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메취
《편지를 쓰는 젊은 여인Young Woman Writing a Letter》
가브리엘 메취 (Gabriël Metsu)
약 1662–1665년경
유채, 판넬 위 (Oil on panel)
약 52.5 x 40.2 cm
National Gallery of Ireland, 더블린 소장
고요한 방, 한 여인이 책상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편지를 쓰고 있다. 왼쪽 위에서 내려온 부드러운 빛이 여인의 얼굴과 종이 위 손등을 선명하게 비추고, 어두운 배경은 여인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연주황빛 상의와 살짝 비치는 흰 소매, 단정하게 묶은 머리와 푸른 귀걸이는 당시 네덜란드 중산층 여성의 세련미를 드러내고 있다. 책상 위 종이와 깃펜, 잉크병은 정갈하고, 글자 하나하나를 아끼듯 써 내려가는 손길에선 조심스러운 마음이 읽힌다. 곁에 놓인 화려한 직물은 공간의 안락함을 더해주고 있다.
여인 뒤로 드리운 짙은 색 캐노피는 내면을 보호하는 장치 같아 보인다. 편지 쓰기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기록임을 보여주니까. 가브리엘 메취는 이렇게 일상의 순간을 빌려 침묵과 집중, 마음의 깊이를 섬세한 빛으로 포착했다. 극적인 사건 없이도 편지 한 장에 담긴 진심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원고를 살피며 하루를 보내니 책 출간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다. 가브리엘 메취의 <편지를 쓰는 젊은 여인> 속 주인공처럼, 글 쓰는 여자는 사라지지 않을 거다. 기록의 힘이 시공간을 넘어 누군가에게 닿을 테니까.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며 올해는 내실을 더 탄탄히 다져야겠다고 다짐한다. 원석을 깎아 보석을 만들듯, 끊임없이 읽고 고치는 인고의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책을 쓰려면 계속 써야 한다"라는 말보다 더 정확한 진리는 없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호르몬제를 일주일째 복용 중이다. 눈이 침침하고 근육이 조금 뭉치는 듯 하지만, 다행히 아침마다 철근처럼 무겁던 몸은 가벼워졌다. 간간이 찾아오는 두통은 원래도 없지 않았으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약을 계속 먹어보려 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마음은 비울 일이, 귀찮은 일이 늘어나는 과정인가 보다. 그러니 몸도 마음도 더 가벼워져야지.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에너지를 아껴 써야지. 내 삶에 불필요한 감정의 소음으로부터 나를 지켜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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