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이요"라고 답하면, "북한이요, 남한이요?"라는 질문이 꼬리처럼 따라온다. 한국에 있을 땐 설마 진짜 저렇게 물어볼까 싶었는데, 캐나다에 오니 진짜 그렇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북한 사람들도 캐나다에 많이 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는데. 캐나다에서 내가 북한 사람이 될 거라곤. 그땐 미처 몰랐다.
때는 바야흐로 캐나다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영주권을 신청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캐나다 우체국이 총파업 중인 상황이었다.
캐나다 우체국은 국가 소유로 우체국 직원들은 공무원이다. 종종 파업을 하긴 했다. 하지만 우리가 캐나다에 입성했을 때 같은 사상 초유의 사태는 전대미문이었다. 우체국 직원을 다 해고하겠다는 둥 하는 통에 주말인데 국회에 모여 우체국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 파업으로 인해 국제우편 및 EMS도 처리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국내 우편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다른 행정기관에 방문했을 때도 '우체국이 파업 중이라 우편물은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 3일이면 발급된다던 신랑의 면허증 역시 집에 오는 데 까지 거의 한 달이 걸렸다. 그럼 80불을 받질 말던가. 쳇.
그러던 와중에 영주권 카드가 놀랍게도. 8주 만에 우리 집 우체통에 배달되었다. 말도 안 돼! 오래 살고 볼일이다. 캐나다가 이렇게 친절하고 신속할 때가 있다니. '예상보다 참 빠르다' 하며 봉투에서 영주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타난 캐나다 영주권
처음 손에 쥐어 본 영주권 카드를 이리저리 살폈다. 뭐 문제 있겠어 싶었지만. 혹시 잘못된 부분이 없나 살펴보는데. 내 국적이 PRK......... 오 마이 갓. People's Republic of Korea. 북한으로 되어 있었다.
캐나다 이민성 시스템에 들어가서 Korea를 선택하면 맨 위에 북한이, 그다음에 남한이 나오긴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공항에서 랜딩 심사를 하던 아저씨의 입력 실수가 틀림없으렷다! 내가 팀홀튼 커피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도 스타벅스 보단 팀홀튼을 좋아한다며 호쾌하게 통과시켜 주더니. 이런 실수를 하실 줄이야.
졸지에 부부가 동시에 북한주민이 되어 버린 날이었다.
검색해 보니 우리뿐만은 아니고 간혹 이런 경우가 있단다. 에효. 전화 안 받기로 유명한 이민성에 전화를 걸어 겨우겨우 통화를 해보니 다행히 비용 없이 재발급해준다고 했다.
캐나다는 그렇다. 내가 눈을 부릅뜨고 정보를 확인하고, 정보를 찾고, 정확한 질문을 해야 손해가 안 난다. 매의 눈을 기르고 싶다고? 캐나다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