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기계에 넣을 동전

세 개의 머신 #웨인티보

by 김상래


어린시절 문방구 앞에서 동전을 넣고 뽑던 풍선껌 기계가 보인다. 내게는 마치 인생의 각 마디를 형상화한 단상처럼 다가온다. 2022년, 나는 과거의 이력을 뒤로하고 인생의 ‘2막’을 새로 썼다. 전공과 경력이라는 비옥한 토양은 남겨두되, 과거의 타이틀을 과감히 떼어냈다.


티보가 그린 세 개의 기계는 닮은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알록달록한 사탕들은 저마다 다른 배열과 빛깔로 채워져 있다. 나의 인생 1막과 2막 역시 그러했다. 지난 시간의 경험들은 사라지지 않고 층층이 쌓여 새로운 나를 지탱하는 동력이 되었다. 이제 나는 그 토대 위에 다시 한번 새로운 페이지를 넘겨 ‘인생 3막’을 그리려 한다.


인생의 다음 단계를 연다는 것은 기존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놓인 기계들을 가만히 두고 새로운 기계 앞에 서는 일과 같다. 그 새로운 기계에서 어떤 빛깔의 껌이 나올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오늘’이라는 동전이다. 어제의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집중할 때, 티보의 그림처럼 선명하고 달콤한 미래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 Worstward Ho (1983), Samuel Beckett



웨인티보 (1).JPG

〈세 개의 머신 Three Machines〉(1963)웨인 티보 / Wayne Thiebaud(1920–2021)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약 152.4 × 182.9 cm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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