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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계획대로 안된다 해도

주문과 다르게 온 파벽돌

by 루씨

S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적벽돌에 비둘기색 매지를 넣기로 한 벽의 인테리어 마감 파벽돌 색이 잘못 온 것이다.

내가 주문한 것은 홍고(적색) 파벽돌이다.


그런데 아래 사진처럼 온 것이다.

참 별로인 벽돌색이다.

이럴 바에 벽돌을 하지 않고, 크림 화이트로 벽을 칠하는 게 나을 뻔했을 것 같다. 바로 전날 내가 S 대표에게 전화했었다. 벽돌 대신 크림 화이트 미장이 어떤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미 주문 끝났다도 한다. 풀 죽어서 전화를 내려놓았다. "자꾸 수정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파벽돌에 매지를 흰색으로 넣는다고 한다. 매지 넣고 보면 달리 보일 것이라 하는데 지금은 색이 여러 개 있어서 어지럽다. 매지란 타일 사이, 또는 벽돌 사이를 채우는 재료를 말한다. 그는 자꾸 괜찮다고 나쁘지 않다고 한다.


제 마음에 들어야 괜찮은 거잖아요.

하고 웃으며 대답을 하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때 타일 집에서 타일을 고를 때, 이런 건 누가 하나 했더니 내가 붙인 격이 되었다. 작업이 모두 끝난 후, 마음에 안 들면 크림 화이트로 칠하는 것은 S 대표가 비용 부담한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원하지 않는 컬러가 형성된 셈이다. S 대표도 현장에 없는 사이 붙여진 모양이다. S 대표가 본인이 넘버를 잘못 주문한 듯하다고 말한다. 속이 상하지만 참아야 한다. 그냥 정 맘에 안 들면 크림 화이트로 칠하자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아니 계속 불편한 점은 있지만 어쩌겠는가. 예전 같으면 화를 잔뜩 내고 다 뜯으라고 했을 것이다.


욕실 타일 작업 중이다. 지금은 완벽하게 끝나지 않아서 다소 지저분한 느낌이다. 그래도 타일 선택 색은 무척 마음에 든다. 색 배합이 깔끔하다.


벽의 페인트는 벤자민 무어의 흰구름이다. 역시 냄새도 좋고, 색이 은근 느낌이 있다. 내가 역시 잘 골랐다. 욕실 보니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S 대표가 천정 공사를 깔끔하게 잘해줬다.


담장 문제로 여러 차례 고민 중이다. 어떻게 해야 멋있게 될까. 본래 유리온실로 하면 온실을 담장 역할을 하게끔 가로로 하려고 했다. 계획이 바뀌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나, 담벼락의 안쪽 방향으로 썬룸을 만든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담장이 적어도 1.8미터(옆집 담벼락과 높이 같게) 되어야 한다. 유리 지붕을 얹으면 하늘이 보여서 불법은 아니라고 한다. 앞은 터야 한다. 문을 달면 안 된다. 본 건물에서 볼 때 외부가 보이지 않고 사생활이 조금 보장되며 예쁘게 꾸밀 수 있다.

단점은 집의 안쪽이 길 쪽에서 공개되지 않아서 공방으로 하기에 다소 폐쇄적인 느낌이다. 비용도 많이 든다.


둘, 그렇다면 담장을 낮춰보기로 한다. 시멘트 벽돌로 하는 것이 가격이 가장 낮다. 마감은 거칠게 질감을 살리면서 크림 화이트로 통일한다. 본 건물의 차양을 유리로 하는 이유는 건물에 하늘이 보이게 해서 햇볕이 실내로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다. 차량 진입을 위한 문은 넓고 낮게 하도록 한다. 담장 위에 나무 화분을 길쭉하게 남편이 짜 준다고 한다. 작은 꽃들 화분을 담장 위에 배치하면 좋을 듯하다. 남향집이라서 담장이 낮으면 겨울에 해가 종일 앞 쪽 정원에 머물 듯하다.



2021.4.4. 일요일. 하우스 앤 가든.



지난 공방의 꽃들을 하나씩 옮기기 시작했다. 미니 정원에서 지내느라 힘들었던 꽃들이다. 어떤 꽃은 조금 있다가 옮기려고 한다.

한창 무스카리가 피었다. 피고 진 후에 옮기기로 한다.


오늘도 오밤중까지 심고 왔다. 앞쪽에 있던 복수초도 옆으로 옮겼다. 오늘은 복수초 쪽 흙이 좋아서 여러 번 날랐더니 허리가 너무 아프다. 눈도 마구 감긴다.


오는 길에 치킨 한 마리 사 왔다. 남편은 식사를 했다고 한다. 그래도 다리 하나 뜯어 남편에게 갖다 준다. 나머지는 내가 다 먹었다.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자제를 하고 캔 작은 것을 하나만 마신다.


오늘 현장 들러본다면서 봤어요?
내가 묻는다.


응, 그것 벽돌 흰색 덧칠해야겠던데.
남편이 답한다.

그렇죠? S 대표에게 다시 정확하게
말해야겠어요.

S 대표에게 맡긴 공사가 모두 끝나고 나면, 내부 외부 인테리어 나무 마감 부분은 남편이 해 줄 것이다.



8시 다 된 시간에 S 대표에게 문자 했다.


" 아무래도 파벽돌은 마지막에 크림 화이트로 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저히 마음에 안 듭니다. 페인트 경비는 저도 반 부담하겠습니다. 늦은 시간 문자 죄송합니다. 내일 통화하겠습니다."


그분도 항상 최선을 다해 일해주신다.


모르겠다. 그리해서 올 크림 화이트가 되면 더욱

예뻐질지도 모르겠다. 지금 상태보다는 나으리라 여긴다. 긍정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2021.4.5. 식목일에 나무를 심고.








후기글) 브런치 북 <루씨의 꿈꾸는 마당>을 완성한 후 많은 시간이 흐르고 리모델링이 끝났다. 파벽을 어떻게 할지에 많은 고민과 의논 끝에 결국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런데 실내 가구 배치가 모두 끝난 후, 파벽돌의 모습이 시간이 갈수록 매력적이다. 인생 계획한 대로 안 된다 해도 해결책은 있다. 잘못된 것을 살려내는 것도 인테리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의 파벽돌을 그것만 두고 보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공간에 잘 어울린다. 결론적으로는 S 대표의 말대로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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