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쉬겠습니다
종소리가 울린다. 순식간에 복도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은 잠시의 해방으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은 10분이다. 한 시간이 끝나면 어김없이 쉬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겨우 화장실 다녀오면 쉬는 시간이 지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짧은 황금 시간 동안 남학생들은 공을 날려보기도 한다.
교사들도 쉬는 시간이 있다. 쉬는 종이 울리고 10분의 휴식시간에 학생과 마찬가지로 교사 역시 쉬는 것은 아니다. 쉬는 시간에 찾아오는 학생들의 상담 또는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온종일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과는 다르게 교사들에게는 빈 시간이 있다. 물론 교재 연구다 뭐다 바쁘지만 최소한의 쉬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경우는 점심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쉬는 시간이라고는 점심시간과 고작 화장실 가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주부에게 쉬는 시간은 온종일이 될 수도 정반대가 될 수도 있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도 없으며 고객응대에 따른 정해진 시간이 없다. 문제는 쉬려고 하면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온종일 동동거리다 보면 저녁 식사를 차려야 하는 시간이 된다.
쉬는 시간의 주체가 나 자신일 때 비로소 쉬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지금부터 조금 쉬겠습니다.
만약 SNS에 이런 글을 쓴다면 자신이 하던 활동을 잠시 올 스톱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쉬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이를 두고 정체기, 또는 슬럼프라고도 표현한다. 이는 자의에 의한 표현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있고 싶지만 함께 하고 싶은 양면의 본능을 지녔다.
그래서 쉬고 싶은 마음과 활동을 유지하고 싶은 두 가지 본능으로 오늘을 산다.
휴가를 얻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밀린 드라마 보기 또는 미드 한편 끝내기다. 우선 그렇게 멍하니 하루 정도를 보낸 후에 집을 보면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공방이나 가야겠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차려입는다.
공방은 또 어떠한가. 이제 비가 내리지 않으니 물을 매일 줘야 한다. 잔디도 깎아야 한다. 풀도 캐야 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3시간이 넘도록 일을 했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목이 너무 말라서 우선 물 한 통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시원하게 샤워를 한다. 세탁기를 돌린다. 태양이 이글거린다. 옷을 밖에 널어 말린다. 목이 아직도 너무 탄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맥주다. 아, 조금 나아진다. 살 것 같다.
<루씨의 아침>에는 저의 작품을 주로 올리려고 했으나 저의 작품 및 공방에서의 일상에 대한 매거진으로 합니다. 공방의 이름을 <모닝>에서 <루씨의 아침>으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
역시 '아침'이란 글자가 마음에 쏙 듭니다. 공방 주변 이야기 또는 공방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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