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들이 말려서
여수 여행 중 샀던 책을 이제야 읽었어요.
제목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조말선 시집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왜 마음에 들까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참말로 ‘시’의 세계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바로 그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저는 마음에 안 들어요.
예를 들면 윤동주 시인의 시는 간결하고도 마음에 콱 박혀서 심장이 녹을 지경으로 쉽기만 한데 요즘은 왜 이리 어려운 시들로 가득할까요? 하긴 오래전 ‘시’들도 어렵긴 매 한 가지예요.
’ 시‘란 상당히 지적 능력을 보유한 특정 계층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영역일까요?
읽으면서 도무지 이해불가인 시집을 열심히 읽은 것은 하루 30분 독서 덕분이에요.
대체적으로 요즘 타이머를 맞추고 읽는데 시작 버튼 누르는 것을 깜빡했지 뭐예요.
결국 많은 분량을 읽었는데 난해하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어요.
그럼에도 몇 개의 시가 강하게 다가와서 남더군요.
이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어요.
특히, [머리카락들] 이란 시예요.
이십 분이나 늦은 이유가 무엇이냐면 머리카락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그렇습니다.
나는 약속을 지키는데 머리카락들이 말렸어요, 바람이 불었고
세어본 적도 없이 많은 숫자입니다.
몇 번 읽어도 웃겨요. 늦어진 온갖 핑계를 제각각의 머리카락들에게 떠 넘기는 장면들이 만화 그림처럼 제 머릿속에 그려져요.
위 내용 뒤에도 머리카락이 각자 무슨 생각들로 움직였는지 나와요. 그래서 결국 ‘공같이 생긴 내 머리통을 두 손으로 감싸서 겨우 들고 ‘ 갔대요.
들고 온 후에도 머리카락들이 각자 역할을 너무 열심히 해요.
재치가 넘치는 작가임이 분명해요. 수국이란 시도 쓰고 싶지만 너무 길어지고 있으니 생략할게요.
이해할 수 없는 시들이 대부분이란 점이 아쉬워요. 그런데 아마도 며칠 있다 다시 들춰보면 갑자기 와락 와닿을 수도 있어요. ‘시’가 그렇더라고요.
아주 오래전에 문학교실에 수강등록을 했는데요. 저는 에세이 반인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 시‘과정이었어요. 한 과정을 배운 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되긴 했고 ‘시’ 영역을 조금은 이해했어요.
하지만 역시 어려운 분야예요. 소설 체질이라서 더 그런가 봐요. 굳이 설명이 길어져야 이해가 가는 편인 것 같아요.
저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답답해요.’ 그래도 추천은 하고 싶어요. 저 같은 무지렁이도 몇 개의 시가 강렬하게 남는 것을 보세요. 시인의 낱말 하나, 세상에 나오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들이는 걸까요? 아니면 절로 샘솟을까요? 그것이 무척 궁금해요.
또다시 천천히 읽어봐야겠어요. 시인의 언어를 다 이해하진 못해도 웃음이 나기도 하고 마음에 울림이 남으니까요.
여수 ‘거기, 책방 다섯’에서 구입한 시집이에요. 노트 표지는 저의 그림인데 책방을 기웃거리는 키 작은 여인네는 저의 모습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