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상래 Sep 13. 2021

내게도 기회가 왔다.

로이 리히텐슈타인/행복한 눈물 Happy Tears

로이 리히텐슈타인 / 행복한 눈물 Happy Tears

내 하루 일과의 시작은 아이가 깨기 전, 모닝 페이지를 적는 일이다. 신랑의 아침 준비로, 아이가 부스스 일어나기 전까지 노트와 한 몸이 된다. 밥 차리고 신랑 보내고 아이가 깨기 전까지 부랴부랴 내 어제와 아침을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간다. 그렇게 모닝 페이지는 나의 아침 루틴 중 어느새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2월부터 100일 글쓰기를 시작했다. 나는 철저히 혼자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 어딘가에 휘둘리는 감정이 아닌 오롯이 혼자 나를 마주하고 싶었다. 7월에 끝난 100일 글쓰기는 모닝 페이지에 이어 내게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단단한 근육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기록이 모이니 출간 기획서를 써보고 싶었다. 계약서라는 곳에 사인도 해보고 출간 과정의 심정을 기록으로 남겨 보고도 싶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으로 강연도 다니며 전업 주부였던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출판사가 2천 군데가 넘는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다. 나는 달랑 스무 곳에 내 에너지를 전파했다. 나와 취향이 비슷하고 내 꿈이 이루어질 곳, 내가 크면서 출판사도 함께 컸으면 하는 그런 곳을 찾았다. 출간 기획서를 보내고는 오전 루틴 중 메일함을 여는 일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로 바뀌었다.


수원문화재단에 지원 활동이나 지원 사업에 신청서를 내며 확인하게 된 메일함은 어느새 내게 선물상자가 되어 버렸다. 오늘은 어떤 소식이 왔을까? 기다리던 소식이 있는데 확인하면 실망하게 될까? 이번에도 선정됐네. 어! 우리 또 된 거야? 이번엔 결과가 오래 걸리네. 우리 안 됐나 보다. 하며 열게 된 메일함엔 행복한 소식이 들어 있었다.


‘저희와는 출간 방향이 맞지 않습니다. 소중한 원고를 출간하지 못하게 된 점 죄송하다’는 메일만 일주일을 받았다. 그래 봐야 몇 군데 안된다. 많이 보내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러는 사이 다른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겼고, 마치 직장 생활하던 그때처럼 아이가 줌 수업을 하는 그 시간 동안, 나도 꼼짝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다른 일들이 겹쳐 정작 내 글을 쓰고자 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충전해 놓은 체력은 다 써가는데 할 일은 자꾸만 늘어, 매일의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출판사에서의 연락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다른 일들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출판사에 샘플 원고를 투고하고 2주

오늘 아침 메일함을 열어보고 이게 무슨 일인가.

정말 같이 해보고 싶은 출판사에서 출간제의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삶을 흐르는 대로 살지 않고 그 틀을 깨려고 하는 내가 너무 멋지다(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오다 웃겼던 대목-나는 흐르는 대로 살아보려고 무던히도 애쓰고 있던 터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메일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혼자 애쓰던 날들이 눈물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변에서 몇 개월 만에 출간제의를 받았다. 책이 출간되었다. 어디에서 사인회를 가졌다. 라디오 방송에 출현했다. 내 글이 어디에 걸렸다 등등 부러운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글을 읽으며 ‘그래, 이렇게 멋지게 써야 책으로 출간이 되는 거야. 나는 이제 고작 100일 글쓰기를 마쳤을 뿐이잖아. 갈 길이 멀다.’ 하며 스스로 위축이 되기도 했다. 다른 일들로 글쓰기에 시간을 할애할 여력도 체력도 없던 요즘. 운동을 시작해야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에서 버틸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 내게, 하늘이 기회를 주셨다. 내 간절함이 하늘에 가 닿았던 모양이다.


출간제의 메일이라니. 인사담당이라 늘 서류를 보는 일과 면접을 담당하는 신랑이 내 글을 읽어보곤 재미있다고 했다. 본인이 출판사 대표라면 출간 제의를 할 것 같다고 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할 것 같다고 했다. 그 얘기에 용기를 얻고 없는 에너지를 쥐어짜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이루고 싶은 꿈을 내 휴대폰 프로필에 적어 놓았던 2021년 초.


