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정원 손질
화이자 2차 접종 후 4일이 되니 언제 아팠냐는 듯 완전히 컨디션이 돌아왔다. 정말 엄살떠는 것 같았는데 제 컨디션이 되니 며칠간 상당히 아팠다는 것이 느껴진다.
산행
컨디션이 나아진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가벼운 산행이다. 이른 아침 상관 편백나무 숲에 다녀왔다.
연두-초록- 연두- 진초록, 맑은 초록- 캄캄한 초록 온통 초록의 향연이다. 어제 장마 기운으로 축축한 습기가 있어 그늘에 있으면 모기가 달려든다. 겨울 편백숲이 더 좋은 것 같다.
걸으면서 보니 상관 편백숲 돌탑들이 늘고 있다. 쌓아진 탑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누가 이렇게 쌓아가는 것일까. 이러다가 마이산 같이 될 것 같다.
산행을 하면서도 마음은 콩밭(나의 공간)에 가 있었다. 이유인즉, 오후 3시경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접했다. 공간의 잔디가 열흘 사이 많이 자랐다. 이제 한주가 시작되면 직장에서 퇴근 후 저녁에 잔디를 깎아야 한다. 더욱이 내일부터 초가을 장마라고 한다.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급해진다.
너무 많이 자라 있기 때문이다.
<루씨의 아침> 정원
산행으로 땀을 쭉 쏟았다. 온몸의 독기가 모두 빠진 듯 몸은 가벼운데 탈수증이 걸릴 지경이다. 날씨가 너무 후덥지근하다. 공간으로 돌아와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한일을 먼저 적어본다.
여름 정원의 꽃들을 보면 무척 지쳐 있다. 안쓰러워 죽겠다. 그 와중에 꽃을 피우느라 얼마나 애가 탈 것인가. 나는 꽃들을 쓰다듬는다. 꽃은 봄이 적기다.
여름엔 나무가 싱그러움을 준다. 나무가 자라면 적당히 그늘을 만드는데, 아직 정원의 나무가 많이 자라지 못했다. 안타깝게 꽃들만 더위에 지쳐 쓰러져간다. 원래 정원에 나무가 적으면 아래에 꽃들을 채우느라 바쁘다. 그래서 정원 만들기 첫 해는 나무보다 꽃을 심게 된다. 우선 보기 예쁜 것들을 심기 위해서다.
하지만 두 번째 해가 되면, 나무를 남기고 가벼운 식물들을 이동하거나 뽑게 된다. 심지어 나무를 이동하기도 한다. 수형이 퍼지는 매화와 수양 홍도, 서부 해당화는 봄이면 아름다운 꽃을 자랑한다. 그러나 내년 봄이 되면 서부 해당화를 공간의 다른 쪽 화단으로 이동시키고, 매화와 수양 홍도는 농막으로 이사시킬 예정이다.
그간 한 여름 동안 나의 공간을 위해 빛을 발했던 접시꽃들을 모두 정리했다. 동쪽 배롱나무에 의지한 접시꽃 한 그루만 남겼다. 여름 내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예쁜 꽃을 피웠건만 지난 목요일 쏟아붓듯 내린 우박과 어제 세차게 내린 소나기로 꽃들이 지고 남은 것들은 지저분해졌다.
그 와중에도 배롱나무(꽃 백일홍) 두 그루가 동쪽과 서쪽 화단에서 여전히 아직은 여름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준다. 나의 친구는 배롱나무를 떠올리면 덥다고 한다. 한여름에 피는 꽃이라서 그런다.
화단을 만든 후 얻어다 심은 식물과 나무들도 있어서 내년 봄철에 다시 대대적인 화단 정리가 필요하다. 정원 손질의 경우, 약 2년~3년 사이는 이렇듯 정리하고 옮기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친구들과 꽃씨 나눔을 하기로 했다. 공간의 접시꽃들 씨앗을 한쪽에 받아 두었다. 그런데 원추리 씨앗을 어떤 분께 얻을 때 쥔장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엄마 곁에 내려와 새싹을 피운 씨앗들이 더 건강하게 잘 자란다.
정말 그 말씀처럼 접시꽃 주변에 떨어진 씨앗들이 발아하면 그 새싹을 나눠주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우선 씨앗을 주고 나머지는 내년 봄에 다시 새싹을 줘야겠다. 접시꽃이나 노인장대(서양 여뀌)는 모두 지금 씨앗을 뿌려두는 것이 좋다. 그들이 가을을 나고 겨울을 난 후 봄에 새싹을 피울 것이다.
이제 9월이 되면 가을의 여왕, 국화과에게 여름 꽃들은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그러니 물러날 자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여름의 화려한 무대에서
꽃을 피워줘서 고마워~
실내 공기정화 식물
봄에 온갖 종류의 꽃에 홀딱 정신을 놓게 된다.
여름에는 꽃 백일홍, 나무 백일홍(배롱나무), 바늘꽃, 능소화, 노인장대(서양 여뀌), 솔잎 도라지, 숙근 버베나 등의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몇 종류의 꽃들만 심고 가꾼다. 그렇다고 봄에 피었던 꽃들을 다 잘라버릴 수 없어서 화단은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든다.
월동을 못 하는 루엘리아. 여름 내내 지치지도 않고 꽃이 졌다 피기를 반복하는 풀이다. 참으로 아름답고 아름답다.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보니 여름날에는 땅에 꽂기만 하면 산다고 한다.
가을은 활엽수의 낙엽이 지며 화단의 낙엽을 정리할 때이다. 가을이 올 무렵부터는 실내 공기 정화 식물에 좀 더 관심이 간다. 이제 슬슬 외부에서 내부로 식물을 들일 때가 되기 때문이다.
정원 손질을 하면 나뭇가지 등을 자른 것이 늘 수북하다.
나뭇가지나 잡초를 뽑아 말리면 퇴비로 사용은 가능하지만 장미 줄기 등을 다시 화단에 뿌리거나 병이라도 든 잎들이 화단에 있게 될 때 식물에 좋지 않다. 농막은 넓으니 한쪽에 말렸다가 뿌리면 된다. 공간은 농막처럼 산이 아니다. 그 많은 가지들을 모아 말릴 장소가 부족하다. 한쪽에 잘 모아서 말린 후, 쓰레기봉투에 묶어서 버리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내가 농막까지 차로 가져가서 버려야 한다.
썬룸 쪽에서 이용하려고 했던 모기장은 전혀 쓸데없는 돈 낭비였다.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허술한 모기장이었다. 산 곳에 들어가 댓글을 남겨야 하는데 귀찮아서 못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모기장을 치웠다.
썬룸을 정리하고 아레카 야자를 놓았다. 썬룸의 테이블은 남편이 어디서 얻은 테이블이다. 그 위에 나무를 덧 대어 리모델링한 것으로 아주 마음에 쏙 든다.
아레카 야자와 자카란다, 유칼립투스, 올리브는 겨울에 유리 새시 쪽에 옮기고 난로를 놓던지 집 안으로 들여놓을 생각이다.
식물을 키우는 자는 겨울을 날 궁리를 미리 해야 한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하루해가 저물었다. 이제 정말 해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억울하게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보람된 하루를 길~~ 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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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이질풀 관련 설명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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