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배송의 날. 바닥 식사 탈출, 놀이터 첫 방문, 그리고 유모차 전쟁
드디어 이날만 기다려왔다.
가구 배달되는 날!
3일 정도 퀸 사이즈 토퍼 위에서 아이들과 자는 것도
나름 익숙해져서 할 만했다.
하지만 식사 시간마다 바닥에서 먹거나
박스를 식탁 삼아 먹는 건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요즘 나의 가장 큰 소원은 단 하나였다.
“식탁만 제발 빨리 와라.”
아침부터 가구 배달 전화를 기다렸다.
오늘 스케줄은 꽤 빡빡했다.
오전 11시 인터넷 설치
12시 코스트코 배송
1시 IKEA 배송
쇼파와 식탁을 코스트코에서 산 이유는
White Glove 서비스 때문이다.
가구 조립까지 해주고
심지어 박스도 깨끗하게 치워간다.
이민 초기에는 이런 서비스가
정말… 눈물 나게 고맙다.
드디어 식탁이 들어왔다.
식탁 하나 들어왔을 뿐인데
마음이 웅장해졌다.
이제 밥을 식탁에서 먹을 수 있다.
사람이 이렇게 단순한 존재였다니.
식탁 하나로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런데 첫째가 말했다.
“난 바닥에서 먹고 싶은데!”
…응?
며칠 바닥에서 먹더니
이미 바닥파가 된 모양이다.
1시 반쯤 모든 배송이 끝났다.
미리 만들어 둔 카레에 밥을 얹고 치즈까지 올려서 한 끼 뚝딱.
아이들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쇼파 위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그래…
쇼파는 원래 그런 용도지.
오늘은 가구 배송에 올인하겠다고
아무 일정도 잡지 않았었다.
그래서 모든 배송이 끝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너가 가게 될 학교 놀이터 한번 가볼까?”
유모차를 끌고 1km 거리의 놀이터로 나섰다.
오늘은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다.
놀이터로 가는 길이 참 좋았다.
날씨도 따뜻했고
하늘도 예뻤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아, 내가 진짜 해외에 와 있긴 하구나.’
오후 3시 반쯤 놀이터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꽤 많았다.
놀이터가 보이자 첫째가 갑자기 말했다.
“엄마… 나 부끄러워.”
평소 슈퍼 E, 사회성 갑인 첫째가
영어를 못해서 아이들과 놀기 부끄럽다고 했다.
그래서 놀이터 구석 미끄럼틀에서
혼자 조용히 놀았다.
마음이 조금 그랬지만
아이를 억지로 밀어붙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4시쯤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놀이터가
우리 소유가 되었다.
그때부터 첫째는
그네도 타고, 놀이터를 마음껏 누비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저녁 메뉴를 물었다.
“오늘 저녁 뭐 먹고 싶어?”
첫째의 대답.
“핫초코.”
그래서 우리는 또
Save-On-Foods로 향했다.
집 → 놀이터 900m
놀이터 → 마트 1km
이쯤 되니
첫째가 지치기 시작했다. 안쓰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업어주고 싶었지만
둘째가 유모차에 타고 있었다.
그래서 둘째에게 말했다.
“오빠가 지금 많이 힘들다는데 5분만 유모차 양보해줄까?”
둘째의 대답.
“싫어! 나도 힘드여!”
“딱 5분만~ 이따가 젤리 사줄게.”
“싫어! 오빠 나랑 같이 타!”
오빠가 같이 타는 건 괜찮지만
내려서 걷는 건 싫다는 논리였다.
결국…
길 한복판에서
둘째가 한 번 뒤집어졌다.
울고불고 난리.
결국 첫째는 집까지 끝까지 걸어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첫째에게 말했다.
“오늘 많이 고생했어.
다음 주에 차 나오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저녁을 간단히 먹고 따뜻한 핫초코를 만들어줬다.
마시멜로도 듬뿍 넣었다.
한… 10개쯤.
아이들이 컵에 코를 박고
핫초코를 마시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