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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Mar 14. 2017

서울대 시흥캠퍼스, 학생들은 왜 반대하는가

 

서울대 시흥 캠퍼스에 반대하며 점거 농성을 벌여온 학생들을 대학측이 강제 해산하는 사건이 있었다. 심지어 학내에서 학생들을 강제 해산하기 위해 무력도 행사했기에 논란이 크다. 지난 2월, 아직 점거 농성이 진행 중이던 때 이미 우리는 서울대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왜 그들이 이토록 치열하게 싸우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자.

 

글·사진 원소윤 대학생 기자   


2009년 6월 서울대와 시흥시는 시흥국제캠퍼스 조성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4년간 암암리에 추진되어온 시흥캠 기획은 2013년 8월 기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알려졌고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제동을 걸어 시흥캠 기획의 세부내용을 살폈고 운영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사실과 강제 거주대학, 대학 기업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학생들은 대학 당국에 대화를 요청하였고 대화협의회가 몇 차례 진행되었으나 2014년 7월 성낙인 총장 부임 후, 시흥캠 관련 논의가 전면 중단되었다. 결국 본부의 일방 추진으로 2016년 8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이 체결되었고 2016년 10월10일 전체학생총회가 2천여명의 학생들의 참여로 성사되었다. 당시 1980명 중 1488명은 ‘실시협약 철회안’을 선택하였고 대응을 위한 행동 방안으로는 1097명이 ‘본부점거투쟁안’을 선택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100여명의 학생들이 행정관을 점거하게 되는데 점거가 계속되자 본부는 지난 1월11일 징계 카드를 꺼내들었고 점거 100일차인 1월17일에는 행정관의 전기, 수도, 난방을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새내기들이 대학에 처음 발을 들이는 3월, 한국의 수많은 대학이 처한 기업화의 위협과 불통의 답답함 속에서 지난한 투쟁의 역사를 함께 짚어보며 주의를 환기해야 하는 때이다. 출교 조치의 위협 속에서도 점거를 감행하고 있는 본부점거본부 조직팀장 김상연(서울대 사회학과·12)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 당국에서 추진하고 하는 시흥캠퍼스의 내용은.

=본질은 땅이다. 대학 당국은 학벌 프리미엄이 있는 서울대의 브랜드 가치를 팔아서 시흥의 신도시 사업에 뛰어들고자 한다. 그리고 대가로 차액의 일부를 서울대에 분할하는 계약이다. 말하자면 부동산 사업이다. 교육적 목표가 아닌 캠퍼스 만드는 것에 대해 학생들이 비판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대학에 진입하기 위함이다, 현재 관악 캠퍼스가 과포화 상태다 등등의 명분이 있다. 

=명분은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내년 초에 착수한다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그나마 확정된 계획을 보면 영재 교육원을 만든다고 한다. 헬스케어 센터 이야기도 나돈다. 최근에 본부 내부에서 재정 관련 문건이 확인되었는데 실버타운을 만들어서 수익을 내겠다는 노골적인 문서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이다 뭐다, 말만 거창하지 누구의 필요에 의해 땅이 필요한지, 무슨 돈으로 어떻게 운영할 거냐고 물으면 답이 없다.     


-시흥캠 추진 과정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있었나.

=첫 번째로 학생뿐 아니라 대부분의 구성원이 배제된 채로 추진되었다. 본부는 공식 절차를 거쳤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3년에 기사로 뜨기 전까지 학생 사회는 대응할 수 없었다. 두 번째 문제는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교육적 목적을 염두에 둔, 대학이라는 공간에 대한 고찰이 선행해야 할 텐데 ‘규모가 달리니 경쟁이 안 되네. 몸집을 불리자’ 혹은 ‘다들 제2 캠퍼스 있네. 우리도 해볼까?’, ‘이름을 팔면 꽤 괜찮지 않을까?’ 따위의 생각에서 출발하니 시작부터 문제인 것이다. 대학으로서 책무는 버리고 확장에만 집중한다.    


-학생들이 어떤 경로로 항거하고 있나.

=처음 정보를 입수했을 2013년 당시 의무 기숙사가 의제화되었다. 서울대 학생 사회가 반 토막 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수업권 침해, 교통 문제 등이 공론화되었고 석달가량 천막농성을 했다. 이후 대화 협의회에 부총장이 참여하도록 해서 시흥캠퍼스의 향후 진행 문제에 대해 최소 한달에 한번은 토의하기로 약속하고 농성을 해제하였다. 하지만 성낙인 총장 취임 이후 관련 기구가 해산되었다. 별다른 성과 없이 2015년에 시흥캠 토론회를 열어 대화를 하자고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2016년에 본부가 기습적으로 시흥캠 실시 협약을 체결하였고 학생 면담 요청을 세번 정도 묵살하였다. 한편 전학대회에서 시흥캠 실시 협약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고 총학생회에서 6월에 총조사를 실시한 결과 60 대 30 정도로 전면 철회를 해야 한다는 안이 우세했다. 이를 바탕으로 9월 한달간 셔틀줄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였다. 이후 10월 학생 총회에서 1500명가량이 실시협약 철회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고 또 그중 1천명 정도가 본부 점검 투쟁을 주장해서 이를 근거로 학생 사회가 투쟁을 이어왔다.     


-대학 당국이 학생 시위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나.

=본부에 처음 들어왔을 때 학생들의 명단이 발견되었다. 정치 성향, 어떤 단체에서 활동하는지, 지도교수는 누구인지 등이 정리된 문건이었다. 학생 사찰의 증거이다. 누가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지 명단화해서 관리한 것이다. 최근에는 징계 협박으로 돌아섰다. 한편 징계는 안 된다는 사회적 연대가 모이니까 부담스러운지 마지막 대타협안을 제시하겠다고 하는데 사실상 반협박이다. 소수의 폭력적인 불순한 학생들과 본부 밖의 합리적이고도 순수한 학생들로 나누어 공지를 띄우고 새내기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뿌리고 있다.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무국장이 사무국 직원을 데리고 본부를 물리적으로 침입했다. 문을 지키던 학생이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폭력적인 상황이 유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했다고 본다.      


