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何必) 저마다의 이유가 만나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속 복내당
수원 화성행궁의 왼쪽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방, 복내당(福內堂).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에서 춘수(정재영)와 희정(김민희)이 처음 만난 곳이다. 화성행궁에는 방이 열여덟개나 있는데, 하고 많은 방을 두고 왜 하필 복내당이었을까
복내당은 화성행궁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있다. 크기도 자그마하다. 단체 관광객이 드나들기에도, 여럿이 단체 사진을 찍기에도 비좁다. 그러니까 복내당은 하필이면 수원 화성에서 하필 혼자, 조용히 생각할 곳을 찾던 춘수와 희정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공간인 셈이다.
“여기서 여자가 바나나 우유를 마시고 있었단 말이야. 저쪽 평상에서 남자 주인공이 쪽잠을 자고 있었고. 그러다 잠에서 깨어나 여자를 본 거야. 바로 작업을 걸더라.” “그래서 그다음은?” “남자가 유부남이었어.” 복내당을 찾은 사람들의 대화만 엿들어도 그들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나나 우유를 먹고 있는 여자 희정과 그녀에게 수작을 거는 남자 춘수. 넓은 수원화성에서 인적 드문 곳을 찾아 앉은 두 남녀가 하필 만나게 되는 것을 인연이라 부를 수 있을는지. 춘수와 희정이 서로를 탐색하며 이상한 대화를 주고받던 복내당 대청은 현재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복내당으로 가는 길
1호선 화서역에서 3번 버스를 타고 화성행궁에서 내린다. 화성행궁 입장권을 사고 들어가 가장 왼쪽 끝 방을 찾으면 복내당이다. 18개의 방 중에서 복내당은 10번 방이다.
글 사진 이소연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