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폼하며, 청소하며
공간. 모닝에 작은 새시 유리창을 하게 된 사연은 나의 공간을 자기 안방처럼 드나드는 길냥이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는 아무 소용없는 짓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위안을 얻는 것은 방충망과 새시로 둘러 싸여 푹신한 의자는 고양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온전한 나의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의자 두 개는 리폼 중이다.
여전히 길냥이들은 잔디에 실례를 하고 가며, 나는 그들의 뒤치다꺼리를 열심히 한다. 한마디로 반 강제 길냥이 집사가 되고 말았다. 출근 전 굳이 공방에 들르는 이유는 넓은 잔디에 냥이들의 분비물을 처리하는 처리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엊그제는 두 군데에 서로 다른 두 녀석이 흔적을 남겼다. 나의 바쁜 출근까지의 아침 일정은 다음과 같다.
아파트 출발 (7:15 A.M.) - 공방 도착(7:30 A.M. , 응가 정리 및 처리 작업, 아무 일 없을 시 행복하게 책 한 줄 읽기)
공방에서 출발 (7:50-55 A.M.) - 직장 도착 (8:10A.M.)
고민 중에 브런치 이웃 작가님의 조언을 고려하여 잔디에 사료를 놓기 시작했다. 밥을 준 첫날,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까치다. 밥을 열심히 쪼아 먹더니 날아가 버렸다. 와서 먹으라는 애는 오지 않는다.
대문을 열다가 우리 집 흰 얼룩이를 발견했다. 마침 사료를 샀던 때다. "얼른 들어와." 하고 말했지만 멀뚱히 나를 바라보다가 다른 곳으로 숨어 버렸다. 정확히 '우리 집' 고양이는 아니다.
토요일 아침 6:40분경에 '모닝'에 갔다. 우리 가족 톡방은 요즘 공방에서 일어나는 일이 화제다.
공방에서 일어난 일을 톡으로 보냈다.
고양이 응가가 요 며칠 없는 이유를 알았네. 아침에 일찍 공방에 가니, 그 흰색 얼룩이가 데크의 러그 위에 편하게 앉아 있는 거야.
차 소리 나니까 슬그머니 일어나서 나갔어. 여기서 자는 가 봐. 테이블이랑 러그는 전에 공방에서 사용하던 것을 가져온 거야. 외부 데크에 놓았거든. 그랬더니 밤새 편히 쉬나 보다. 썬룸에 놓은 밥도 먹었다.
썬룸에서 고양이가 밥 먹었나 살펴보는데 목에 뭐 딱 달라붙어서 엄청 놀라 떼어 내니까 ㅜㅜ
글쎄 사마귀지 뭐니. 으웩. 나는 사마귀 정말 싫어해.
아까 한낮에는 대문 앞에 정말 예쁘게 생긴 애가 나를 보는 거야. 배가 너무 홀쭉하고 안쓰럽더라. 못생긴 그 흰 얼룩이 새끼인가 정말 닮은꼴이야. 근데 내가 오라고 조용히 불렀는데, 나보고 도망갔어. 그래서 대문 바로 아래에 밥그릇 놓았더니, 밥만 먹고 갔어.
다음은 딸들의 반응이다.
진짜 웃기다 ㅋㅋㅋㅋㅋ
고양이 사료 까치가 먹는 것도 웃겨
도시에도 자연이 있네
소식 또 계속 알려줘
재밌어
고양이들 너무 귀여워
새침데기
내 입장에서는 이 녀석들이 하나도 안 귀엽다. 사료를 두기 시작 한 첫날, 저녁에 비가 올 예보가 있어서 밥그릇을 썬룸 안쪽에 두고 아파트로 갔다. 이른 아침에 '모닝'에 가 보니 사료가 비어 있다. 문제는 밥은 홀라당 먹고, 잔디에 또 실례를 해 놓은 것이다. (에구~~~ 미워라!)
그래서 이번에는 밥그릇을 냥이가 실례 한 바로 그 자리에 놓고 출근을 했다. 낮에 보슬비가 내릴 예정이라고 해서 뚜껑을 덮어 두었다. 똑똑하면 밀고 먹겠지 싶었다. 퇴근해서 가 보니 실례도 하지 않았지만 밥도 먹지 않았다.
저녁, 아파트로 가기 직전에 썬룸 쪽에 그릇을 옮겨 놓으려다가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그곳은 먹는 곳이지 실례를 범하는 곳이 아님을 알리기 위해서다. 밤 사이 비 예보가 있어서 그릇을 덮어 두었다.
오늘 출근 전에 가 보니 아직도 먹지 않았으며, 실례도 하지 않았다. 어쩌란 말인가.
이러다가 며칠 후, 다시 나타날 것이 뻔하다. 지금 몇 달째,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나의 황금 같은 시간을 이 녀석들이 가져간다. 그렇지 않으면 편히 앉아서 아침 글을 쓰거나 책 한 줄이라도 읽을 텐데 말이다.
다음은 <공간. 모닝>의 리폼과 인테리어 소품 이야기다.
화단 정리를 조금 했다. 아까운 꽃들을 화병에 꽂는다. 사실 이건 화병이 아니라 와인 디켄터다. 테이블은 어디서 얻은 것인데, 남편이 나무로 리폼한 것이다.
두 개의 의자 역시 버릴 지경의 것을 리폼하여 쓰려고 한다. 오른쪽 의자의 푸른 꽃 천은 현재 핀만 꽂은 상태다. 오늘은 바느질을 완성할 예정이다.
몇 년간 사용한 의자다. 싸게 샀었는데 몇 개월 되었을 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의자의 아래를 엮은 끈이 끊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여차저차 하여 현재는 단단히 묶어 놓았다. 아래 내부를 보면 튼튼하긴 하지만 예쁘지 않다. 그래도 앉아 있으면 엄청 편하다. 양말 목이 한 박스 있으니, 그것들을 이용한 긴 끈을 만들어서 더욱 튼튼하고 예쁘게 만들 계획이다. 책 읽을 공간도 많은데 이곳에 앉아 있으면 더욱 편안하다. 바로 앞에 잔디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키 패드 박스가 멋이 없어서 실리콘 납작 화병에 조화를 꽂았다. 아래엔 나의 싸인을......(납작 실리콘 화병은 어느 카페에서 얻은 것이다.)
다 00에서 2천 원에 산 네모 조화 인테리어 소품 두 개에 글씨를 써서 썬룸 창 쪽에 올려놓았다.
지나는 분 중에 배우시고 싶다고 공방은 언제 오픈할 계획인지 물어보신다. 내년에 한다니까 실망하고 가신다. (ㅜㅜ)
그래도 우선 홍보는 해야 하니 소소하게 나름 머리를 굴려 본다.
아직 여름의 꽃이 지지 않은 나의 정원에서 환한 핑크 바늘꽃이 지나는 이들에게 인기다.
목련 잎이 겨우 몇 조각 달랑거린다. 이른 봄에 가지치기를 해야겠다. 튼튼하게 새 싹이 날 것이라 믿는다.
퇴근해서 혼자 놀다가 아파트에 돌아온다. 우리 아파트는 오래되었다. 30년 된 아파트의 장점은 나무가 울창하다는 점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아래 사진의 단풍나무는 씨앗이 떨어져 자란 아기에 해당된다.
아기단풍에게 온 가을이 나에게 인사한다.
"가을은~ 가을은~ 빠아~ 알 간 단풍잎 좀 보~세~요~^~^."
나의 큰딸이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내 손을 잡고 부른 노래였다. 아이의 예쁜 입모양 같은 단풍이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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