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내게 주어진 모든 일에 감사함을 느낀다.
'실은, 엄마도 꿈이 있었어' 책을 쓰고 나서 그 책처럼 살게 되었다.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를 쓰고 나서도 마찬가지로 내 바람대로,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내가 계획한 일들 앞에선 (예전 같았으면 감정 상했을 일도) 별로 감정의 동요가 생기지 않는다. 아니, 마음이 쓰이다가도 금세 제 자리를 찾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내 마음이 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너무 계산하려 들지 않고 차라리 더 주어야지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 맞는 옷을 입고 태어난다. 내게 맞지 않는 옷은 나를 옥죄고 불편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올해 수많은 경험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냈고 내가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들이 차고도 넘쳤다.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올해 있었던 일들은 차근히 마무리하고 이제 수영과 원고에 전념해 볼 생각이다. 어제 12월 첫 수영 강습을 갔다. 생전 해본 적 없는 동작들을 설명만 듣고 해보느라 수영장 물을 엄청 마셨다. 처음엔 잘되지 않았는데 끝나는 시간쯤 되니 역시 시작함에 모든 것이 깃들어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한 팔로 평영을 해보고 킥판을 앞으로 길게 잡고 꿀렁꿀렁 접영의 몸짓과 자유형 발차기를 섞어서 하는 일. 손을 앞으로 길고 가지런히 모으고 물속에서 바닥을 보고 출발해 몸을 뒤집어 배영을 해본 일. 한 팔 접영에서 양팔 접영을 시작한 일. 이 모든 동작, 이 모든 일이 50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느낌들.
이번 주는 아직 남은 스케줄이 있어 수영 강습은 한 번만 갈 수 있지만 다음 주부터는 무조건 일주일 2번 강습을 나갈 예정이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다. 시작했으니 또 최선을 다해 수영을 해 볼 참이다. 코로나 전에 수영을 다녔을 때, 강사분이 특급 칭찬을 했었다. 강습과 자유수영 모두 특별한 일 아니고는 빼먹지 않고 다녔었다. 유튜브를 보고 호흡이나 동작을 천천히 따라 하며 자세를 바르게 익히려고 노력했다. 그런 내게 이렇게 물과 친해져야 수영이 는다며 동작이 참 좋다고.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들은 칭찬이었고 그래서인지 접영까지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수영장은 오래 문을 닫았었다. 묵었던 몸을 이끌고 오랜만에 간 수영장에서 느낀 점. 역시 모든 일엔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진도를 빨리 빼는 것보다 정확한 자세로 끝까지 가야 결국 속도가 난다. 엉성한 자세로 힘주며 가다가는 엄청난 물을 먹고 중간에 멈춰야 한다. 힘을 빼고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가야 시간이 흐른 뒤에 더 빠른 속력을 낼 수 있게 된다.
인생. 사는 것도 수영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 호흡으로 기초부터 차근히, 정확한 동작을 익히면서 가야 오래도록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수영은 혼자서 익히는 운동이다.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일. 인생도 결국 내 힘으로 서야 함께 가는 일도 가능해지는 법. 각자의 능력치를 스스로 끌어올려야 함께 했을 때 그 시너지가 배가 되는 법. 그러기 위해선 늘 선택과 집중. 한 번에 하나씩!
#글쓰기 #그림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