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떠들고, 먹고, 불멍
가깝다/멀다
가족 친지다/고객 또는 스치는 인연들이다
고객이나 잘 모르는 타인에게는 친절하게 대한다. 가까운 관계에서는 편해져서 본능에 충실하게 되는 때가 많다. 그래서 어떤 순간의 욱하는 심정으로 한 말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영원히 돌아서 버리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장승재 작가님의 글, <미움이라는 녀석, 절교의 대상>에서와 같이 지속되었던 좋은 추억들을 돌이키며 바로 화해하고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만남과 모임
여럿이 만나는 가벼운 사적인 모임을 영어 표현으로 게더링(gathering), 회의 같은 사업적 만남을 미팅(meeting)이라고 한다.
대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임 만들기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우리식 '모임'은 셋 이상일 경우에 주로 사용하는 단어다. 새 학교에 발령을 받는 교사의 경우 이 학교에 가면 여기서 만들고 다른 학교에 가면 그곳에서 또 하나 만든다. 여타 만남에서 또 하나 만들고. 종교 생활하면 그곳에도 모임이 있다.
옷깃을 '여러 번' 스친 경우 친근한 인간관계로 발전이 되는 경우가 있다. 여러 번이라는 것 때문이다.
아예 정규적으로 만나고 싶어서 그들만의 정서를 지닌 모임을 만들게 된다.
사람 좋아하는 나도 모임이 다섯 쯤 되었다. 외향적 성격은 여럿이 만남을 가지면 에너지가 오히려 상승된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서자마자 인간관계의 가지치기를 확실히 하게 되었다. 모임은 단 두 개만 지속한다.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점부터는 혼자 있을 때 충전이 되었다.
두 개의 모임 중 하나는 독서모임이고, 다른 하나는 30년 친구들이다.
여기에 직장 동료와의 불특정 모임을 굳이 모임이라 칭하기는 어정쩡하다. 더구나 퇴직을 하니 부고에 찾아가는 일을 제외하면 동료들을 자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다 마음 동하면 당일 여행을 함께 떠나는 셋의 만남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나의 글에 자주 등장했던 단독주택에 사는 제니퍼, 줄리아와의 만남을 모임이라 규정짓고 싶지 않다. 정규 모임이 아니니 아무 때나 만나면 좋은 이들이다.
30년 친구들
지난 주말에 공간 '모닝'에서 30년 친구들이 모였다. 캐나다에 살아서 함께 하기 어려운 친구와 아들 상견례로 오지 못하는 친구를 제외하고 나를 포함해 8명이다. 우린 원래 10명이었다. 그중 한 명이 현재 캐나다에 산다. 부산, 서울, 경기 그리고 전북권 교직에 있다. 일 년에 두 번 만나 1박 2일 정규 모임을 한다. 그렇게 30년이다. 우리들은 다투기도 하지만 화해도 잘하는 편이다.
공간에 어른 사람들이 이렇게 가득 모인 적이 없었기에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장 급선무가 차일피일 미루던 뒤 쪽의 창고 정리다. 우리 친구들은 대부분이 정리의 달인이자 깔끔한 아이들이다. 그러니 서둘러 몇 달 동안 미뤄왔던 일을 했다.
식사는 서신동의 아리 아랑에서 먹기로 했다. 모임의 한 친구가 교장 턱을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정식 25,000원이다. 그런데 서울 친구들 말로는 서울 경기에서 이 정도 상이면 4-5만 원이라고 한다. 역시 한식 백반은 전주시민으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백반을 그렇게 정식으로 먹는 것에 대해서 그리 달가워하는 편이 아니다. 조금 아깝다. 전주에서는 15,000원만 해도 백반이 잘 나온다. 그래도 음식 남기기 싫어하고 요리도 맛있어서 내게 주어진 양은 깔끔히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나의 공간 '모닝'에 왔다. 인상파 길냥이는 늘 이렇게 와 있다. 여전히 밥튀(밥 먹고 튀기)다. 친구들은 속도 모르고 우리 집에 인상파, 길양이가 잘 어울린다고 한다.
잔디는 색이 초록을 잃어간다. 침엽수 화분들을 옮겨서 공간을 만들었다. 블루 에인절 나무에 겨울맞이 장식을 했다.
미리 만들어 둔 뱅쇼를 한잔씩 돌리고 샹그리아도 맛보기를 권했다.
뱅쇼는 따뜻하게 끓인 와인 음료고 샹그리아는 생과일을 썰어 넣고 시원하게 마시는 와인 음료다. 둘 다 적포도주를 이용한다.
우리 공간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나는 늘 웰컴 와인을 준비한다. 풍성한 과일 조각들과 함께......
한 일도 없이 왔다 갔다 호스트 역할을 하느라 어찌나 바쁜지 몰랐다. 그 와중에 친구들은 이것은 어디서 샀느냐 저것은 어디서 샀느냐 뱅쇼는 어떻게 만드느냐. 호기심 가득 담은 질문을 연속해서 했다. (7명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각자 한다고 생각하면 내 혼이 얼마나 빠졌을지 짐작이 될 것 같다.) 특히 교사들의 특징은 대답을 신속 정확히 하기를 바란다.
나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재밌게 놀고 떠드는 사이 밤이 되어 '모닝'간판에 불이 들어왔다. 내가 직접 불 피워보기는 처음이다. 착화제 두 알을 넣고 불을 붙였다. 시골 농막에서 가져온 장작은 활활 잘 타올랐다. 아주 작은 불멍 화로라서 심하게 불이 타 오르지는 않고 적당하다.
친구들과 이야기는 깊어가고 밤도 깊어가고......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뱅쇼 만들기 동영상 제작
다음날 만드는 법을 묻는 친구들을 위한 뱅쇼 만들기 동영상을 완성했다. 핸드폰을 한 손에 들고 찍느라 힘들었으며 알레르기 비염이 약간 있어서 목소리도 이상하다.(원래 자기 목소리는 이상하다.) 영상을 제작하고 느낀 점은 말이 정말 느릿느릿하다. 어떤 미국인 친구 말이 생각난다. 미국에 돌아가니 가족들이 "너 왜 그렇게 느리게 말해?"하고 묻더란다. 한국에서 학원 원어민 선생님을 오래 하다 보니 말이 느려졌다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인가? 수업시간에 설명을 하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야 한다. 말도 점점 느려진다.
평소 대화에서는 그렇게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여러 가지로 동영상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뱅쇼 만들기에 대해 설명은 아주 상세하게 했다.
https://youtu.be/-SF386 OdD2 M
장승재 작가님의 글
https://brunch.co.kr/@sjjang040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