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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Sep 08. 2016

영화를 사랑한 독재자

<연인과 독재자>

글 조은식 대학생 기자


감독 : 로버트 캐넌, 로스 아담 / 주연 : 신상옥, 최은희, 김정일 / 개봉 : 9월 22일

세상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제일 무심한 나라가 남한이라는 농담이 있다.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만은 여전히 전쟁 중에 있고, 그럼에도 같은 역사를 가진 한 민족이라는 게 북한과 남한의 관계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런 두 나라를 대표할만한 신상옥과 최은희 그리고 세기의 독재자인 김정일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그린다.

신상옥 감독은 1950-60년대에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며, 영화사 ‘신필름’을 세우고 그 영화제국의 왕좌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평생 영화를 함께하자는 그의 청혼에 최은희는 그와 부부 연을 맺고 두 아이를 입양하며 가족을 이룬다. 그러던 어느 날, 홍콩으로 여행 간 최은희는 돌연히 사라져버리고 그녀를 찾으러 떠난 신상옥 역시 행방불명이 되었다. 8년 뒤, 그들이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언론들은 수많은음모론들을 수근대고 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다큐멘터리는 모든 걸 담고 있다. 모든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독재자의 목소리는, 당시까지만 해도 단 한 번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참으로 신비로웠다. 또한 신상옥의 영화 일부분과 설명을 위한 재연 영상을 재치있게 편집되어 보여주는데, 두 연인의 탈출은 실제 화면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살다보면 ‘아, 지금 카메라를 들고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하지만 막상 뷰파인더에 눈을 대보거나, 셔터를 눌러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물을 얻게 쉽상이다. 가끔은 인위적으로 담을 수 없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상옥과 최은희도 그랬다. 그들에게 주어진 삶은 정말이지 영화 그 자체다. 감옥에 갇혀 탈출 계획을 짤 때 ‘영화 속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신상옥, 북한으로부터 도망치던 그 숨막히는 순간을, 스크린을 통해 보는 것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추억하는 최은희. 그들은 카메라 안에 담기엔 너무나 생생히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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