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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래 Dec 31. 2023

이성으로 살아내는 일

하루를 내 의지대로 살아낸다는 건 세상을 온통 파란빛으로 물들이며 지내야 한다는 것. 해야할 것과 하지말아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지금 해야 할 일과 이 일이 끝나고 생각해도 될 일 사이에서 끝없이 이성의 줄을 잡고 있게 된다. 살아낸다는 건 그런것이 아닐까. 

맥주 한 모금, 와인 한 잔에도 흐트러질 일상이기에 하고 싶은 것들을 뒤로 미루고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우선 순위에 둔다. 내 나름은 굉장히 엄격한 방식을 스스로에게 대입하며 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파란 그림을 보며 마음을 다 잡고 진홍빛 양귀비 꽃을 보며 쉼을 미루곤한다. 어쩐지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며 숨 쉴 가상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건 현대미술 보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 그려진 그림들이지 않나 싶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는 거다. 수도승이나 곰처럼 되어버린 내 일상에 조금의 소란스러움이 다가와도 그게 굉장히 요란한 느낌이 들곤한다. 조용하게 잔잔한, 다른 이들에겐 심심한 내 일상의 규칙들이 어느덧 편안함을 준다.

며칠 전 제주에 있었는데 그 안에서 나는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시간에 쫒기지 않고 어슬렁 거렸나 생각해 본다. 낮엔 강의를 위한 책을 읽었고 새벽엔 친구 일을 도우러 갔다. 남들 자는 그 새벽에 샹들리에를 만들고 있는데 해본 적 없는 일이라 그런가. 그 시간이 재미있기도 했다. 일과 놀이가 따로라기 보다는 여행하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노는 기분이어서 나는 나대로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아이는 여행중에도 바쁜 엄마 옆에서 그래도 여행이라 좋다며 또 오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 둘 다 좋았다면 된 것 아닐까. 이 겨울이 다 가기전에, 청송에 한 번 다녀왔으면. 글 쓰면서 다녀오면 더 좋을듯 싶다. 그 곳에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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