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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노마드 Mar 08. 2024

공무원 월급이 사기업 보다 높은 나라

국가 공무원 시험이 없는 여기서 세 마리 토끼를 잡자

한국 vs. 캐나다

공무원 (員). 한국에서 공무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철밥통. 단단해서 깨질 염려가 없는 밥통. 안정적. 해고 염려가 적은 직업. 심지어는 퇴사율이 낮아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직장. 월급은 적고. 노후는 길게 보장받는 직업.


그래서 지금 한국에선 공무원이 선호직업인가?


브런치에서 공무원에 관련된 글을 쓰신 작가분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알게 된 것이 있다. 위와 같은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갑작스레 변하고 있다기 보단,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난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 같은 질문이 화두가 되는 사회가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한국 공시생 수는 2021년과 비교해서 30-40% 정도 줄었으며, 공무원 경쟁률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5년 차 미만 공무원의 이직 희망 사유는 ‘낮은 연봉’이 1위로 뽑혔다고 한다 (2022년 공직생활실태조사).


그런데 캐나다는 다르다. 캐나다에선 여전히 공무원이 선호 직업 중 하나다. 캐나다에서 매년 발표되는 캐나다 100대 기업 (Canada's Top 100 Employers) 순위에 주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 공무원으로 구성된 집단이 빠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제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높은 연봉

캐나다는 평균적으로 사기업보다 공무원 연봉이 높다. 놀랍게도. 물론 예외적인 직업들이 있다. 일부 IT, 회계를 포함한 일부 재무 분야, 트레이드 쪽 등은 공공기관과 사기업 연봉이 판이하게 갈리는 분야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무직은 공무원 연봉이 높은 편이다.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2023년에 발행한 자료를 참고하면, 공무원이 사기업보다 약 8.5% 정도 연봉이 높다고 한다. 정부에 있는 노조/비노조 직원들에 대한 차이를 계산에 반영해도 약 5.5% 정도 공무원 연봉이 높다.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은퇴도 더 빨리하고, 연금 가입 비율도 압도적으로 높다.


캐나다 내에서도 공무원 연봉이 사기업 보다 낮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공무원 사회 내에서도, 밖에서도 존재한다. 물론 한국에서 만큼 차이가 난다고들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위의 연구 결과를 봐도 그렇고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그렇고, 사무직의 경우 공무원 연봉은 결코 사기업 보다 낮지 않다. 사기업과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은 두 군데인데 매니저급 연봉과 성과급이다.


공무원도 매니저급으로 갈수록 연봉이 올라가긴 한다. 일반 공무원은 노조에 가입되어 있어서 매년 아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연봉이 상승하는 반면,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매니저급은 정부에서 급여동결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8년 동안 급여를 동결한 경우도 있었다) 대게 상대적으로 사기업보다 연봉이 낮은 편이다. 시니어급 직원들과 연봉차이가 거의 없을 때도 있다.


또한 성과급이 대게 0원인 공무원과 성과급을 주는 사기업과의 차이도 존재한다. 다만, 일부 사기업을 제외하고는 한국 대기업 같은 높은 성과급을 기대하긴 어렵다.


괜찮은 사내 복지

직원 복지제도 또한 공무원이 사기업보다는 대게 잘되어 있는 편이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예를 들어, 출산 휴가를 가는 동안 연봉을 100%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라던가, 매달 월급을 일부 따로 모아서 1년 동안 유급 휴가를 갈 수 있는 제도라던가, 보장율이 높은 보험이라던가, 다치거나 장기 요양을 필요로 할 때 지원금 제도가 뛰어나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노조가 보호해 주는 직업 안정성

보통 매니저 포지션들을 제외하고 공무원은 입사와 동시에 노조에 자동으로 가입된다. 100% 잘리지 않는 철밥통은 아니지만 캐나다 공무원도 노조와 사측의 계약서 (Collective Agreement) 덕분에 고용 안정성이 뛰어난 편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부처가 개편되면 간혹 부서 전체가 없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무조건 정리해고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죽을 때까지 나오는 연금

캐나다 공무원 연금은 수혜자가 죽을 때까지 지급하는 연금이다. 연금 금액도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인플레이션도 반영된다. 수혜자가 사망해도 배우자는 본인 사망 시까지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물론 연금액은 조금 줄어든다.


