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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난 듯 맥모닝

금요일의 부침개와 그림 수업

by 루씨

외국 여행에서 새벽에 길을 나서야 하는 경우가 있다. 호텔 조식을 먹을 수 없을 때면 맥모닝을 먹었다. 아주 시골이 아닌 대부분 관광지에 으레 껏 있는 새벽 가게다.


코로나 이후 외국 여행길이 막힌 후, 어느 날 문득 맥모닝이 생각났다. 그 후로 이번이 세 번째다. 맥모닝을 먹으며 이탈리아, 스페인 여행을 떠 올린다.


이른 아침 맥모닝을 들고 공간 모닝에 왔다. 오늘도 하늘은 푸르다. 잠시 후에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금요일 저녁 그림 수업


토요일 아침을 이렇게 간단히 하게 된 배경은 금요일 저녁 수업과 관련이 있다. 처음에 한분에게 무료로 알려드리려고 시작했다. L은 옷 만들기 강사다. 우리는 서로 재능 기부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림에 치중하게 되었고 다른 것은 할 여유시간이 없었다. 어제가 3번째였다.

두 번의 수업 결과물이다. 어제는 채색을 했는데 바빠서 찍지 못했다. 우리는 나이도 동갑내기이며 사회에서 알고 지낸 세월도 몇 년은 된다. L은 조금이라도 지도비를 내고 싶어 한다. 고민된다.



새로운 수강생 합류


공방을 운영 중이신 분이 배우고 싶어 하셔서 L과 함께 수업을 하기로 했다. 수강비는 조금만 받기로 했다. S는 못 하는 공예가 없는 것 같다. 그림도 조금 배웠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두 분이 모두 한 선생님께 배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쓰러지셨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심각한 상태로 병상에 계속 계신다고 한다. 문하생도 많으신 것으로 안다. 참 인생 부질없다. 너무 힘들게 살지 말 것이며, 오늘을 즐겁게 살고자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즐겁게 사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두 분이 나에게 그림을 배우게 될 줄이야. 능소화를 그리고 싶어 하셔서 곧바로 시작했다. 첫 시간에 두 시간 반 정도를 밀착 지도했다. 연필을 사용해 보지 않고 펜 연습만 했다고 드로잉 북을 가져왔다. 몇 개월간 수업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내용과 별개로 다시 가르쳐 드려야 했다. 구도, 선 사용법 색 칠하기 등등......


결과물은 첫 시간에 한 연습으로 훌륭하다고 본다. 능소화 물감 채색까지 쭉 이어나가야겠다.


그림 수업 전에 부침개 한 장


늦은 시간까지 하고 나니 너무 피곤해서 곧바로 쓰러져서 잤다. 역시 수강비를 받는 것은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다. 또한 두 분의 수업 내용이 다르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 초기에는 수강시간 내내 개별 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용을 동일하게 해야 할 것 같다. 두 분 모두 그림을 배운 적이 있다는데 한분은 10년 되었고 다른 분도 기초과정만 반복하시다 그만두었다고 한다.


선을 쓰는 것, 색칠을 위한 선택 등 기초부터 지도해야 했다. 그런데 곧바로 잘 알아듣고 하신다. 두 분 모두 칭찬해 드렸다. 취미이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런데 S는 배워서 경제활동인 공예와 관련지어 수익을 창출해야 하니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약간 부담이 간다. 편한 마음으로 자유로움을 가진다면 좋을 것 같다. 한 번에 금방 잘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패들을 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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