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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그 시작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 않기

by 루씨

맨 처음 제목을 ‘소규모 창업자의 고민’에서 다시 ‘소규모 창업자의 길’로 그리고 다시 ‘창업, 그 시작은’으로 고친다. 그만큼 창업이란 단어는 나에게 생소하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들의 실패와 성공에 관해 그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큰 공방을 운영하시는 분, 카페를 접으신 분, 커피를 볶는 분들에게 얻은 정보를 종합해 보았다.


체험 공방의 창업을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간과 자본

둘째, 아이템 개발

셋째, 수용인원 체크

넷째, 가능한 소요시간

다섯째, 수강비 또는 가격 책정

여섯째, 사업 등록 및 마케팅과 홍보


수강생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지, 이 사람이 나를 잘 인도해 줄 것인지, 공간이 마음에 드는지 등에 대해 먼저 관찰하게 될 것이다.


나의 경우 일단 첫 번째는 패스하기로 한다. 인프라가 구축된 상태기 때문이다. 두 번째의 경우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가시화시켜야 한다. 세 번째의 경우 수강생들이 공간에 와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힐링이 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가능한 수용인원에 대해서는 지인이나 기타 공간에 찾아오시는 분들의 조언을 참고하려고 한다. 네 번째의 경우, 수강시간은 다른 공방의 경우를 살펴본다. 또는 작업자와 가르치는 이가 모두 견딜만한 시간으로 정한다. (2시간 정도). 다섯째, 수강비를 받는다는 것은 클라이언트의 마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고객이라면 얼마를 내고 올 것인가를 고려하여 수강비를 책정해야 한다.



아이템 개발/샘플 작업


공간 <루씨의 아침>은 자수와 그림을 주 아이템으로 하기로 했다. 드로잉과 컬러링 수업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해서 이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계획안이 있다. 자수는 평생 가르쳐 왔던 영역이다. 그러나 학생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자수의 샘플을 만들어야 한다. 개인작업과 샘플은 분명 다르다. 평소 내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 남의 작품을 그대로 하는 것이다. 내가 그린 것을 샘플로 놓고 싶다. 내 그림이 천에 프린팅 되어 있는 상태의 것에 수강생이 따라서 수를 놓는다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천에 나의 그림 프린팅을 하는 작업은 무리다. (일단 대량으로 주문해야 해서 경비가 너무 많이 든다.) 여력이 된다면 차후에 작업을 하기로 한다.


그림을 잘 그린다면 수강생 본인이 드로잉 하여 수를 놓으면 된다. 그러나 초보자들을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운영자의 자세라고 본다. 방법을 모색한다.


1. 자수 책이나 기존의 시판되는 패키지를 이용하는 법


자수 책, 인터넷 카페 또는 이미 번창한 공방의 패키지를 사서 수놓아 우선 진열해 놓는 방법이다.


장점- 수강생들이 쉽게 재료를 구매하여 배울 수 있다.

단점- 운영자에게 그리 수익창출이 없다.(실제로 공방 운영은 레슨비 보다 패키지 판매에 수익의 창출이 있다.)


2. 자수 재료 중 수용성 접착 부직포(물에 녹는 종이)를 이용하여 도안 위에 수를 놓는 방법


장점 - 어려운 도안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단점 - 복잡한 자수의 경우 깔끔한 마무리가 잘 안 된다. 완전 기초자의 경우 또는 수를 잘 놓아서 디테일한 작업을 하는 경우는 권장하고 싶지 않다.



도움의 손길


퇴직하기로 마음을 정한 후, 친한 지인이나 동료 및 친구들에게 은퇴 계획을 이야기했다. 자연스럽게 본인들의 미래 계획을 의논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나를 돕고자 한다.


내 주변에는 참으로 감각 있고 능력도 갖춘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내가 초급으로 프랑스 자수의 몇 가지 스티치를 알려준 것이 전부인데, 나중에는 나보다 더 멋있게 수를 놓아 보여주거나 되려 나에게 선물을 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청출어람'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키걸이, 동료의 솜씨.

사실 그들에게는 소질이 있었고 그 소질을 발현시키는 작은 불씨를 제공한 것뿐이다. 감각이 탁월한 친구가 하나 있다. 나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가 되어 준단다. 그리하여 일주일에 한 번 퇴근 후(그녀도 직장인) , 공간에 와서 함께 샘플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녀에게 자수를 알려주면 샘플에 수를 놓는 방식이다. 그녀가 자수를 배울 목적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나를 돕는 작업이다.


샘플 작업하기로 한 첫날이었다. 그녀가 나를 위해 ABC(apple, beet, carrot) 주스와 샌드위치를 싸 왔다. 모두 직접 만들어 온 것이다. 그녀는 일전에 나의 포스트에 등장한 인물이다. 정리와 디스플레이 감각이 정말 뛰어난 친구다.

예쁜 접시에 담아서 찍으라고 하는데 얼른 먹고 싶은 욕심에 그냥 찍었다. 그녀가 싸 온 모습 그대로 보여줄 마음도 있다.

공방에 있는 부엉이 인형을 보더니 배우고 싶다 해서 샘플 작업은 미루고 먼저 인형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부엉이는 엄청나게 쉬운 인형 작업이다. 문제는 솜 찾아야지, 눈에 쓸 부직포 찾아야지, 눈알 찾아야지, 그러다가 시간이 흘렀다. 아직 바느질 부자재 쪽 작업 정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무질서한 창고에서 찾아오느라 힘들었다.


