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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Oct 31. 2016

11월에 가객(歌客)의 음악이 등장하는 영화

11월에는 너를 생각해

<살인의 추억>(2003) 
#유재하#우울한 편지
“외로운 남자가 보냅니다. 비 오는 밤 꼭 틀어주세요”라는 신청자 엽서와 함께 ‘우울한 편지’가 방송되는 날에는 빨간 옷의 여성이 처참히 살해된다. 권 순경(고서희)이 발견한 패턴에 두만(송강호)은 코웃음을 치지만 태윤(김상경)은 “애국 조회할 때 애국가 부르고 시작하는 거랑 똑같다”며 엽서를 실마리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유력한 용의자로 현규(박해일)를 지목한다. 신청자 엽서만이 결정적인 물증인 가운데 ‘무당눈깔’임을 자처하는 두만은 현규의 눈을 바라본다. 하지만 현규의 얼굴은 ‘그대는 아는가요 아는가요 내겐 아무 관계 없다는 것을’ 가사처럼 무고한 듯, 뻔뻔한 듯 아리송하기만 하다. 


<파울볼>(2015)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절룩거리네 
버려졌던 선수들, 글러브와 배트를 버렸던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의 지휘하에 모인 독립야구팀 ‘고양 원더스’의 역사를 기록한 영화이다. 전직 대리기사, 트레이너 등으로 구성된 이 팀에서는 22명의 프로선수가 배출된다. 그러나 영화는 외인구단의 눈부신 도약이나 루저들의 전세역전보다도 남겨진 자, 어설픈 재능에 괴로워하는 자, 결국 미련 없이 포기를 선언하는 자에 앵글을 맞춘다. 그래서 엔딩곡은 승리의 찬가가 아닌 <절룩거리네>. 세상이 원치 않는 사람들을 감히 위로하기보다 ‘뚱땅땅빠바빠빠’ 하는 노래를 들려주던 달빛요정님이 그리워지는 11월이다. 


<하이랜더>(1986) 
#퀸(Queen)#WhoWantsToLiveForever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원한다. 좋다는 음식과 약을 챙겨먹고 좋은 공기를 마시며 젊은 청년의 피를 정기적으로 수혈받는다고 해도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운명이다. 그렇지만 수세기 동안 산전수전 다 겪는다면, 또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면, 그래도 행복할까? 선택받은 몇몇 존재들은 머리가 잘리지 않는 한 죽지 않는다. 쿠건은 하늘 아래 불사신은 하나여야 한다며 다른 불사신들을 사냥하는 가장 강력한 존재다. 맥클레인은 쿠건에게 쫓기면서도 스승 라미렉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브랜다와 사랑을 나눈다. 늙어 죽는 연인을 바라볼 때 퀸의 노래가 흐른다. 그들에게 허용된 달콤함은 한순간이었지만 영화와 퀸의 노래는 영원히 우리 곁에 죽지 않고 아직까지 불리고 있다.


<조지 해리슨>(2012)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HereComesTheSun
초등학생 때 비틀스 노래를 처음 들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야장천 들었다. 처음엔 그저 코가 크고 드럼 치는 링고 스타를 마냥 좋아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유쾌해 보이고 잘생긴 폴 매카트니가 좋았다. 약간 반항기가 있을 때는 존 레넌을 좋아했다. 매카트니와  레넌이 비틀스의 중심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이 영화를 보고, 나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조지 해리슨이 좋아졌다. 정말이지 조지 해리슨에 대해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분노와 다정함, 이중적인 성격을 머금었던 고독한 천재.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지만 조지 해리슨의 뜨겁게 빛나던 순간들을 지금이라도 알아차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가 죽을 때는 굳이 불을 켜지 않아도 방 안이 환했다고 한다. 자, 여기 해가 뜬다.


글 원소윤 조은식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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