 그런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원장님이 딱 맞춘다고 대답하신다.
"혹시 아이가 많이 외롭지 않았을까요? 대부분은 부모님들께서 아이를 홀로 두는 일이 많거나 부부 사이 갈등으로 외로울 때 그러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는데, 막걸리 한잔이 우리를 느슨하게 해 주었기 때문에 더욱 편안했다.
지난 세월 내가 맡은 어떤 아이가 떠 올랐다. 그 해에 하도 여러 아이들에게 시달려서 내가 위궤양이 걸릴 지경이었다. 담배 냄새가 손끝에 절어 있던 그 아이에게 나는 왜 담배를 피우는지 물었다. 자기가 어울리는 아이들이 담배를 피니 어쩔 수 없이 함께 피우게 되었단다. 꼭 그 아이들과 어울려야 되는지 물었다.
그럼 저는 누구랑 놀아요? 다른 애들은 진학한다고 공부하죠. 집안일이며 동생 돌봐야 하죠. 누구하고 이야기하고 놀아요?
그 아이의 집안 이야기도 역시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아이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동생의 아침 등교를 돕느라 매일 지각한다. 물론 10번 중 4번은 본인 탓이지만 모른 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럼 나쁜 행동은 하지 말고, 꼭 피워야 한다면 세 개 피울 것 한 개로라도 줄여봐."라고 말했다. 여러 금연 교육도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난감한 일들이 현장에는 왕왕 일어난다.
사실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보면 부모님이 모두 바쁘시거나(나 역시 한때 자아를 찾는다고 아이들을 방치한 시절이 있다), 아프시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폭력적이거나 등등 여러 이유가 있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 시작 글과 유사하다. 행복은 한가지요, 불행은 여러 모습이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원장님께 이렇게 말했다.
"원장님, 우리가 살면서 모두 방황을 하는 것 같아요. 누구든지 간에요. 저는 나이 들어 결혼 후에 방황해서 힘들었는걸요. 또 저희 둘째는 중학교 때 내내 잘하더니 고등학교 때 공부는 왜 하나로 방황하며 성적도 떨어졌어요. 저희 큰 아이는 대학 때 휴학하면서 인생 고민에 빠진 적도 있고요. 정말 심각했던 것은 차마 제가 언급도 못 하네요.
"인생 방황 법칙이 있다면 인생 행복 법칙도 있는 거 아닐까요? 우리가 힘든 시절이 있었다면 행복한 시절도 있겠지요."하고 인생 조금 더 산 내가 조언을 했다. 아이가 한창때 방황하면 안타깝기는 하지만 엄마나 아빠가 또는 부모님이든 누구든 자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이겨내는 것을 경우가 많다.
인생의 행복 법칙으로 즐거운 나날이 시작되시길 기원하면서 오밤중에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원래 은혜를 잘 갚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커피잔 두 잔 분량의 알밤 막걸리로 따뜻한 대화를 나눈 나는 알밤 막걸리 두 병을 사다 드리고 집에 왔다.
어쩌다가 또 알밤 드시고 싶으신 날
한잔씩 드세요~~! 파이팅!
후기: 지난주 어느 날 일어난 일을 이제야 올립니다.(오늘 밤에 밤맛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밥도 못 먹었습니다. 쑥떡 구워서 길게 한 조각 먹었습니다. 이유는 단독주택 리모델링 때문에 퇴근 후 다녀오느라 저녁을 굶게 된 것입니다. ^^)
구독이 글보다 많아져서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분발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저의 글에 구독으로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거듭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