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세계에 편입된 사람
너였다. 지금껏 내가 만난 최고의 문장은.(004)
외로워서 말이 생겨났고 그리워서 별이 생겨났다면, 사람은 왜 생겨났을까를 고민하다가 나는 열아홉 살에 말의 세계로 편입됐다.(005)
줄 긋기는 인간의 오랜 습벽이다. 별들을 가만두지 못하고 줄을 그어 별자리를 만들고 그에 어울리는 신화를 지어낸다. 그뿐인가. 이 개념과 저 개념에 줄을 그어 없던 학문을 만들어내고 진보를 거듭한다. 인생이란 어떤 사람에게 선을 잇고 어떤 언어에 줄을 그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세상의 많고 많은 말들 중에 내가 밑줄을 그은 말들이 나의 언어가 된다. 이 책 안에 쓸모 있는 문장들이 있어서 단 몇 줄이라도 그대의 것이 된다면, 나는 메밀꽃처럼 환히 흐드러지겠다.(008)
그의 글은 프롤로그부터 독자의 마음에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킨다. 풍부하고 감미로운 첼로 연주를 듣는 듯하다가 샘물에 돌멩이 하나 툭 던진 듯 파문을 일으킨다. 그리고 다시 마음 넉넉한 재즈로 넘어간다. 본문을 펼치면 천진한 아이가 부르는 동요를 듣는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열아홉에 편입되었다는 말, 그는 언어의 마법사다. 내가 늘 겪는 일상을 이야기하는데 같은 단어가 아니다. 꼭 소장하고 즐겨 읽으면서 밑줄을 그어야 직성이 풀리는 책이다. 읽고 다시 읽는다.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다. 다시 책의 표지를 보니 웅진 지식하우스 출판이다. '음... 바로 이런 책을 내는 곳이란 말이지.'하고 속엣말을 한다. 참으로 멋진 출판사라는 생각이다.
표지 디자인이 유광이다. 무광을 좋아하는데 유광이다 보니 햇빛에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무지개 줄을 만든다. 서재의 카키색 벽에 비춘 햇살을 표현한 듯하다. 글씨체는 다소 작은 명조체 비슷한 글씨다.(정확히는 모르겠다.) 눈이 나쁜 경우 돋보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자세히 표현하는 이유는 책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림태주 작가님의 브런치다.
https://brunch.co.kr/@limudt/392
마음을 들여다보는 마음씀 작가님의 글
https://brunch.co.kr/@photothink/205
나는 마음씀 작가님의 글을 좋아한다. 물론 다른 이웃 작가님들의 글도 즐겨 읽고 좋아한다. 나는 이웃 브런치 작가님들의 후원자가 되고자 한다. 열심히 글을 쓰는 작가님들을 응원한다. 가까운 이웃인 경우 더 응원하는 마음이 든다. 내가 한 달에 얼마 정도의 금액을 그들의 책을 사는 것에 투자한다는 것은 나의 영혼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나의 마음속을 파고드는 글들은 마음 깊숙이 난 상처까지 아물게 한다. 아무도 치유할 수 없고 나조차 몰랐던 생채기가 사라진다. 신기한 일은 사라질 때 비로소 내가 그런 상처가 있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여러 작가님들의 책을 구매하거나 선물 받았다.(선물보다 구매를 선호한다. 후기를 쓰는 것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나의 빨간 우체통에 들어간 책은 처음이다. 빨간 우체통에는 그간 각종 세금 고지서와 광고 홍보물만이 자리를 차지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겐 더욱 값진 경험이다.
서태옥(마음씀) 작가님의 책을 이미 구매했었다. 그 후, 작가님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으로 선물을 받게 되었다. 책 출간 후 곧바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책의 홍보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 아쉽다. 안타깝다.
담백한 그의 글이 좋다. 다시 작가님에게 출판의 기회가 주어져서 멋진 책이 세상에 나온다면 나는 참으로 행복하게 구입할 것이다.
전북대학교 책 쓰기 프로젝트
선착순 지원자 10명에 들어가지 못함을 너무 기뻐한 프로젝트다. 깨우친 것이 있다. 글쓰기와 '책을 펴내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지원서에 '왜 책을 내고 싶은지' 쓰는 칸이 있었다. 한 줄 답을 쓰지 못하고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글 쓰는 것은 그냥 내 생각을 정리하고 소통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습관이다. 밥을 먹듯이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글이 고프다. 그런데 책을 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란 말인가. 그 빈칸이 나에게 빨리 무슨 말이든 쓰라고 강요했다.
그러나 도저히 쓰지를 못하고 들락날락하면서 망설이기만 몇 시간이 걸렸다. (아마 그 사이 나는 지원자들 사이에서 저만치 밀려났을 것이다. ) 브런치 북 프로젝트는 그냥 모은 글을 내는 것이니 아무 생각이 없었다. 브런치 북 목차 만들기 등을 통해서 다시 한번 더 글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그러나 정말 진짜로 책을 낸다는 부담감이 적으니 훨씬 편안하게 클릭한 것 같다.
결국 프로젝트의 지원서에 무슨 말을 썼는지 생각도 안 나는 한 문장을 써서 제출을 하기는 했다. 내가 원래 앞뒤 생각 없이 하는 성격인데 요즘 망설임이 늘었다. 여전히 대책 없이 지르는 성격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저는 왜 책을 내고 싶어 할까요?
Because you are a person who likes to share with others. Your experience, emotions, life, and so forth. 왜냐하면 선생님은 선생님의 경험, 감정, 인생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지요.
교수님 말씀에 다른 이들도 공감을 해 주었다. 그렇게 나를 이해해주니 맥 빠져있던 내 혼에 다시 생기가 돌아왔다.
때로 나 자신이 무기력해진다면 지인에게 물어보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책 출판에 대해서는 마음을 접었다. 세상에는 읽고 싶은 책이 넘치고 나는 브런치를 통해 소통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고맙고 따뜻한 지인의 말, 마음을 파고드는 좋은 글과 책, 나도 말의 세계에 편입되어 그에 밑줄을 긋는다.
후기)
친구가 말했다. 유튜브는 연예인들이 뛰어들어 이제 하긴 글렀다고. 내가 말했다. 브런치도 출간 작가님들 많아 나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완전히 쪼그라든 나. 하지만 기분 좋은 것은 그들이 브런치를 빛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나 역시 발을 담그고 있다. 우리의 세계가 친숙한 범주 안에 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