연금 제도 자체를 들어주지 않는 사기업도 많은데, 대부분의 공무원 조직은 연금을 보장하기 때문에 캐나다에서도 이 점을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여긴다.


다양한 경험

순환보직 제도는 없지만, 내부에서 이동이 비교적 용이하다. 다만 내부 인사이동을 위해선 외부에서 지원하는 것과 똑같이 이력서, 면접/시험을 거쳐서 선발된다. 그래도 내부에서만 인력을 뽑는 내부채용공고가 많은 편이고, 노조 때문에 내부 인력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원하기만 한다면 넓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년마다 한 번씩 팀을 옮기는 사람도 있고, 입사 후 20년 동안 한 팀에 있는 사람도 있는 조직이 바로 캐나다 공무원 조직이다.


경쟁이 없는 절대평가

성과급이 없기 때문에 팀사람들과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해야 하는 일은 없다. 물론 본인의 승진을 위해선 고과를 높게 받는 게 좋고, 고과가 높으면 연봉 인상률이 남들보다 1~2% 정도 더 올라갈 수 있다. 그래봤자 자기 페이밴드 끝에 도달하면 이것도 끝이다. 물론 이 마저도 없는 공무원 조직도 있다 (그냥 무조건 기간이 되면 정해진 연봉이 올라가는 형식).


내가 생각하는 절대평가의 장점은 팀워크다. 특히 같은 포지션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조직일 경우 절대평가가 빛을 발한다. 저 사람과 내가 성과 때문에 은연중에 신경전을 벌일 일이 없다. 그렇다 보니 서로 도와주려는 좋은 팀 문화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교육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원래도 남 도와주고, 남이 성장하는 걸 보면서 가슴 뛰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조직이라 절대평가는 팀의 시너지를 올려준다. 물론 이 시너지를 위해 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비금전적 보상을 해줘야 한다.  


이민자에게 관대한 직장

연봉, 연금에 이어서 내가 캐나다 공무원의 삼대장이라고 생각하는 특징은 바로! 공무원 조직에서 이민자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선호'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긴 하지만 사기업에 비해 공무원 조직에 이민자들이 많다. 공무원 조직에서도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이민자들의 경력과 실력을 우대한다.


이미 입사해 있는 선배 이민자들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민자를 뽑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다양성을 권장하는 것이 모토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무엇보다 채용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스킬 평가를 통한 실력 검증이 채용 방식의 핵심이기 때문에 자격 요건이 맞고 실력만 있다면 사기업보다 공기업으로 입사하기가 수월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일할 수 있는 비자만 있다면 (안보관련 조직같이 특정 부처나 기관 자체에서 제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공무원에 지원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캐나다에선 공무원이 선호직업이다. 물론 모든 직업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게 연봉도 나쁘지 않고, 고용 안정성도 좋은데, 죽을 때까지 연금도 주다 보니 캐내디언들도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 우선 포지션에 상관없이 입사부터 해서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게 로컬 캐내디언들 사이에서 국룰일 정도다.


그렇다 보니 넘치는 자격요건을 가진 사람들이 (over-qualified) 지원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워라밸이 좋은 편이지만 팀이나 보직에 따라 워라밸이 아예 없는 경우가 있긴 하다. 몇몇 단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군대식 문화도 그중 하나이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들이 공무원에 도전했으면 한다. 공무원 국가시험이 없는 캐나다에서. 직장 중 하나로 공무원을 꼭 고려했으면 좋겠다.


이번 편에선 공무원의 장점을 한껏 살펴 봤으니, 이제 캐나다 대기업의 장점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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