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송희 사진제공 엔케이컨텐츠
청각장애인 동급생 쇼코(하야미 사오리)를 신기한 마음에 괴롭혔던 소년 쇼야(이리노 마유)는 그 일로 자신도 왕따의 피해자가 된다. 쇼코와 쇼야를 괴롭혔던 아이들은 각자의 상처를 가진 채 성장하고 이들은 6년이 지나서야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다. <목소리의 형태>는 소년과 소녀가 중심이 된 순정 만화지만 러브라인보다는 사람이 사람과 진심으로 이어지고 싶은 마음에 집중한다. 원작은 2015년 ‘이 만화가 대단해’ 1위, 제19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생상을 수상했다.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성우에게 대사를 뭉뚱그려야 하는 청각장애인 역할은 어려운 도전이었다. 쇼코를 연기한 하야미 사오리는 고등학생 때 <도화월탄>(2007)으로 데뷔해 <동쪽의 에덴>(20019),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2010), <바쿠만>(2010),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2013) 등의 작품으로 폭넓은 목소리 연기를 해온 성우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음을 밝혀둔다.)
<목소리의 형태>에서 청각장애인 니시미야 쇼코를 연기했다.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성우에게는 힘든 역할이었을 것 같다.
녹음 들어가기 전에 야마다 나오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실제로 청각장애인들을 찾아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니시미야 쇼코라는 한 사람의 마음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
청각장애인과 직접 만나는 등 사전에 많은 준비를 했다고 들었다. 그 과정을 소개해 달라.
청각장애인이 말하는 방법, 듣는 방법, 소리를 포착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것들을 실제로 이야기로 듣거나 참고 영상을 많이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청각장애인 분들께 직접 들은 사소한 이야기, 예를 들어 그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지금 관심 있어 하는 게 무엇인지, 친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 니시미야 쇼코라는 사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쇼코는 자기 목소리로 진심을 전하려고 하는 소녀다.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
이야기의 후반부에 쇼야와 다리 위에서 만나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전하고 싶은데 전할 수 없는 마음, 그래도 뭔가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것 같았다. 또 쇼코가 나오지 않는 다른 캐릭터의 장면 중에 좋아하는 장면은 쇼야와 유즈루의 대화 장면이다. 극중 쇼야와 유즈루가 빗속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녹음실 안에서 그 장면을 듣는 순간 눈앞에 그 광경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쇼코는 청각장애인이고 왕따 피해자이기도 하다. 감독은 쇼코를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인물의 개성에 불과하고, 쇼코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연기자로서 쇼코를 어떤 아이로 해석했나.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쇼코에게서 ‘사람’을 느꼈다. 쇼코는 결코 성인군자가 아니다. 답답함과 초조함, 포기, 희망, 강한 의지, 사랑 등 여러 면을 가지고 있다. 녹음할 때 감독님과도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전에 캐릭터를 너무 많이 만들지 않고, 영화의 흐름 속에서 태어난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그대로 표현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성우를 꿈꿨다고 들었다. 성우라는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초등학생 때 수많은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보는 사이에 성우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관심이 생겼다.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음악이나 예술과 관계된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성우’라는 꿈이 추가되었다.
<목소리의 형태>에서 상대역 쇼야를 맡은 이리노 미유는 성우 선배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의 호흡은 어땠나.
이리나 미유와는 <목소리의 형태> 이전에도 여러 작품에서 함께했다. 그와 함께 마이크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이야기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느낀다. 이번 영화에서 다시 함께해서 기뻤고, 덕분에 녹음할 때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어릴 적 꿈을 이룬다는 건 굉장한 일 같다. 지금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한다면.
웃음이 넘치는 날도 있고, 눈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날도 있겠지만 우리 같이 힘내서 열심히 해요.
힘들 때 새기는 말이나 일하면서 생긴 좌우명이 있나.
목표라고 할까. 좌우명에 가까운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좋아한다. 성우라는 일이 나에게 천직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그래도 일을 하면서 많은 분들과 인연이 생길 때 행복하다. 또 연기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표현을 만날 때도 행복하고. 앞으로도 두근거림을 느끼며 해나가고 싶다.
<목소리의 형태>를 보게 될 한국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독님과 녹음하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감독님이 처음 말씀하신 키워드가 ‘희망’이었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의 모든 감정이 담긴 서랍을 열 수 있을 것 같은 감각에 사로잡힐지 모른다. 그중에는 마음이 아픈 서랍이나 열고 싶지 않은 서랍이 있겠지만 그래도 영화를 끝까지 본 다음에 관객의 마음에 희망이 남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에는 그런 마음이 담겨 있다. 꼭 시간을 내 차분히 봐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