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하자고요
"여보."
"뭐?"
"저 사람들 뜰 왜 파는 거예요?"
사라 펜은 남편에게 마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체 무엇을 하는지 묻는다. 남편은 가족이 사는 공간은 변변찮은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창고를 늘리며 말을 사서 채운다. 가족이 말보다 못한 상황이다. 더구나 마당에서 뜰을 파고 있는 사람들이 왜 그러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상의는커녕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이는 모든 집안 대소사의 권력이 남편에게 향해 있음을 알게 한다.
곧 결혼을 앞둔 딸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아버지가 진짜 또 창고를 짓는다고 했어요?”
“아버지 말은 그래.”(10)
참다못한 사라 펜은 남편에게 말한다.
여태 난 불평 한번 한적 없어요. 무려 사십 년을 그저 당신 말만 따랐죠. 그런데 지금이 아니면, 다른 집을 가지지 않으면 아마 앞으로 몇십 년을 더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21)
그리하여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사라 펜의 반란이 시작된다.
짧지만 강렬하다. 작가의 어머니는 평생을 아버지에게 변변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를 지켜보며 자란 작가는 못다 한 어머니의 의견을 대변하는 듯하다.
우리 어머니들의 세대는 소설과 같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롭다. 우리 딸은? 모르겠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이 우리 어머니 세대다. 괜히 불화를 만들면 어쩌나, 그냥 내가 참고 말지, 그러다가 속이 곪아 터져 아프게 된다. 박 터지게 다툰 부부가 아무런 말이 없이 사는 부부보다 더 즐거운 노년을 맞는 것을 주변에서 본다. 어떤 식이든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대변하는 단편이다.
어느 나라나 한때는 비슷한 가정환경이었음을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