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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Sep 09. 2016

잉여가 어때서?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에서 건진 키워드 : 휴식


인간이 성장하고서도 사회적 의무 수행을 유예하는 기간 또는 심리상태.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에릭슨은 이를 ‘모라토리엄’이라 정의한다. 영화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주인공 다마코(마에다 아쓰코)는 완벽한 ‘모라토리엄 인간’이다. 대학 졸업 후 집으로 돌아온 다마코. 말이 좋아 ‘취준생’이지 실은 그냥 ‘백수’. 먹기, 잠자기, 만화책 보기, TV 시청, 뒹굴기. 다마코의 하루 일과의 전부다. 다마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길이 없는 아빠(간 스온)는 그저 속이 터질 뿐이다. 언제쯤 취직할 거냐는 다그침에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라며 당당히 짜증 내는 다마코. 누가 뭐라고 하든 사회로의 문턱 앞에서 느긋하게 마지막 휴식을 즐기는 다마코다.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새로 쓴 휴학의 정의=취업준비?
휴학(休學): 학업을 쉼. 그러나 대한민국 휴학생들에게 휴학이란? 알바고, 유학이고, 대외활동이고, 토익학원이다. 휴학하며 정직하게 쉬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두 달 남짓한 여름방학에도 학원 수강을 끊고 만원 전철 속에 흡수되기를 자처한다. 그런 마당에 한 학기 혹은 그 이상인 휴학 기간을 느긋하게 보낼 리가 없다. 휴학이라 쓰고 취업준비라 읽는 시간들 속에 우리는 참 치열하게도 뛰어든다. 그런데 휴학생 이나현(2학년/1년 휴학 중)은 좀 다르다. 그녀는 휴학 후 혼자 동해로 떠났고, 무작정 기타를 사 코드를 익혔다. 만화방에 가서 하루 종일 만화책을 읽기도 했다. 달성 기간까지 정했던 버킷리스트 항목들이었다. 그녀도 대학생이다 보니 ‘토익 점수 따기’처럼 현실적인 것도 있다. 그러나 기약 없는 소원이더라도 일단 적어놓고 본다. 이를테면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옷깃 스쳐보기’ 같은 항목. “뭐, 죽기 전엔 이룰 수 있지 않겠어? (웃음) 어쨌든 하나하나 지워나가는데서 행복을 느껴.” 빠르고 바쁜 삶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휴식을 즐기는 ‘휴학생’이었다.


‘잉여’가 아니야
 영화의 마지막. 여름의 끝에서 다마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그리고 역시 무덤덤하게 말한다. “여름이 끝나면 여길 떠날 거야.” 누구보다 느긋한 사계절을 거친 다마코는 여전히 모라토리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떠한 변화와 마주한 것 같기도 하다. 그 애매모호함조차 청춘이기에 가능한 일. 모라토리엄기는 결코 인생의 잉여기가 아니다. 자아탐색을 위한 ‘이유 있는 쉼’ 정도로 해두는 건 어떨까.



만화방에서…
하루쯤 할 일 다 내려놓고 만화책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보자. 휴학생 이나현이 추천한 곳은 의정부시 호원동에 자리한 ‘스카이코믹스’ 만화카페. 복작복 작한 서울을 살짝 벗어난 곳이다. ‘스카이코믹스’라 는 간판에 걸맞은 명당자리는 창가쪽. 유리창 너머로 한눈에 보이는 도봉산이 한적함을 더한다.
영업시간 10:00~23:30 / 이용료: 1시간 1500원, 종일 9천원, 현금결제만 가능 /
연중무휴 /문의 070-884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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