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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ul 21. 2024

꽃이 피면 꽃이 지면

그리운 이들 생각

브런치 스토리를 접한 후 글을 매개로 시야가 확대되고 공감과 소통의 기쁨을 나눴다.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은 그중 한 분이시다. 오늘 공방 근처에 새로운 이웃을 사귀었다. 그분은 정원에 온갖 요리에 필요한 천연의 식재료를 키우고 계신다. 요리 연구가이신 그 분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 생각이 절로 났다.

전주 진북동 지인의 정원에서(두 종류의 치커리)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에 대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브런치 작가, 사진작가, 요리사, 여행가, 깊은 신앙심을 지닌 가톨릭 신자.
어느 날 홀연히 한국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감.
그림에 진심인 아내의 현지 개인 수업에 동참하여 이탈리아 어 통역을 함.
아내 손을 꼭 잡고 세계 오지 탐험을 함.
정치적 성향이 한쪽으로 짙음.


한 사람의 일생에 대해 간단히 요약한다는 것이 참으로 허망하고 죄송스럽다. 환갑의 나이에 타국의 삶이 쉽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요리사가 되고 아내와 그곳에 정착하셨다. 이탈리아에 자생하는 나물 재료들도 소개해 주셨다. 때로는 광활한 바다를, 웅장한 돌로미티를 보여주셨다. 덕분에 세상 밖 머나먼 이탈리아 구경을 실컷 했다. 작가님과 매일 글로 소통하면서 이탈리아의 하루하루를 경험했다.


긍정의 에너지로 나에게도 힘을 주셨던 작가님이 지난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작가님이 늘 기도하신 대로 천국에 계시리라 믿는다.


작가님이 꿈꾸던 그곳에 계시지요?



엄마


엄마가 사 주셨던 피아노가 이십 년 넘도록 아파트의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있었다. 엄마가 사 주셨기 때문에 버리기 아까운 이유와 언젠가는 피아노를 꼭 배우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결국 일주일 전에 시골 친정집으로 이동시켰다. 이제 남동생 집이 되었다. 피아노를 들어 나르는 데, 엄마를 보내는 것만 같았다. 피아노가 없는 텅 빈자리가 엄마의 빈자리 같아 명치가 욱신거렸다. 지난봄 세상을 떠나신 엄마가 사무치게 그립다.


최근에 통기타를 배운다. 어르신들이 많은 반이라 그런지 주로 트로트를 배운다. 오늘은 “동백 아가씨”를 배웠다. 엄마가 무척 좋아하시던 노래였다. 엄마 생각이 났다. 울먹거림을 꾸역꾸역 참고 우리 아파트 주차장까지 와서 주차를 했다. 소리 내어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30분 넘게 그러고 우는 데 남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울먹거리며 전화를 받으니 동생이 무슨 일이냐고 놀란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남동생도 사실 며칠 전 피아노 앞에서 목놓아 울었단다. 같이 울 형제자매가 있어 다행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식으로 엄마를 그리워한다.


돌아가신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엄마가 더 이상 만질 수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그러다 불쑥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에 울음 봇물이 터진다.


엄마 평안히 계시죠?



꽃이 피면 꽃이 지면


엄마 장례식을 마친 후 어느날 그림(날짜는 그 날을 기억하기 위해 표기)


우리 마음을 나타내듯이 엄마 입관식을 할 때 갑자기 천둥 번개와 예보도 없던 소나기가 내렸다. 하지만 장례식 날은 햇살이 따사롭고 맑았다. 꽃이 지천에 핀 것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제 봄 꽃이 피면 엄마가 더욱 그리울 것이다. 꽃이 피고 그 꽃이 시들어 땅에 지면, 그리운 이들 생각에 잠 못 이룰 것이다.


살구꽃 아래 그네를 매달아 주셨던 아빠 생각, 벚꽃이 피면 놀러 가자 하시던 엄마 생각에 마음이 아릴 것이다. 살아 있는 나의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여길 것이다.









덧,

이 글을 쓴 지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엄마의 장례식 이후 3월 4월은 아팠고, 5월 6월은 바쁘고 정신없이 지냈다. 이제 평범하게 돌아온 나의 일상, 조금 짬을 내어 기록으로 남겨 보기로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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