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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래 Jul 23. 2021

엄마들의 독서

에드워드 존멘타 EdouardJohn Mentha


Edouard John Mentha /Maid reading in a library(1858-1915)


책을 읽는다는 것, 독서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주로 어떤 시간에 책을 읽고 있는지.

한적한 시간을 찾아 여유롭게 의자에 앉아 집중하며 책을 읽는 시간은 얼마나 가능할까.

‘에두아르 존 멘타’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 건 나와 비슷한 상황 같아서였다.

아이가 만들거나 좋아해서 주욱~ 책장 앞에 늘어놓고 있는 작은 장난감들과 그림들.


"이건 꼭 여기 있어야 해. 이건 정말 중요한 거야. 엄마, 이거 다른 곳에 두면 안 돼."


라고 말하는 아이 덕분에 청소 거리가 늘어난다. 장난감을 일일이 들어서 먼지를 닦고 혹여 그 뒤에 꽂힌 책이라도 꺼낼라치면 한 번 더 손이 가는 번거로운 상황을 알면서도 엄마는 그저 아이를 위해 책장 앞에, 위에, 아래에 그리고 책상 위에 읽다 만 책들도 마음껏 늘어놓게 하는 일.


책은 보이는 곳에 주기적으로 널브러져 있어야 손이 간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책장 위에 먼지를 닦거나 책을 솎아주며 눈에 들어온 책을 읽어보게 되기도 한다. 궁둥이를 붙이고 글을 읽는 시간보다 이렇게 짬짬이 책을 읽어나가야 하는 순간이 엄마들에겐 더 익숙한 모습이 아닐까.


먼지떨이를 옆구리에 끼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내용인지 읽어보다가 책을 선별해 주는 일. 내가 좋아하는 책인데 읽어도 읽어도 각인되지 않던 글을 다시 찾아 읽는 일. 청소하다 불현듯 찾아낸 오래된 추억의 책. 그곳에 밑줄 그어진 문장들을 보며 그때 상황을 추억하는 일. 집안일을 하며 짬짬이 읽어내는 책이기에 엄마들의 독서시간이 더 값지고 소중한 게 아닐까. 여유 있는 시간에야 얼마든지 마음껏 우아하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으니까.


궁둥이를 붙였다 뗐다 정신없이 읽는 책이지만 어쩌면 작은 시간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제목과는 별개로 마음이 닿았다.


책을 읽는 모습은 바쁜 와중에든 한가로운 와중에든 아름다운 모습임에는 틀림이 없다.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도 같다.

_마르쿠스 T. 키케로





에드워드 존 멘타 Edouard John Mentha(1858 - 1915)는 프랑스, 스위스에서 주로 활동하던 화가예요. 풍경화, 인물화, 장르화로 유명하고 이 화가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하네요. 풍경화가이자 에꼴 데 보자르 교수인 바르텔레미 멘 Barthélemy Menn에게 그림 교육을  받은 후 1908년경에는 니스에서 작업했다고 하는데 알려지지 않아 그런지 이 그림이 더욱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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