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친다는 것
그런 날이 있다. 뭔가 어긋나는 날.
조리실습
어제가 그런 날이었나 보다. 학교에서는 실습을 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교실에서 실습실로 내려오지를 않아 뛰어 올라갔다. 주어진 시간은 45분(코로나로 인해 5분 단축수업 중이다). 마음이 급했다. 단, 두 명의 학생들만 내려왔다. 나머지 학생들은 제대로 듣지를 않은 것이다. 지난 시간에 바느질 실습을 해서 어수선한 가운데 전달했기 때문일까. 이상하게 똑같은 말을 전달해도 못 들었다고 잡아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구글 클래스룸에 공지를 올린다.
여하튼 10분이 지나서야 실습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조리실습은 코로나 이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아주 약식으로 하고 간식은 따로 챙겨서 줬다. 패션후르츠 청을 일일이 넣는 일을 두 반 하고 나니 팔목이 아팠다. 아슬아슬하게 실습을 마쳤다. 그래도 아이들은 천진난만 신이 났다.
마지막에 손수건을 나눠 주었다. (원래 프랑스 자수를 하려고 했으나 실습 시간 부족으로 그냥 흰 천으로 주게 되었다.) 보자기 매는 법을 검색해서 완성한 후 사진을 클래스룸에 올리게 했다.
종일 종종거렸다. 실습과 이론이 혼합된 시간을 보냈다. 시간표가 1.2.3학년이 섞여 있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했다.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림 수업
금요일 밤은 편히 놀고 싶다. 그래서 밤 수업을 화요일로 옮기기로 했다. 시간이 다 되었는데 갑자기 두 분 모두 못 오신다고 연락이 왔다.
이런 일이!
두 분과 통화했다. 상황이 못 오 실만 하다. 한분은 의상 공모전 준비하는 학생이 마감 직전이라고 들고 와서 붙잡히셨다. 다른 분은 다음날 학교에 공예 체험학습 준비로 진안까지 다녀오셨다고 하신다. 급작스럽게 벌어진 주문이라고 한다. 생업과 관련된 일이다.
그래서 모두 잘하시라고 말씀드렸다. 단, 우리의 규칙은 당일 연락하시면 그날은 수업을 한 것으로 한다고만 말씀드렸다.
뭐든 항상 변수가 발생한다.
오일파스텔
오일 파스텔은 원데이 클래스로 가장 많이 하는 분야다.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오지 않는 그들을 기다리며 재료를 꺼내 클래마티스(으아리)를 그렸다. 잠시 끄적거렸다. 캄캄해졌다.
그만 하고 가야겠다. 다음에 완성해야겠다. 찍는 김에 바로 옆에 있는 것들도 사진에 담는다.
몇 년 전 요리실습(DIY 케이크) 1시간 수업
코로나 발생 전에는 요리실습시간이 교사는 힘들지만 학생들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창의적이고 따뜻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먼저 토의를 하게 한 후(1시간) 기본 재료를 주고 케이크 장식 실습(1시간)을 한다.
담임 선생님이 환경 사랑가라고 케이크에 자연을 표현했다고 한다. (흙, 돌, 지렁이) 참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웃고 떠들고 만들고 맛있게 나눠 먹는 일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뭔가 재밌는 실습을 위해 노력한다.
가르치는 일은 나의 천직이 맞다. 힘들기도 하지만 보람되기 때문이다. 그 여정에서 그런 일, 어떤 변수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