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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Sep 09. 2016

걷고 싶어지는 영화들

적당히 선선한, 그거 참 딱 걷기 좋은 날씨다. 걸어도 걸어도 좋을 이 날씨, ‘보면 걷고 싶어지는 영화’를 모아봤다.


<비포 선셋>(2004)
 <비포 선라이즈>(1995)에서의 첫 만남 이후 9년이 흘렀다. 제시(에단 호크)는 셀린느(줄리 델피)와 보냈던 9년 전의 하루를 소설로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출판 홍보차 파리에서 작가 사인회가 열리는 날, 제시의 눈앞에 셀린느가 나타난다. 그간 못한 말들은 쌓여 있는데 해가 지면 제시는 미국으로 떠나야 한다. 다시 9년 전 비엔나에서의 그날처럼 두 사람은 헤어지기 아쉬워 파리의 곳곳을 걷는다. 헤어지기 싫어서 왔던 길을 또 걷고 다시 걸었던 기억, 누구나 있을 것이다. 끝도 없이 대화가 이어지는 그 길은 잊었던 추억을 부른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2013)
‘시작이 반’이 아니라 시작이 전부인 영화다. 자칭 ‘잉여’라 부르는 4인방이 땡전 한푼 없이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1년씩이나. 처음 몇달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걷기만 했다. 못 입고 못 먹고 못 씻어도 Go! 길 위에서 만난 인연을 기회 삼아 히치하이킹! 불가능할 줄 알았던 도전은 그렇게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기록으로 남았다. 이러니 시작이 전부라고 할 수밖에. 무작정 걷기 시작했더니 재미있는 청춘영화 한편이 만들어졌다. ‘무작정 떠나는 거 누가 못해’ 싶다가도 저렇게 실행에 옮기는 건 아무나 못하지 싶어진다. 무일푼으로 떠나 해외를 무작정 걷는 일행의 모습에서 청춘이 묻어난다.


<걸어도 걸어도>(2009)
상실의 아픔을 겪은 가족이 있다. 10여년 전 떠난 가족 여행에서 ‘준페이’가 죽었다. 부모는 아들을 잃었고 동생은 형을 잃었다. 그로부터 매년 준페이의 기일이 오면 흩어졌던 가족이 고향 집으로 모인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준페이의 묘까지 걷는다. 걷다 보면 그간 하지 못했던 말들이 오간다. 때로는 그 말이 오해를 부르고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준페이의 가족은 걷고 말하고 사랑한다. 끝내 서로에게 닿지 못할 것 같은 진심도, 걷다 보면 어느새 꼭 잡은 두손처럼 슬며시 전해진다.


<와일드>(2015)
셰릴(리즈 위더스푼)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방황한다. <반지의 제왕>의 명언처럼 “방황하는 모든 사람이 길을 잃은 것은 아니”듯, 셰릴 또한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4285km의 여정을 떠난다. 잔뜩 짊어진 짐의 무게 탓에 어깨에 멍이 들고, 쉬지 않고 걸은 탓에 발톱이 빠질 지경이지만 셰릴은 멈추지 않는다. 누구도 시키지 않은 여정. 그 시작에서 그녀는 “힘들면 언제든 그만둬도 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길 위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할 수 있어”라고 되뇐다. 길의 끝에 선 셰릴은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글 이소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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