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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Nov 23. 2021

무궁화 열차가 나를 데려간 곳, 여수

숨을 쉬다

운전은 서툴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교통수단이 있다. 바로 기차다.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만만한 기차여행코스로 여수를 손꼽는다.

위드 코로나로 기차역엔 그 전보다는 제법 여행객들이 늘었다. 오고 가는 기차표는 무궁화다. 가격도 착하다. 전에는 친구들과 떼로 몰려서 여수에 다녀왔었다. 이번에는 나의 퇴직을 맞아 친구와 조용히 거닐어보기로 했다.


차창밖을 구경하다 보니 여수에 도착했다.

언젠가는 금오도에 꼭 가보리라 마음먹는다. 오늘은 그저 기차 타고 왔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런데 이층 버스가 있다. 5천 원 차비로 시내를 두루 돌아다닌다.


버스 시간이 남아 길 앞의 광장에 갔다. '연안이'라는 조각상이 있다. 연안이는 여수엑스포 기간에 분수쇼의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오동도는 여수에 오면 늘 들리는 곳이다. 항상 느낌이 다르다. 동백꽃 사진을 찍는데 지나는 여인 한분이 위에 더 많단다.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노랑꽃이 뭔가 싶어 검색하니 '털머위'라고 한다.

오솔길을 걷다 보면 어느 사이 탁 트인 바다가 나온다.

숲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버스는 편도로만 운행한다. 내린 곳에서 한 시간마다 다시 탈 수 있다. 오동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천진한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만져도 늘어져 있다. 둘은 오누이 같다. 철창 건너에서 엄마가 애타게 보는 중이었다. 어찌나 귀여운지 관광객들이 넋을 놓고 귀여운 행동을 지켜보고 쓰다듬는다.

우리도 사실 얘네들 구경하다가 20분 가까이 소모했다. 그래서 한 시간 후의 버스를 타려다가 두 시간 후의 버스를 타기로 했다. 오동도 입구까지 운동삼아 걸어가기로 했다. 방파제를 따라 걸어서 입구 쪽의 버스 타는 곳에 다 달았다.


이순신광장에서 내려 식당이 즐비한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모범식당은 착한 가격 가게라고 쓰여 있다. 갈치조림이 다른 집은 1인분에 15,000원인데 이곳은 12,000원이다.

착한 가격이면서 맛도 만족스럽다. 걸어서 다시 버스 타는 곳으로 오다가 젊은이들이 줄 서서 대기하는 어떤 식당을 발견했다. 찾아보면 바로 나오는 식당이다. 대기해서 먹을 만 한가는 의문이라는 품평이 있다. 음식 사진을 보니 별로다. 내 취향이 아니다. (요즘 적절한 표현을 찾느라 고민한다. 각자 취향이 있기 때문에 다를 수 있으리라 여긴다.)


여하튼 외부나 내부의 인테리어가 멋진 곳으로 알려진 곳 같다. 확실히 시선을 잡아끈다.

나는 별다방에서 바다 보면서 커피를 마시기로 한다.

내가 사는 고장에 바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다를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확 트인다. 이층 버스에서 바다를 보면서 투어 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산 공원을 지나 거북선 다리를 거쳐 원점에 왔다.

기차 시간이 아주 조금 남아 바다를 조금 더 볼 수 있다. 바다에는 구조대 배가 대기하고 있다. 저리 잔잔한 바다가 어떤 풍랑을 가져올지 외지인들은 잘 알 길이 없다. 어쩐지 배가 듬직하게 느껴진다.

이 나무의 이름은 '먼 나무'라고 버스 기사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상록 큰 키 나무로 바닷가에 자란다고 하는데 여수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빨간 꽃이 핀 듯 아름답다.

하루를 마감하고 전주에 돌아오니 8시가 다 되었다.  다음에 또 기차 타고 여수 가서 아쿠아리움에 가 보고 싶다.


아니면 다음엔 기차 타고 서울 가서 딸과 함께 아쿠아리움에 가 볼까. 코로나 전 마지막 외국 여행지

보홀, 딸과 함께 한 그곳 바닷속 탐험의 맛이 자꾸만 그립다. 아쿠아리움에 가면 조금은 안쓰럽지만 그래도 자유로이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보노라면 그들이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여수 밤바다를 보지 못하고 왔지만 하루의 기차여행으로 숨통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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