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시작은 순조로웠다. 연둣빛 나뭇잎들로 뒤덮인 아름다운 둘레길이다. 호수에 투영된 나무와 강태공이 보였다. 본래 낚시가 허용된 곳은 아니라 들었지만 조용하게 낚싯대를 드리운 풍광은 보기 좋았다. 구이저수지 둘레길은 매거진 <여행하기 좋은 날>에 이미 소개한 바 있다. 호숫가 전체를 돌면 약 3시간~3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호수의 어떤 부분에는 온갖 쓰레기가 밀려와서 볼 수가 없었다. 돌면서 보니까 쓰레기를 건져내시는 분들이 계셨다. 주말인데 일 하시느라 애쓰시는 모습에 "애쓰시네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니, 일하시는 분들의 얼굴에 미소가 돌면서 화답하셨다.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 쓰레기를 버릴까. 자기 쓰레기 자기 호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그래도 완주군에서 맑은 호수를 유지하느라 고민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내가 인사드릴 때마다 일하시는 분들은 조금 의외의 인사를 받으시는 표정이셨다. 웃음을 나누니 참으로 행복하다.
그런데 기분 좋은 운동이 점차 힘든 상태가 되었다. 호수에 불청객이 나타났다.
처음에 작게 시작되던 이상한 모터 소리가 점차 굉음으로 저수지를 울렸다. 조용한 호수에 살던 물고기들이 놀라자 빠질 만큼 요란했다. 사진으로 소리가 들리지 않아 다행이다.
혹시 보이는지 모르겠다. 자그마한 이상한 물체가 물살을 가르며 왼쪽에서 등장하는 모습이다.
정말이지 사진은 굉음이 들리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소형 장난감 모터보트다. 이게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대가 굉음을 울리며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본인들은 재밌을 것 같았다. 만약 소음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보는 사람도 조금은 쾌감을 느낄 만큼 쾌속 질주를 하고 있다. 질주 게임과 같은 느낌이다.
기분 좋은 그림 같은 정경에 먹칠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위들을 보니 화가 무럭무럭 났다. 어쩌겠는가 내 귀를 막는 수밖에 없다. 완주군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여긴다.
첫째 이유는 소음 문제다. 큰 모터보트의 묵직한 소리가 몇천 배 낫다.
둘째 이유는 오일을 사용하여 저수지의 환경을 더럽힌다.
대체 누가 왜 저렇게 날카롭고 요란하게 무엇을 하는 것일까. 조용히 길을 걷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뻔하다. 무슨무슨 동호회나 될 것이다.
참 이상하다. 후각은 금세 마비되는데, 청각은 그렇지 않다. 소음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지속하기 어려운 원인이다.
참으로 인간이란 사물을 어지럽히는 존재가 아닌가. 씁쓸함을 달랠 길 없는 둘레길 산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