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울금 막걸리와 파전
적벽강 유채꽃밭을 나와 내소사로 향한다. 내소사 들어가는 길은 평탄하다. 15분 정도면 절이 나타난다.
들어가는 길에 군밤을 사서 입안에 오물거리며 걷는다. 그때 마곡사 공주 밤보다는 맛이 덜하지만 그래도 달달하고 고소하다.
비 온 뒤 하늘이 청명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주말 날씨가 맑음이다.
길 양옆의 벚꽃 나무들이 꽃잎을 떨어뜨린 후 연둣빛 새싹을 내놓았다. 꽃 잔치가 끝났지만 새로운 탄생의 시작을 알린다. 다양한 나무의 연둣빛은 순수하고 말간 아기 볼 같다.
숲길을 걷노라니 온 세상이 연둣빛이 된다. 절 내부로 가면 천년도 더 된 느티나무가 경이롭게 뿌리를 뻗어 지탱하고 있다. 화엄사에 갔다 온 사람이라면 두 절이 얼마만큼 대조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초입부터 경험한다. 각자 나름의 분위기가 있지만 내소사만의 수수함이 마음을 끈다.
절을 나오니 즐비한 음식점들 앞에서 아주머니들께서 서로 들어오라고 하신다. 들어오라는 곳은 어쩐지 스치게 된다. 맨 아래까지 내려왔다. 절에서는 마지막 집이자 들어가는 사람으로는 초입의 집은 정원이 넓고 외부에 듬성듬성 테이블을 배치했다. 코로나 시대에 안성맞춤 음식점이다.
전을 부치는 모습을 보니 오징어가 꽤 많이 들어있다. 아주머님도 상냥하시다.
흠, 그래. 바로 이 집이 맛있겠군.
막걸리하고 파전이요~
테이블에 앉아 주문한다.
울금 막걸리를 가져오셨다. 색이 참 곱다.
"제가 이거 주문했나요?" 하고 물었다.
"아니요, 대부분 손님들이 이것을 마셔서요."라고 나르는 분이 대답하신다.
어, 이거 맛있는데. 요즘 울금 밥, 울금 막걸리 등으로 눈과 입이 호강한다.
절에 가면 초입의 음식에 정신이 팔린다. 절에 갔다가 나올 때 무엇을 먹을까 들어갈 때부터 설레며 생각한다.
절 앞에는 유난히 맛있는 산채비빔밥 집이나 전과 막걸리 집이 즐비하다. 절은 절, 음식은 음식이다. 맛있는 하루였다.
바다와 산과 절을 보았으니 내일은 호수 둘레길을 한번 걸어봐야겠다. 주말엔 역시 나들이가 제 맛이다. 친구가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