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다 계획이 있다
정원을 가꾼다는 건 엄청나게 부지런해야 하는 것이며 그 일을 좋아해야 한다.
금요일, 퇴근해서 겨우 몇 그루 심었다. 조명을 설치하지 않아 캄캄해서 작업을 멈추고 돌아왔다.
남편은 일이 모두 끝난 후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했다. 결자해지라 했다. 나무를 미리 사 두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남편에게 나무가 왔다는 것도 말하지 않고 혼자 일을 처리했다.
안다면 함께 심어주고 불도 밝혀줄 것이다. 그런데 나 혼자 일하니 속이 편하다. 내가 심고 싶은 곳에 심는다. 인생이 뭐든 하나 얻으면 하나를 내주어야 한다.
유리온실의 꿈을 접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 힘든 하루였다. 도심지에 유리온실은 내 땅 안에 설치한다고 해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신고제라고도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도 하는데. 신고제가 맞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문제와 겹치면서 고민이 되었다.
내내 고민했는데, 그냥 유리 온실은 하지 않기로 했다. 6평 정도를 하려 했다 접으니 정말 마당 넓은 집이 되었다. 온실이 사라지니 공간 확보가 된 셈이다.
토요일,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비옷을 입어서 완전히 젖지는 않았지만 머리카락에 비가 들이친다.
나무를 심기 위해 먼저 구멍을 넓게 파고 물을 반쯤 채운다.
아무 곳에나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다. 나도 다 계획이 있다.
첫째, 활엽수인지 침엽수인지에 따라 계획한다.
활엽수는 잎이 물들어 낙엽이 질 때까지 아름답고 여름에 그늘을 만든다. 그러나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햇살을 좋아한다. 침엽수는 대부분 추운 북쪽에 심어도 잘 산다. 사철 초록을 보는 것이므로 보기에 좋다. 다만 빛을 계속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햇빛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영역에 심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외부에서 봤을 때 뭔가 정렬이 필요하다. 키가 크고 작고 아름드리가 될 미래를 눈으로 그려보는 것이 좋다. 에메랄드그린을 1미터도 안 되게 심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3년 안에 자라서 달라붙는다. 어떤 작가님 말씀처럼 가느다란 회초리 같은 벚꽃이지만 5년만 자라도 조금 키가 커진다. 10년이 되면 더 많이 자라게 된다. 도심지의 마당에 편백나무 자작나무 등을 심는다면 그런 민폐가 없다.
셋째, 안쪽에서 봤을 때 프레임 밖의 풍경을 생각해 본다. 때로는 불편한 시선을 숨기고 싶을 때 나무가 효과적이다. 창에서 외부를 볼 때 모습을 생각하고 심는 것이 좋다.
넷째, 계절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생각한다. 만약 내내 잎이 지지 않는 침엽수를 남향집의 앞쪽에 심는다면 해를 가린다. 꽃도 마찬가지다. 사계절 피는 꽃, 봄에만 피는 꽃 등등을 고려한다.
그리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 심어야 한다. 그러나 나의 계산이 다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니며 살면서 몇 개월 안에 옮겨 심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나무 이야기는 차후에 또 하기로 한다.
담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여러 각도로 고민한다. 담장이 없으면 사생활 부분이 문제다.
그런데 담장이 높으면 아주 답답하다. 보편적으로 카페 같은 경우 담장을 없애버린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생각만 무성하다. 그래서 이렇게 창 모양처럼 내고 나무 빗살을 넣은 후 사이에 태양광 조명을 넣을까 생각해 본다.
담장에 창 만들까요? (나)
외부인데 굳이 유리를 넣을 필요 있어요? (S 대표)
그래요. 일요일 아침에 만나서 이야기하지요. (나)
옆집의 나무가 예쁘게 길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한다.
안녕, 나 새로 이사 올 루씨인데
너는 라일락이니?
땅을 파서 허리가 욱신거리고 비 맞아서 춥다. 따뜻한 곳에 눕는다.
2021. 4. 3. 토요일.
요즘은 매일 저녁 푹 쓰러져 잔다. 불면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