♡거인의 어깨 위에 오르게 하라~(도슨트, 내 책, 브런치 작가 까뮤, 강의, 출간 작가, 아뜰리에! 2024)-6♡


2024년까지의 내 목표가 적혀있다. 이룰 때마다 마음속으로 밑줄을 긋고 있었다. 출간 작가까지 왔다. 내년도 목표는 아뜰리에를 갖는 일이다. 그 부분도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게 있어서 열심히 준비해서 실행으로 옮겨볼 생각이다. 그렇다면 2024년까지의 계획 중 –6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부분. 그게 남는다. 그건 정말 힘든 살 빼기다. 요새 바빠지면서 3킬로 정도가 저절로 빠진 듯싶긴 하다. 그렇다면 원고 수정하고 아뜰리에 준비하면 3킬로가 자연 빠지게 될까? 2024년도가 아니라 2022년도엔 내 휴대폰 프로필이 바뀌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새롭게 이루고 싶은 꿈들을 생각해볼 거다. 하나씩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았다. 전업 주부이기에 어딘가에 돈을 내고 글쓰기를 배우지도 못했다. 그저 사람이 되고자 묵묵히 마늘과 쑥을 먹은 곰탱이처럼 내 동굴 속에서 혼자 글쓰기만 했다. 아이를 재우고, 아이가 수업하는 동안, 아이가 학원 가 있는 동안. 어떻게든 내 시간을 편집해서 써야 했다. 메일을 받고 멍한 상태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던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았을까? 글쓰기 근육이 조금 붙었다면 지금부터가 나와 가장 잘 지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어느새 메일함은 선물상자가 되어 있었다. 광고로 도배된 메일 속, 최근 들어 문화재단에 서류를 주고받는 일 외에 다른 시선으로 메일함을 볼 일이 없었다. 그런 내게 요새의 메일함은 내 어린 시절, 아빠가 저녁 무렵 퇴근해, 동생들과 함께 먹으라고 건네주시던 선물상자 같다. 그 상자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 꼭 한 개씩은 들어 있었다. 가슴 두근거리며 메일함을 열게 되는 일. 오늘은 또 어떤 기분 좋은 소식이 들어있을까? 기대하게 되는 일. 내게 메일함은 반짝이는 보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주중엔 똑똑 학교 수업이 있고 도슨트 선생님들과 문화다양성, 시티 플레이어로 모임 약속이 되어 있다. 출판사 대표님과 만나 계약서를 쓰는 일은 이번 주 마지막 금요일로 잡았다. 서두르면 탈이 난다. 하던 일을 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 그런 다음엔 샘플 원고에 나머지 추가 원고를 더 쓰고 다듬고 수정하는 일이 있겠지. 그리고!!!!! 내가 그토록 꿈꾸던 출간 작가가 되는 거다. 내 올해 최대의 목표를 이루는 거다. 생각만 하지 않고 실행에 옮겼더니 내게도 마법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인생 아직 살 날이 더 많다.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또 할 수 있게 될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게 궁금해서 더 열심히 나를 찾아볼 생각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엄마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싶다.


사실, 이 글은 지난주 금요일에 출간 제의 연락을 받고 신이 난 나머지 급하게 써 내려간 글이다. 미리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신랑과 나의 성격이 달라서다. 아직 아무것도 된 게 없는데 미리 주변에 알리고 예상치 않게 틀어지면 어쩌냐는 걱정에서였다. 하. 지. 만, 난 좀 성격이 다르다. 안되면 안 되는대로 나름의 긍정을 찾아 내 호흡을 찾는 편이다.


올해의 내 꿈. 출. 간. 작. 가!!!!!

무조건 되게 할 거니까 출간 기록을 시작한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Roy Lichtenstein, Roy Fox Lichtenstein)
1923~1997 화가, 조각가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 아트를 대표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일반적으로 하류 문화라 여기던 만화적 스타일을 한 단계 예술의 세계로 끌어올린 장본인.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기도 했죠.

앤디 워홀이 마릴린 먼로, 코카콜라 같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자신의 스타일로 변형했다면, 리히텐슈타인은 미키마우스, 도날드덕 같은 만화 캐릭터를 주제로 확대해 그림을 그렸어요.

리히텐슈타인이 그런 캐릭터를 사용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의 아들이 만화책을 읽다가 "내가 확신하건대 아빠는 이렇게 잘 그릴 수 없을 거야"라는 말이 자극이 되었다고 하니, 세기의 예술가가 우연히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색을 점으로 분할해서 찍어내는 인쇄기법, 벤데이닷(Ben-Day dot)으로 살려 표현한 것이 특징이죠 (벤데이는 인쇄업자의 이름이라고 해요.)

그의 그림은 2010년 기준 500억에 달하는 그림도 있다고 하니 아들의 말에 그냥 넘어갔다면 그의 그림은 남아 있지 않았겠죠. 준비된 자에게는 우연도 기회가 되는 게 아닐까 싶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이 사라지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