-점거 행위가 학칙 위반인가.

=학생들을 학내 2등 시민 취급해왔는데 이를 비판하면 허울뿐인 참관권 정도를 허락한다.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확신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도의적 차원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점거를 하지 않았다면 동등한 대화도 불가능했을 텐데 그저 점거만을 부각해서 비난한다. 점거는 학칙 위반이지만 맥락이 거세되어서는 안 된다. 총장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왜 학생들이 져야 하나. 재입학이 불가능한 출교 조치를 내린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정작 성폭력, 몰카 적발범들은 정학이나 무기정학이 최고다.    

-징계 카드를 내놓으면서 위협하고 있는데 점거를 이어가는 데 위기감이 들지는 않는지.

=어떻게 힘들지 않겠나. 점거를 하는 학생들도 결국은 다 학생이고 사람이다. 가장 투철해 보이는 친구들조차 힘들어할 때가 있다. 다만 징계 때문에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징계가 공표됨으로써 징계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생겼고 힘을 얻었다. 징계조치 때문이라기보다 아무래도 투쟁이 장기화되다 보니 지치는 사람들이 있다.    


-점거 인원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방학 후 새로운 학생들의 유입이 없다. 그러다보니 점거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 주축으로 유지되고 있다. 자취방에는 가끔 샤워하러 간다. 20명 안팎의 학생들이 하루 걸러 집에 가고 대부분은 집에 잘 안 가는 상황이다. 침탈을 막기 위해 24시간 지켜야 한다.     

-점거를 통해 누리고자 하는 효과는.

=우선 행정관을 점거하고 있으니 물리적으로 행정에 어느 정도 지장을 주고 있다. 또 실물적 거점으로서의 효과도 있다. 시흥캠에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모여들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학생 운동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동안 의사결정에서 학생들은 배제되어왔다. 하지만 현재는 우리가 최고 의사결정 기관을 점거하고 있지 않나.    


-점거 동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어떤 이벤트를 통해 극복해왔나.

=집회를 꾸준히 열고 있고 학생회에서 본부를 지켜달라는 제안서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포스터, 자보도 학내에 계속 붙인다. 실제로 방학 전까지 학우들이 꽤 방문했다. 방학이라는 조건상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방학 동안의 목표는 학생들이 돌아올 때까지 점거 농성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운영되나.

=꽤 짜임새 있게 하루 일과를 설계했었다. 초반에는 잘 지켜졌는데 방학 중에는 방문자가 많지 않고 또 넉달가량 장기화되고 있으니 요즘에는 말 그대로 생활을 한다. 자고, 먹고, 알바 가고…. 요즘은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다.     


-어떤 것과 교환하며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가.

=기회비용이라 하면, 우선 건강이 많이 나빠진다. 새벽에 교대하며 본부를 지키려면 생활패턴이 어그러진다. 결정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다들 서서히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본부를 지켜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다. 우리가 고립되지 않았고 지지받고 있다는 것을 꾸준히 확인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대학의 기업화가 최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은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기에 이에 맞서는 것인가.

=성역이 없다는 게 바로 자본주의의 야만성이다. 교육은 다음 세대를, 사회를 재생산한다. 또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다. 또 개인의 기회의 평등을 사회적으로 보장하지 않나. 과연 양적 팽창이 교육의 공공성을 보장할까. 한국에서 대학이 팽창해온 과정을 보자. 등록금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려서 대학 재정을 확보하고 커다란 건물을 지어 수주하는 방식이다. 보장해야 할 주체의 권리는 외면해왔다. 양적 팽창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하지만 자본주의의 이름으로 기회의 평등을 포기할 수는 없다. 또 목적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학생은 소비자가 되고 연구자는 노동자가 된다.  


           

대학의 기업화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    


서울대 W씨

돈과 자본이 끼어드는 순간, 그저 질주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그래도 이거는 아니다’ 싶은 영역을 침범했을 때 우리가 ‘스톱’을 외치는 것뿐이다. 신자유주의에서 성스러울 것으로 기대하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어떤 것들은 끝내 남아주기를 기대하는 소망, 어떤 공간은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 같은 게 있지 않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그곳이 바로 대학일 것이다.  

  

서울대 K씨

우리가 순진해서 시장논리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연일 기막힌 뉴스를 보고 현실을 차마 다 담지 못하는 영화를 접하고 있는데 그런 2017의 대한민국을 사는 젊은이들이 샌님이기를 바라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학교의 셈법을 이해하지만 학생의 주장과 셈법 또한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암암리에 학생들의 이익을 빼내어 그 자신들의 이익에 보태는 것을 눈감아줄 수 없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이익이 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대학 당국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단순히 통장잔고로 확인할 수 있는 이익이 아니다. 잠시 학교에 머물다 가는 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공리를 생각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이익 투쟁이라고 비난할지라도 그 비난은 결코 학생들의 투쟁의 의미를 훼손하지 못한다. 정의나 신념, 윤리적 사명감을 지닌 이들만이 학생시위에 힘을 싣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S씨

기업화를 통해 돈이 생겨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수준이 높아진다는 단순한 알고리즘은 절대 쉽게 작동하지 않는다. 분명히 돈이 생기는 만큼 잃는 게 생긴다. 돈의 대가로 교육과 연구 수준의 퇴보를 지불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기업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무엇을 얻고 잃게 되는지에 대해 학생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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