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와 특기
공간 모닝에 동료인 K를 초대했다. 옆에서 재잘재잘 예쁜 꾀꼬리처럼 말을 잘한다. 나는 원래 수다쟁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해 외국인 친구들이 'talkative(말하기를 좋아하는)' 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too much(너무나 많은)라는 단어와 조합되지는 않았다. 영어로 말하려고 하니 그런 것이었다. 한국말로 하면 정말 말하기를 좋아한다. 요즘은 조금 나아지고 있다.
듣는 귀가 발달해야 하거늘 말하는 입이 발달해서 자주 반성을 한다.
그러나 내가 말할 기회를 뺏기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K와 이야기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게 여간 재밌는 것이 아니다. 이 젊은 친구 옆에 있으면 듣는 귀가 발달한다. 그녀는 20대 후반이다. 이제 30대 초반인가? 하여튼 나보다는 훨씬 젊으니 내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다.
선생님, 저는요. 선생님처럼 취미 부자가
아니에요. 저도
뭘 좀 배워야 할까 봐요.
우리 공간에 온 K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신기해하고 사진을 찍는다. 긴 머리를 찰랑거리면서 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쉴사이 없이 종알거리는 그녀는 에너지가 넘친다. 옆에 있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한다. 몇 년을 함께 지내는 동안 지친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내가 아들만 있다면 딱 며느리 삼고 싶은 1순위다.
그림은 그나마 취미가 특기로 발달된 경우다. 특기라고 해야 하나 확신은 없다. 남들이 대부분 잘한다고 칭찬해주기 때문에 특기에 가까워진 것이다. 특기는 다른 이의 평가에 의존한다.
취미야말로 진정한 삶의 동반자다. 나는 취미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러니 누군가 '무취미'라고 말하면 평생을 선생으로 살아온 이로써 선생 기질이 발동한다. 그/그녀에게 맞는 취미를 컨설팅하고 싶어 진다.
취미를 특기로
모든 취미를 반드시 특기로 만들고야 직성이 풀리는 선배 언니가 있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홍반장은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자격증이 아마 30여 개 될 것이다. 언니는 무엇이든 시작하면 반드시 끝장을 본다. 그 말은 즉, 자격증을 반드시 획득한다는 의미다.
언니에게 자격증과 무관하게 취미인 것 하나는 음악이다. 우쿨렐레와 기타를 취미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물론 내가 보기엔 특기 수준이다. 다만 자격증을 취득하는 분야가 아니라서 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었다. 글을 쓰다가 언니와 통화가 되어 물어보니 하모니카와 우쿨렐레 지도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한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해마다 음악 단원 모임에서 연주회를 한다. 언니 생각에는 자격증 따는 것이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 언니 덕분에 기타를 배우게 되었다. 어서 열심히 해서 음악 단원이 되어 함께 연주하면서 인생 후반전을 즐겁게 살자고 했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시작은 즐겁게 하지만 나를 조이게 되면 멈춘다. 나는 함께 연주를 할 수준에 오르지 못하고 혼자 딩동 거리기에 멈췄다.
평생 자격증과 무관한 나였지만 언니 덕분에 자격증을 딴 것이 있다. 옆에서 지속적으로 유혹했다. 시작했으니 자격증을 따야 하지 않겠냐면서 시험 내용 요약부터 족집게 과외까지 해 줬다.
결국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후 언니는 1급까지 과정을 마쳤고, 당연히 바리스타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의 경우는 1급 과정에 해당하는 라테 만들기를 따로 배웠지만 취미로 남아있다.
오늘 오랜만에 기타 줄을 사서 갈아 끼우고 딩동 거려 봤다. 노래를 너무 못해서 음치라 곁에 누가 있으면 박장대소한다. 내가 남을 즐겁게 하니 잘된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명을 주어 즐겁게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일은 내 인생에 없을 것 같다. 다만, 음치 박치인 나의 노래를 정겹게 들어줄 이들이 있다는 것, 취미를 가져 삶의 낙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