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크리스마스 분위기

침엽수의 계절

by 루씨

크리스마스의 계절이다. 크리스마스는 특정 종교와 관계없이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이는 비종교인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종교에 개의치 않지만 나 역시 사랑을 실천하신 예수님의 희생적 삶에 대해서는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삶에 빛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모닝의 겨울나기

새벽에 눈을 뜨니 빗소리가 요란했다. 문득 타프 아래 둔 나무 테이블과 천으로 된 의자가 생각났다. 아침 7:30에 '공간, 모닝'에 갔다.


타프 아래의 테이블을 나무 데크 위로 옮기면서 겨울 장식을 했다.

겨울은 뭐니 뭐니 해도 크리스마스의 계절이다. 한국인의 김장의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초에 어머님께 이번 해에도 김장을 하실 건지, 하시면 언제 하실 건지 여쭈었더니 아무 걱정 말라고만 하셨다. 11월 마지막 주, 병원에 있는 동안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벌써 다 했으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에 아들(나의 남편)만 조용히 불러서 김장을 다 마치셨다. 나는 맛있는 김치만 먹게 되어 죄송스럽다.

겨울은 세 가지 색의 집합체다. 침엽수의 초록, 사랑의 열매와 따뜻한 불빛의 빨강, 그리고 하얀 눈. 여기에 검정은 바탕에 깔리는 색이다. 어두움에서도 흰 눈과 빛은 세상을 밝게 한다.


그리고 조명이 꽃 대신 자리를 차지한다. LED 조명이 나온 뒤로 전기세 걱정이 줄었으며 마음에 행복의 불빛이 일렁인다. '모닝'을 지나는 분들은 마음을 열고 담장에 붙어서 구경들을 하신다.



지난번 공방에 왔던 한 친구가 동생과 함께 공간을 구경하러 다시 왔었다고 한다. 미리 말을 하지 않아서 왔다 간 줄도 몰랐다.


그때, 길냥이 '인상파'는 나무 데크에 쥔장처럼 편안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할머님들께서 여럿이 골목에서 나의 마당을 보시면서 우리 집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단다.


"사람들 행복하게 해서 너는 복 받겠다."


친구의 말만 들어도 나는 행복하다. 친구는 자신의 형편에 관계없이 늘 남을 기쁘게 한다. 마음이 태평양 같은 아이다. 나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보니 내 마음속엔 여전히 우리의 젊음이 남아 있다. 우리가 할머니 되어도 우린 '계집애'하고 말할 것 같다.



가짜지만 진짜 같은 느낌의 인테리어 벽난로도 구입했다. 공방 레슨 문의를 하시는 분께서 가구 손질도 하시냐고 놀라신다. 아래 다리 몇 개 끼우는데 무슨 거창한 일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사진으로는 가짜임이 보이지만 눈으로는 유혹적이다. 모락모락 불길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기막히기 때문이다. 온풍과 함께 하면 정말 진짜 같은 느낌이다. 아쉽게도 온풍과 함께 조명을 틀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TV 화면은 불멍 화면 또는 눈 내리는 카페 음악을 선택한다.



사람이 간사한 것이 귀다. TV 영상은 빗소리, 눈 내리는 정경, 모닥불 장작 타는 소리가 들려서 감성을 자극한다. (요즘 부쩍 인터넷 TV를 마련해준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모닝에 있을 때면 주로 이런 식으로 화면을 선택한다. 유튜* 동영상이기 때문에 알고리즘으로 알아서 넘어간다.



하루 종일 나무 장식만 하다가 저녁이 되었다. 직장에 가지 않아도 왜 또 이리 하루가 바쁠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