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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마무리

거스를 수 없는 운명

by 루씨

모비딕 p. 223~끝까지

소설 [모비 딕]은 매 장이 단편을 읽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어요. 제15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가장 잔인한 것일 수도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다가 태풍이 불면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하기 때문이죠. 마지막에 향유고래 '모비 딕'과 만나기 직전, 너무나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에이허브 선장이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회한의 언급을 하지요. 하지만 끝내 자신의 복수에 대한 욕망을 멈추지 않고 결국 모두를 파멸로 이끌어요.


작가 멜빌은 실제 바다에서 오랜 시간 선원으로 일했다고 해요. 선장의 학대를 피해 동료와 배에서 도망쳐 식인 풍습을 가진 부족과 생활했는데요.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경험했대요.


작품에서 식인섬 출신 퀴퀘그에 대한 애정과 신뢰 역시 작가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 같아요. 에이허브 선장의 괴팍함과 무자비한 면모 역시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캐릭터 같아요.

마지막 장에서 드는 의문이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 ‘모비 딕’의 생존 여부예요. 모비 딕은 마지막 전투에서 작살을 맞고도 여전히 강력하게 피쿼드호를 들이받은 후 물속으로 사라져요. ‘에이허브 선장은 그렇게 증오하는 고래에 영원히 묶인 채 파도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는 말을 끝으로 모비 딕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언급이 없어요.

둘째, 이런 와중에 이스메일은 부표로 사용한 퀴퀘그의 관에 올라타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요. 이때 ‘잃어버린 친구 퀴퀘그’라고 친구를 언급하죠. 퀴퀘그가 죽었다는 말은 없어요. 그저 바닷속으로 피쿼드호와 선원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말만 나와요.


배가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묘사한 부분은 슬픔이나 극적인 고뇌보다는 운명이 이끄는 대로 그 일이 일어난 것일 뿐이라고 느껴져요. 어쩌면 모비 딕은 살았을 것 같아요. 몸에 작살들이 박혔다 할지라도 바다가 치료해 주고 강인한 존재로 바다를 유영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네요. 마치 책 표지의 고래처럼요.


운명을 거스르고 자연 앞에 큰소리치던 모든 이들은 배의 메인마스트에 박아 두었던 금화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졌지요. 이스메일이 남은 이유는 바로 누군가의 눈과 입으로 내용을 전해야 했기 때문이죠. 소설의 첫 문장이 다시 중요한 이유예요. "나를 이스메일이라고 불러줘.(Call me Ismail) " 이 모든 이야기를 전해주는 작가의 분신이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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