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에 올라보면
가을이다. 몸은 바쁜데 외로움이 스며든다. 모악산은 외로운 이를 위한 산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 것 같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모악산에 오르면 위로가 된다. 오르락내리락 사람이 많다. 먹거리 가게가 즐비하다. 상시 붕어빵 가게가 있다. 언젠가는 붕어빵 하나 사 먹으려고 모악산 주차장에 온 적도 있었다.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졌다. 곧 추수가 시작된다. 마음이 어쩐지 쓸쓸하다. 모악산에 오른다.
전주가 살기 좋은 곳이란 것이 실감 나는 이유는 도심에서 약 15분만 외곽으로 빠지면 곧 평야가 펼쳐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악산은 여러 갈래길이 있다. 무릎이 신통치 않은 이들을 위해서는 가벼운 산책 겸 등산 코스가 있다. 먼저 구이 도립 미술관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모악산 입구에서 왼편으로 걷는 길이 있다. 가벼운 산책로로 지압을 하면서 걷는 길이다.
모악산에도 꽃무릇이 무리 지어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요즘은 여뀌의 계절이다. 가을에 피는 들풀들은 어쩐지 조금 슬픈 듯 보인다. 곧 다 져 버리겠지 싶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가 보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고암이란 곳이 나온다. 암자인 줄 알았는데 명상센터라고 소개한다. 자원봉사라는 분의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산 아래를 바라보고 핀 장미를 본다. 마고암 방향으로 오르는 길에서는 모악 호수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마고암에서 조금 산을 오르면 이정표가 나온다. 이때, 가벼운 산책을 원한 경우 바로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면 된다.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도심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곳에 너른 바위가 있어 잠시 쉬기에 좋다.
정말 가을이 성큼 왔다. 낮에 우는 풀벌레도 가을이라 말한다. 어린날 홍시를 주워 먹던 생각으로 익어가는 감나무를 물끄러미 본다. 푸르른 가을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