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방학은 딱 일주일

프리츠 타울로우 '정원에서의 여름날'

by 김상래
KakaoTalk_20260125_200623863.jpg Frits Thaulow, 1847–1906, 노르웨이/Summer Day in the Garden66 × 53 cm/(릴레함메르 미술관, 노르웨이)


한 주간 쉼 없이 달렸다. 수원, 분당, 동탄으로 이어지는 강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다 집에 돌아와 수업 준비를 마치고 나면, 밤 12시. 정신을 차리려 마시는 진한 커피 한 잔이 하루의 버팀목이었다. 아이의 방학 중 나에게 주어진 진짜 방학은 이제 일주일. 이 시간 동안 아이를 챙기고, 동시에 올해 새로 벌일 일들을 구상해야 한다. 프리랜서에게 쉼이란 결국 다음 일을 위한 준비다. 쉰다고 하면서도 머릿속은 늘 풀가동 중이다.


밀린 미술 칼럼과 수업 계획안을 짜야 한다. 일단 머리가 복잡하다. 그럴 땐 모아 놓은 그림을 들춰본다. 프리츠 타울로우의 <Summer Day in the Garden>을 들여다본다. 그림 속 풍경은 한적하다. 나무 그늘 아래, 흰 식탁보를 덮은 테이블에 찻잔과 접시, 은빛 포트, 간단한 다과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회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뒷모습으로만 장면을 지나가고, 시선은 곧 빈 벤치로 옮겨 간다. 푸른 칠이 벗겨진 벤치 위에는 검정 숄이 길게 흘러내리고 접힌 양산이 기대어 있다. 벤치 끝에는 리본 달린 모자가 걸려 있다. 울타리 뒤엔 아이 둘이 머물고, 바닥의 구릿빛 주전자에서 김이 가늘게 올라 정원의 온기를 남긴다.


가족과 함께한 부산 여행은 꿈 같았다. 현실의 우리는 다시 각자의 일과로 분주하다. 그림 속 정원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외부와 격리된 듯 보인다. 울타리 밖의 아이가 꼭 내 모습 같다. 프리랜서는 사실 쉬는 날이 없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대신, 그림 속 식탁보처럼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워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운전대를 잡고 수원에서 분당으로, 다시 동탄으로 향하는 길. 하림의 음악을 틀어 두면 차 안이 작은 숨구멍이 된다. 멜로디를 따라 마음이 느슨해지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흥얼흥얼. 수업중, 아이들의 ‘다름’을 보고 있으면, 그 다름이 시간이 지나면 어떤 빛으로 자라날지 궁금해진다. 폭풍 같던 일주일이 지났다. 마치 없었던 시간처럼 순식간이다. 다행이라는 혼잣말을 뱉는다.


아이도 자기만의 리듬으로 방학을 산다. 아침을 먹고 친구와 헬스장에 갔다가 돌아와 공부를 하고 기타학원으로 간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기타 학원을 다녀온 아이와 마주한다. 서로의 하루를 평행선처럼 달리다가 저녁 무렵 나란히 닿는다. 말없이 안도한다. 오늘을 무사히 보냈고 각자 할 일을 마쳤다. 사건 없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학교 다닐 때 말 수가 줄었던 아이는 방학이 되자 다시 참새처럼 말을 쏟아낸다.


쌓인 일을 처리하려 몸을 움직인다. 그러다 잠시 그림의 한적함에 기댄다. 잘 쉬어야 다시 달릴 수 있음을 안다. 분주한 뇌를 끄고 그림 속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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