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캠퍼스씨네이십일 Dec 07. 2016

[내 친구의 자취집은 어디인가] 술집이자 내 집

홈인샵 하는 변익수 씨

글·사진 : 잉집장


망원동의 ‘참프루’는 여덟명이 앉을 수 있는 주점이다. 그야말로 요즘 ‘포텐’이 터졌다. 평일에도 10명이 넘는 손님이 몰려들어 서서 술 마시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 손님들로부터 종종 “좋은데, 나만 알고 싶은 곳”이라는 얘기를 들어온 지 2년이 넘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가뜩이나 자기들이 편히 앉을 자리가 사라지고,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대로 감상하기 어려워지며, 얘기 잘 들어주는 주인장이 바빠지기 때문일 테다. 모두가 그런 마음을 먹은 덕에 포텐이 터지는 시기는 지연됐다. 중간에 망할 뻔한 위기에도 여러 번 봉착했는데, 주인장의 공사장 일용직 노동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참프루에는 비밀 공간이 있다. 반도의 흔한 책장으로 보이는 ‘비밀의 문’을 힘주어 밀면 개인 생활 공간이 드러난다.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주점 손님들에 의해 비밀은 종종 허물어지는데,개인 생활 공간의 끝에 작은 화장실이 있기 때문이다. 책장과 화장실 사이에는 2층 침대, 독서실 책상, 신발장, 옷장, 세탁기 등이 빽빽이 자리 잡았다. 참프루는 주점이자 한 사람의 ‘집’인 것이다.

참프루의 주인장 변익수(28)씨의 고향은 인천이다.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왔더니 인천 본가에 있던 자신의 방이 다른 이의 차지가 돼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친척 동생이 일터와 가까운 곳에 생활할 곳이 필요했고, 마침 주인 없는 방을 쓰게 되었는데 그 방의 새로운 주인으로 눌러앉게 된 것….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 2년 남았었고 서울에 학교가 있는지라 서울에 거취를 마련하면 통학이 더 편할 것 같았어요. 마침 가게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어서 망원동에 ‘홈인샵’을 개장하게 됐죠.” 지금 공간은 2014년 9월에 계약했고, 주점으로 정식 오픈한 때는 같은 해 11월이다.

참프루 구석구석 익수씨의 손길이 닿아 있다. 일단 공간 전반이 익수씨가 구글 스케치로 설계한 걸 토대로 만들어졌다. ‘비밀의 문’ 역시 익수씨가 치수를 재서 목수 아저씨께 의뢰한 것이다. 가게 한켠 평상도 직접 짰다. 가게 보증금과 인테리어에 소비된 비용은 워킹홀리데이에서 모아온 돈으로 충당했다. 1년 반가량의 ‘외국인 노동자’ 생활로 모은 1천만원이었다.

망원동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 것은 “원래 살던 동네인 인천과 가깝고, 당시 알바하고 있던 홍대랑도 가깝고, 물을 좋아하는데 한강과 가까우면서 저렴한 지역 중 학교 가기 편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참프루가 입점한 곳은 당시 망원동에서 ‘공방길’로 불리던 곳이었다. 골목시장이 있던 곳인데 망원시장에 주도권을 뺏기며 사람들이 다니지 않게 되고, 빈 점포가 많이 생겨 어둡고 조용한 ‘망한 상권’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주변보다 시세가 저렴했고, 주로 공방이 입점해 있었지만 현재는 트렌디한 술집과 카페가 공방을 밀어내고 있다. 참프루는 그런 흐름이 오기 직전에 계약해서 저렴한 조건으로 공간을 계약할 수 있었다.

참프루 단골손님 중 상당수가 ‘동네 형들’이다. 인근 가게 사장님이거나 공방 주인들이다. 서로 인테리어도 도와주고 물건을 빌려주고 ‘밥톡방(밥+카카오톡 그룹채팅방)’도 만들어 시간 맞으면 식사도 함께한다. 일종의 ‘마을공동체’다. 가끔 사생활이 안 지켜진다는 느낌 때문에 섬뜩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이곳에서 많은 것을 일궜는데 쫓겨나면 아쉬울 것 같아요. 뭐, 당장은 안 쫓겨날 것 같은데 3~4년 뒤 일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곳에서 쫓겨나면 또 다른 ‘망한 상권’을 찾아 새로이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구상은 있다. “다음에는 퇴폐적이고 방탕한 가게를 만들고 싶네요. 좀더 재미있는 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날라리가 되겠습니다. 돈이 최우선 가치는 아니에요. 만약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가난하고 불쌍한 것들에게 놀부처럼 돈으로 싸대기 때리고 던져주고 싶네요. 결국 모두가 행복하고 잘사는 세상이 제 꿈입니다.”


내 친구 집 info

참프루 주소-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10길 9

친구 28살 남자
동네 마포구 망원동
동네 상가 점포
평형 5평
주거비용  보증금 500만원, 월세는 비밀. 참고로 ‘망리단길’(망원동+경리단길, 망원동에서 뜨는 거리가 제 2의 경리단길이라며 붙여진 별명)의 월세는 비슷한 평형일 때 80만원 정도라고.
‘홈인샵’의 장점 1초 퇴근
‘홈인샵’의 단점 일하는 곳과 쉬는 곳이 분리되지 않은 느낌. 쉬고 싶은데도 뭔가 보이면 자꾸 치우게 돼서 제대로 못 쉬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