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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Oct 13. 2016

에디터조!에프엠진 DJ 조정식 아나운서

인터뷰- SBS 라디오

 

  

“제정신이었다가 아니었다가 아나운서였다가 제이식스였다가, 같이 들어볼래요. 조정식의 깨방정. 내 몸에 흐르는 끼, <FM ZINE>에 대방출.” TV 광고와 영화 명대사를 패러디한 라디오 중간 광고. 깨방정을 떨며 로고송을 부르는 것은 이 라디오의 DJ다. SBS 파워FM <FM ZINE>은 새벽 4시에 흐르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잡지 컨셉의 이 라디오의 DJ는 알렉산더 조 편집장. 본업은 아나운서인 조정식이다.     




라디오 2012년 가을에 SBS에 입사했는데, 얼마 안 돼 정선희 누나 라디오에 게스트로 나갔다. 누나가 워낙 훌륭한 DJ라 편하게 해줬고, 라디오팀에서 평이 좋게 났다. 이후에 라디오팀에서 새벽 시간 DJ로 지목해줘서 <사운드 오브 뮤직>을 하게 됐다. 지금 <FM ZINE>은 매일 게스트도 있고, 토크가 많은데 <사운드 오브 뮤직>은 게스트 없이 혼자 하는 방송이었다. 그때에는 혼자 하는 방송이 많아서 자신감도 없고 잘하고 있는 건지 걱정도 많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라디오에 자신감이 생겼다. 내 생각에 <FM ZINE>은 난이도가 있는 라디오다. 1인 다역도 해야 하고, 잡지 컨셉이라 게스트들도 전문가들이다. 지금은 게스트에 맞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여유도 생기고 청취자와 주고받는 ‘케미’도 생긴 것 같다. 예능, 아침방송, 스포츠 중계, 라디오…. 전부 하고 있지만 솔직히 라디오가 제일 좋다. 라디오 할 때에는 연기든 성대모사든 ‘가족 앞’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다 한다. 비웃지 않고 귀엽게 봐주실 거라는 믿음 같은 게 있다.     


수요재개봉관  <FM ZINE>의 수요일 코너를 <씨네21>의 김혜리 기자님과 함께한다. 매주 영화가 정해지면 꼭 챙겨보고 방송하려고 한다. 보고 하는 거와 보지 않고 하는 게 이야기의 깊이가 다르다. 특히 좀비영화를 좋아하는데 원래 <아마겟돈>이나 <다이하드>가 인생 영화였다. 김혜리 기자님은 영화 전문가이고 그 옆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많이 된다. 나는 청취자 입장에서 듣고 질문도 하고, 감상을 나누는 역할이다. 원래 영화 편식이 심했는데 ‘수요재개봉관’ 하면서 영화 취향도 넓어진 것 같다.     

<슈퍼 에이트>와 <밀정> 최근에 한 방송에서 <슈퍼 에이트>와 <밀정>을 했다. 보고 나서 영화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는 영화도 있고, 영화 보고 나와서 계속 수다를 떨게 되는 영화가 있는데 <슈퍼 에이트>와 <밀정>이 그랬다. <슈퍼 에이트>는 이전에 우연히 봤었는데, 이번에 방송 때문에 한번 더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DJ로서는 그날 방송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힙합, 제이식스 중학생 때부터 힙합을 많이 들었다. 녹음 장비도 사서 집에서 녹음하고 유튜브에도 올렸다. 유튜브 채널은 지금도 운영 중이다. 나중에 아나운서가 되면 방송에 나가서 랩을 보여줄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드렁큰타이거, 가리온, 에픽하이를 좋아했다. 요즘은 메킷레인의 오윈 오바도즈, 나플라를 좋아한다. 힙합 할 때 쓰는 이름은 제이식스다. 가사만 쓰는 노트도 따로 있다. 요즘은 좀 기로에 있다. 랩은 원래 욕을 좀 해줘야 하는데 그건 못 하니까. 얼마 전에 부사장님이 랩큐 영상 보시고는 “<쇼미더머니>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하시기에 “정말 나가도 돼요?”라고 했더니 답이 없으시더라. SBS 아나운서라 Mnet에는 못 나간다. (웃음) 


배성재송, 랩큐 블랙넛의 <빈지노>라는 곡을 듣고 배성재 선배로 노래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성재 선배를 존경하기도 하고. 선배한테 허락을 받지 않고 그냥 내가 만든 것이다. 그 곡이 화제가 돼 스브스뉴스에서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그거 보고 SBS 콘텐츠팀에서 올림픽 소개 영상을 랩으로 해보자고 해서 ‘랩큐’까지 녹음하게 된 거다. 요즘은 성재 선배가 ‘배국가’라면서 자기 방송에서 배성재송을 매일 튼다.   

  

개잉여 대학 다닐 때 ‘개’잉여였다. 물론 광고 동아리도 하고, 공모전 준비도 했지만 그보다 인터넷을 많이 했다. 커뮤니티와 카페를 매일 들어가고 유머 커뮤니티 들어가서 놀고. 혼자 가사 쓰고 노래 만들고. 그때 인터넷 하면서 놀았던 게 시간을 버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송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요즘 트렌드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는 데 그 시간들이 다 도움이 된다.     


가식 성대모사나 개그나 연기나 다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것 같다. 예능을 하고 싶다고 해서 예능국에 가서 막 커피 돌리고 그런다고 방송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걸 보여주다 보면 기회가 온다. 가식적이거나 억지스러운 게 싫다. 면접 볼 때 기억에 남는 게 ‘아나운서가 된 후 청사진을 그리시오’라는 질문에, 다른 분들은 ‘어떤 방송을 잘하는 아나운서가 될 거다’라고 하는데, 나는 ‘강아지 산책도 잘 시키고, 그동안 아버지와 술을 못 마셔드려서 아버지와 술도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게 취업 후에 그리는 내 모습이었으니까.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방송할 때에도 같은 마음이다.   

  

낭만 일이 많은 날은 하루에 해야 할 일이 5개 정도 된다. 그럼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갑갑하다. 언제 밤 되고 하루가 끝나나, 한숨도 나고. 많은 직장인들이 그럴 것 같다. 그 일들을 다 무사히 해내고 밤늦게 올림픽대로 타고 퇴근하면서 차에서 노래 듣는 게 너무 좋다. 쉬는 날 강아지랑 산책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요리도 하고. 그런 게 나한테는 낭만이다. 요리 좋아해서 집에 브런치용 예쁜 접시도 따로 있다.    

 

말하는 대로 대학 때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교양수업이 있었다. 그때 그렸던 10년 후 내 모습이 지금 나랑 거의 비슷하다. ‘낮에는 아나운서로 일하고, 밤에는 힙합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말하는 대로 되는 게 어느 정도 있다. 10년 후에는 가정에서 좋은 아빠, 남편 노릇도 하고 방송인으로 인정받고 싶다. 그래서 20대들에게도 자기 모습을 그려보고 두려움보다 꿈의 크기를 크게 가져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진부한가. 그런데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나는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시도를 했던 것 같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해보면 좋겠다. 


김송희 사진 백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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