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깍지를 빼고 봐도
취준생 둘째 딸이 서울에서 이틀 쉰다고 내려왔다. 빨리 올라가야 하는 이유가 공부 때문은 아닌 듯하다. 고양이 '달프'를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 달깍지를 빼고 봐도 달프는 너무 예쁘기만 해. 언니랑 둘이 맨날 우리 달프는 왜 이렇게 이쁜지 모르겠다고 말한다니까." - 딸
"달깍지가 뭔데" - 나
"콩깍지 할 때 그 달깍지." - 딸
"참내, 난 또. 달프가 눈은 예쁘지." -나
"아니야, 다~ 예뻐! 이거 봐봐." - 딸
그러면서 사진을 보여주고 동영상을 보여주고 난리다. 우리 둘이 심각한 이야기 할 시간을 줄이고 달프로 화제를 나누니 서로 정신건강에 좋다.
길냥이 신세를 면한 달프는 딸의 지극 정성으로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나는 처음엔 무서워서 잠을 못 이뤘다. 호기심 많은 달프가 내 머리 주변에서 킁킁거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귀여워서 만지고 싶지만
귀찮다고 도망간다.
공부 방해를 적극적으로 하고서는 책 덮고 만지려고 하면 저만치 가 버린단다.
성격 분류를 할 때 반려동물 중에 '고양이 과'인지 '강아지 과'인지 분류하는 농담을 할 때가 있었다.
지인들은 나에게 확실히 강아지과라고 했다. 흠... 나는 고양이 과는 아니었다. 꼬리 치고 바로 놀고 싶어 안달인 성격이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 사이에 있을 때 에너지를 얻었다. 지금은 중간 성격인 듯하다. 혼자 놀기도 잘하고 여럿이 있을 때도 좋다.
우리 달프 같은 애라면 나도 고양이를 집에 들이고 싶다. 확실히 달프는 어릴 때부터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강아지를 키울 것이다. 나와 인연이 될 강아지를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친구네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마당에서 함께 논다. 부럽다.
한참 달퐁(달프) 이야기를 하다가 딸은 잠이 들었다. 잠이 든 모습이 참 예쁘다. 나는 딸깍지를 빼고 봐도 딸이 예쁘다.
고양이 이름 : 간달프.
-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인물) 한때 고양이 달프가 카리스마 뿜 뿜 해서 지어준 이름.
- 간(성씨) 달프(이름)
- 달퐁(애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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