기존에 있던 아기 부엉이 둘과 이번에 만든 엄마 부엉이를 진열하고 사진을 찍었다. 둘이 즐겁게 법석을 떨었다. 엄마는 검은 부직포가 없어서 눈알을 달았더니 더 또렷하여 야무진 엄마가 되었다.

내가 만들었던 도자기 소품들을 동원했다.


결국 우리의 첫날은 부엉이 인형을 만들고 끝났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다. 게다가 너무 재밌었다.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가르침은 늘 행복하다.


마지막에 엄마 부엉이를 놓고 간다 하여 얼른 가져가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공간에 자꾸 뭐가 많아져서 최소한도의 것만 놓아야 한다.



나무 도마


공간에 있는 남편이 만든 나무도마


'안덕 목공소'라고 이름 지은 곳에서 남편이 주말을 이용해서 목공 작업을 한다.(직업이 따로 있다.) 빵 도마/도마/쟁반 도마 등의 작업을 해서 꼭 필요하다고 하는 지인들에게만 판매했다. 갈수록 중국 제품 또는 대량 생산 제품이 판매되어 도마 가격이 낮아졌다고 한다. 작업에 비해 적정 가격을 받기 어려우니, 도마 작업을 거의 하지 않고 테이블 작업이나 개인 작업을 한다.

사진에서 붉은색은 참죽나무이고 나머지는 캄포 나무 도마다.

왼쪽은 느티나무 같다. 느티나무는 단단하다고 알고 있다. 느티 쟁반도마는 너무 정직한 네모 반듯한 형태라서 남편에게 반품했다. (나는 서당개 10년)



공방에 있는 나의 쟁반 도마를 보고 그녀가 주문했다. 그래서 특별히 남편에게 부탁했다. 만들어진 도마를 다른 친구도 사 가게 되어 남편의 도마는 동이 났다.



마린 하우스


'마린 하우스'는 전주 에코시티에 있는 공방이다. 나는 혼자서 옷을 잘 만들지만 전주 여성 일자리 센터(구 여성회관) 또는 이런 개인 공방에서 배울 기회가 있으면 배운다. 옷 만들기를 해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어느 정도 돈이 있으면 그냥 사 입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공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만드는 것 자체가 즐거울 때가 있어서 재단과 재봉을 하게 된다.


'마린 하우스' 쥔장님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녀의 트인 사고 때문이다. 수공예를 하시는 분들의 경우, 대부분 가게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 물론 사람이 등장하게 찍거나 사생활에 관련된 사진을 찍는 것은 불법적인 일이다. 창작자만의 도안을 찍는 것도 불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창작자의 허락이 없는 한)


그러나 이미 책자에 나와 있는 것조차 공유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마린 하우스'는 예외다.


쥔장의 마인드가 나와 잘 맞아서 그곳에서 상당히 많은 재료를 사 왔고 사진도 찍었다. 나에게만 열린 곳이 아니다. 그녀는 이미 여러 사업장을 공유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창업반을 이끈다.


그런 그녀도 나름의 고민이 있다. 이제는 무대가 제법 커진 공방을 운영하다 보니 본인만의 작업에 목말라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아이템보다는 잘 팔릴 아이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인 듯하다.

내가 도자기에 바늘꽂이를 선물했는데 누군가 깨뜨렸다면서 엄청 안타까워하셨다. 나는 그런 그녀가 좋다. 아주 작은 것도 창작자에게 고마워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그녀는 남원 서도역(폐역,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 관사에 놓일 제품들을 만들고 있었다.

나에게 서서히 인스타를 통해 알리기를 권유하고 창업을 위해 어떻게 사업자를 낼 것인지 등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 준 그녀가 고맙다. 아마 또 그녀에게 물을 것이 많을 것 같다.


내가 만든 소품들. 바늘방석(핀 쿠션)들/검은색은 코바늘 도구 넣는 용도


책 <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는 서태옥 작가(브런치@마음씀 작가)의 글과 사진 모음집이다. 정갈한 단상 모음집이다.


딱 이런 식으로 책을 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초록비 책공방이란 곳에서 펴냈다. 이름도 참 예쁜 출판사다. 페이스 북으로 연동이 되는 것 같으니 후일 감사의 메시지라도 보내고 싶다.


내 책도 아닌데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책이 너무 좋은데 현재 책 가격이 너무 낮아서 인쇄비나 나올지 염려될 정도다. 사실 그 보다 더욱 큰 이유가 있다. 책을 펴낸 방식이 마음에 든다. (작가님께서 그리 편집하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슬로건이 마음에 쏙 든다.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깊게, 깊은 것은 유쾌하게


작가의 사진과 글이 질서 정연하게 놓여있다. 그런데 글이 마음을 흔든다. 담백한 수채화 같다. 아주 쉽게 읽히면서도 깊다. 사진과 글을 번갈아 살피게 된다.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은 이웃 작가님들께서 너무나 대단하신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미 출간을 하셨거나 등단하신 분들도 많으시다.


@마음씀 작가님의 글을 좋아해 지인들과 자주 공유하는 편이다.

https://brunch.co.kr/magazine/gamsatip


이번 <루씨의 브런치 책방>에 메인을 장식한 책이다. (우선은 이런 식으로 브런치 이웃 작가님들의 책 소개를 하려고 한다.)


오늘의 책 꼽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 않기'.


나는 공간의 미래를 위한 설계를 했다. 아무것도 한 날이었다. "혼자는 힘들어. 도와줘."하고 표현한 날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emories-of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https://brunch.co.kr/brunchbook/house-n-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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