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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이론과 나비효과

아름다움을 위하여

by 루씨

첫 번째 공간을 찾았다. 동네가 한옥마을에서 가까웠다. 도시지만 시골 같은 분위기에 아쉽지만 두 평 정도 정원을 가꿀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란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니 점점 그 주변에 환경이 나빠지고 범죄의 소굴로까지 번진다는 이론이다. 한전에 전화하여 전봇대 주변을 가꿔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후 가꾸기에 착수했다. 공방의 주변을 예쁘게 꾸몄다. 온갖 낙서가 있던 전봇대에 페인트를 칠하고 단장하니 사람들이 감히 낙서를 못 했으며 광고 전단지를 함부로 붙이지 못했다.


나비 효과(butterfry effect)란 지구 반대편의 나비의 날갯짓이 그 반대편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작업실 앞의 전봇대를 단장하고 담을 허문 후 조금의 빈 땅에 식물을 가꾸고 꽃을 키우기 시작했다. 옆집도 마당을 일구기 시작하고 주변이 점점 예쁘게 변했다.

내가 키운 꽃들


예쁜 꽃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의 마음에 정서적 안정을 주게 된다. 특히 나의 첫 공간은 어르신이 많은 마을에 있는데 노인 분들이 공간 앞을 지나가시면서 꽃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고 하신다. 웃으시면서 좋아하시는 것을 보면 나의 기분도 밝아졌다.


나비의 날갯짓을 크게 만들려면 사회의 구성원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변화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지역사회의 도시환경을 담당하는 시에서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전주시에서 길거리 곳곳에 화단을 설치하고 꽃을 심는 것도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휴일에 한옥마을을 가 보니 쓰레기통이 정리되지 않은 채 산더미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어느 신문 기사에 의하면 휴일엔 일 할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다고 한다.

전주 풍남문의 밤
풍남문 주변을 산책하며


휴일에 쓰레기가 더욱 많아지는 현실이다. 그런데 휴일에 더욱 치우지 않게 된다면 쓰레기 위에 다시 쓰레기를 버리게 될 것이다.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지저분한 도시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



게다가 상점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들도 한몫해서 그야말로 오염과 소음의 도시로 느껴졌다. 버스킹이 아닌 소음을 일으키는 광고의 음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않게 조치를 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용한 곳에서 귀에 거슬린 소리로 떠들 수 없고, 깨끗한 곳에 쓰레기를 마구 버릴 수 없는 인간의 심리를 생각하면 좋겠다. 지저분해지기 전에 먼저 치워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첫 번째 루씨의 꿈의 공간에서>


글을 쓴 이후로 민원 쪽도 알아보고 마실 나가서 살펴보니, 주말에도 청소를 깨끗이 하고 있다. 한옥마을의 쓰레기 문제가 이전보다 훨씬 나아지고 있다. 주말에도 일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작은 실천으로 나 역시 절대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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