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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래 Jul 24. 2021

위로받고 싶은 날

브리튼 리비에르 Briton Riviere 1877

브리튼 리비에르 Briton Riviere 1877년. TATE

이렇게나 무더운 여름날엔 뇌도 함께 녹아버리는 것만 같다. 아이스크림 녹듯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존재감. 그런데 왜?


“괜찮아. 넌 뭐든 할 수 있어. 지금 잘하고 있는 거야. 언제나 든든한 너의 편이 되어줄게. 실패하면 어때?”


그 말이 가장 듣고 싶을 땐, 아니 어쩌면 아무 말 없이 들어만 주어도 힘이 날 수 있는 때에 늘 그렇듯 정확하게 계산을 하라고 일침을 가한다.


“왜 확실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될 거라고만 생각해? 안됐을 땐 어떻게 할 거야? 투자와 투기는 다른 거야.”


오랜만에 불어본 오렌지색 풍선에 커다랗게 바람을 불어넣고는 신이 난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폴짝거리는 내게 비수가 꽂힌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라고.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따뜻한 말 한마디. 토닥토닥. 잘하고 있으니 길이 열릴 거라고 응원해주는 것. 나를 공감해주는 분위기. 그거면 되는 거였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었고 쇼핑몰을 운영해봤고 아이를 키우며 일하고 잠을 쪼개가며 공부하고 투잡에 쓰리잡까지 나름대로 안 해본 거 없이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몇 년간의 공백으로 다시 나가자니 두려움이 산처럼 쌓여 앞길이 막막한 상태. 쉽게 하던 일도 내가 그런 일을 어떻게 했나 싶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지우개가 훑고 간 내 세상에 자존감이라는 게 버텨줄 리가 없지 않은가.


누구의 조언도 그저 조언으로만 들릴 뿐. 나는 여전히 거북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지금 내가 걷는 것이 앞으로 가는 길인지 옆으로 가는 길인지도 잘 모른 채. 빠르게 가는 길도 잘 모르겠고 예전에 걸었던 방법도 하나 기억에 없다. 그저 다시 태어난 아이처럼 하나씩 차근차근. 걸으려 해 보고 한 발씩 떼는 상태. 내 실제는 그런 상태라는 거지.


우산을 씌워주는 것 말고 같이 흠뻑 비를 맞아주는 것. 아무 말 없이 지켜봐 주는 것. 지금은 그거면 좋은걸.



용기란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용기란 아무 힘이 없을 때 계속하는 것이다.

_시어도어 루스벨트






브리튼 리비에르(1840-1920)는 공감을 자아내는 동물 사진으로 빅토리아 시대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던 화가예요. 그중에서도 강아지에게 위로를 받으며 계단에 앉아 있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공감>이 가장 인기를 끌었죠. 그는 역사적 그림이나 초상화도 그렸지만 대중이 가장 공감하며 보았던 그림은 역시 동물이 그려진 그림들이었다고 합니다. 그중 <공감>이라는 이 작품은 동물과의 교감을 가장 잘 나타낸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따뜻하고 가정적인 그림을 그렸던 브리튼 리비에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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