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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노마드 Mar 11. 2024

캐나다 대기업 14년 차에게 묻다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

나는 캐나다에 와선 1년 남짓 사기업을 다녔다. 그렇다 보니 캐나다 공무원과 비교해 사기업 분위기나 취업 노하우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려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엔 나 대신 캐나다 사기업 취업과 이직에 관련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줄 캐나다 대기업 14년 차 K 씨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핵심 역량까지 모조리 다 알려주신 K 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여기에 옮겨 적는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 직장인 K라고 합니다.


우선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직책은 프로세스 체인지 코디네이터 (Process Change Coordinator)이고 현재 회사에서 11년 차입니다. 실제 업무는 프로젝트 매니저 (PM) 업무에 가까워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차세대 그린 비지니스를 위해 리테일 업종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이 프로젝트가 잘 굴러갈 수 있게 만들어진 새로운 부서에서 프로세스도 개선하고, 저희 회사와 계약한 회사의 도급관리도 전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그 회사와의 계약 업무, 업무 방향 감사, 예산 관리 등 담당 프로젝트의 처음과 끝이 제 손을 거쳐가고 있달까요. 하하.


멋지세요. 그럼 어떻게 지금 하시는 업무를 하시게 되셨나요?

전 원래 전공이 HR이거든요. 저도 제가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줄 몰랐네요. 처음엔 캐나다 리테일 대기업에 입사해서 3년을 다녔는데요. 그 당시 직책이 공급망 관리와 (Supply Chain Management) 관련되어 있어서 전문 자격증과정을 따로 공부하게 됐어요. 여기서 현재 업계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그중 어떤 분이 저랑 조별 발표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때 저를 좋게 보시고 본인 부서에 사람을 구하는데 지원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어요. 그 덕분에 지금 회사에 경력직으로 이직하게 됐어요.


우와. 스카우팅이네요?

하하. 근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좀 더 재도 됐었는데... 싶어요. 완전 신입도 아니고 경력직이었으니까요. 포지션에 비해 넘치는 경력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우선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라 무조건 오케이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있네요.


자신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분석능력과 엑셀 스킬이요. 대부분 한국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일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고, 제가 배운 걸 저 혼자 알기보다는 팀에 공유하고 같이 성장하는 걸 즐기는 편이에요.


같이 성장한다라... 사기업에서 그 부분이 강점이 되기도 하나요?

사실 꼭 그렇진 않더라고요. 매니저들이 제 업무성과 중에 인정해 주지 않는 부분이 이 부분 같아요. 팀 내부 및 연관 부서 업무 향상을 위해서 프로세스를 개선해도 그 해 팀 목표에 들어가 있지 않다면 팀 기여도로 인정해주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아무래도 회사 문화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 회사는 그 해 성과를 수치화해서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계속 한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문화가 있거든요. 계속 자신을 챌린지 하고, 한계를 넘어서길 기대하는 문화가 있다고 할까요. 모든 일을 나서서 주도적으로 하는 사람을 선호해요. 프로젝트 하나를 통으로 맡길 수 있는 인재랄까요. 개인의 고속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래도 결국은 제 성격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해요. 저절로 여러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되다 보니 타이틀을 벗어나 다양한 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물론 그 덕분에 번아웃도 왔지만요.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늘 관건인 것 같아요.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이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취업 얘기를 해볼까 해요. 취업할 때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전 이민을 아주 작은 시골동네로 가서 당시에 인종 차별 등을 겪었거든요. 캐나다를 너무 벗어나고 싶어서 일본으로 취직을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사실 일본에서 외국인 전형 공무원 오퍼까지 받았었어요. 그때 마침 후쿠시마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온 가족이 너무 걱정을 해서 포기하게 됐죠. 그러고 나니까 졸업생 취업시즌이 다 지나버려서 진짜 막막했어요.


제 전공 관련 포지션 포함해서 여러 곳을 지원했는데 그러면서 진짜 느낀 ... '캐나다는 정말 인맥 사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턴십 경력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일한 거랑 캐나다 내에 일본계 회사에서 일한 거라 캐나다 밖이나 캐나다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에서 쌓은 경력을 경력으로  안쳐준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진짜 힘드셨겠어요. 그럼 첫 회사는 어떻게 들어가신 거예요?

놀랍게도, 콜드콜링으로 취직했어요. 제가 처음 들어갔던 회사 매니저한테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는데, 마침 사람을 뽑으려고 했었거든요. 그렇게 첫 직장에 취직하게 됐어요. 사실 부모님을 도와서 했던 일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어요. 사람일은 참 모를 일이죠?


그 후 이직을 하려고 할 때는 제가 가고 싶은 회사랑 지원하고 싶은 포지션을 정리하고 백 군데 넘게 지원했어요. 그걸 문서로 만들어 지원했는지 여부, 결과 같은 걸 전부 문서에 업데이트했어요. 셀프 트랙킹이죠.


이력서 쓰실 때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제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제일 먼저 적어요. 리더십이 드러나는 동사를 골라서 쓰려고 노력하고요. 저 만의 노하우랄까요.


면접 볼 때 나만의 팁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전 회사 내부에서도 계속 이동을 해야 해서 저희 회사 스타일에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면접 볼 땐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임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설명할 때도 수치화된 정보로 얘기하고요. 내정자가 있는 경우도 많아서, 미리미리 매니저들하고 안면을 트고 네트워킹을 하는 게 참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야 그 팀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명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요. 끝이 없네요 이놈의 네트워킹.


공무원 대비 사기업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회사와 파트너 쉽을 가진 곳에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요. 공기업보다는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변화를 좋아하시면 이것도 장점이죠. 회사에 여러 사업 분야가 있어서,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자료를 무료로 상세히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캐나다에서 첫 직장을 잡으려는 분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거 영업 기밀인데!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리더십"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매니저도 아닌데 무슨 리더십이냐고요? 스스로 작은 프로젝트라도 이끌  있는 자신감, 실력, 능력을 말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같아요. 제 경험상 캐나다 직장은 자기 주도적인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혼자서 여러 가지를 알아서 해야 하고 자기 어필도 해야 하고. 정글 같은 곳이거든요.

 

한국처럼 공채나 정규 채용으로만 회사에 입사할  있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저처럼 콜드콜링이나 네트워킹으로 취직하는 경우도 많다는   아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캐나다에 인맥이 없는 경우는, 무조건 부딪혀야 얻게 되는  같아요. 성격이 내향적인 I이신 분들도 잠깐 외향적인 E 되어야 하는 곳이 이곳 취업시장인  같아요.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요?

다른 사람한테  이력서  달라고 하시고, 인터뷰 연습도 미리 많이 많이 하시길 추천합니다. 성공하시길 바랄게요!



공무원 조직에서도 리더십은 중요한 자질이지만 경쟁이 약한 분위기이다 보니 이끌어 가는 리더십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돕는 리더십. 즉, 협동, 협력, 조화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인 반면 캐나다 대기업은 강한 리더십이 중요한 자질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 차이점이었다.


채용 투명성을 강조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콜드콜링으로 공무원이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사기업에서는 콜드콜링으로 취직할 가능성이 있다니. 이 부분도 취업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직은 때론 자존감을 깎아 먹는 독사과 같을 때가 많다. 내가 만들어 온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니 해외에서 하는 구직은 오죽할까. 이번 책에서 여러 번 강조했듯, 해외 취업은 1승을 거두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풀어놓았던 내 실수와 경험, 간접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여러분의 1승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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