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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노마드 Mar 14. 2024

캐나다 취업.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일할 수 있는 비자"

"채용 공고"

"직무 스킬"


이 책을 열심히 읽은 분들은 아마 위와 같은 답을 내지 않으셨을까?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위와 같은 대답을 해 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다 맞는 대답이지만, 해외 취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따로 있다. 

현실적으로는 취업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돈. 이상적으로는 자신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

앞서 밝혔듯, 캐나다 취업은 인맥과 경력이 당락을 좌지우지하는 곳이다. 문제는 어떤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것과, 어떻게 경력을 인정하게 만드냐는 것. 인맥 취업이 공채를 거의 없애다시피 한 문화권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살아남는 법? 버티는 힘이다. 


제대로 버티려면 우선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거기에 취업까지. 이력서를 쓰는 것도 엄청난 노동인데 좋은 소식이 없거나 아예 소식조차 없는 날이 길어지면 마음이 피폐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생활비 걱정까지 해야 한다면... 말해 뭐 할까. 생각보다 상황은 몇 배로 끔찍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돈이 필요하다. 파트타임을 하면서 돈을 모으던, 퇴직금을 쓰던. 캐나다에서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과 자금이 필요하다. 


캐나다의 시급은 적진 않지만 그만큼 나가는 돈이 많다. 세상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모욕이든, 어떤 힘든 일이든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로 인해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생채기가 생기는 사람도 있다. 멘털이 강하고 약한 것이 좋고 나쁘다는 소리다 아니다. 특정 상황, 말, 행동 등에 자신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제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게 제대로 잘 버텨내기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상황을 이겨내는 자신만의 방법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나면, 어느 도시에서 어떤 일을 할지 정하기가 좀 더 쉬워진다.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정보를 직접 찾는 것도 중요하다. 각 도시의 경제상황이나 취업시장 분위기는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일할 것인가?

전통적으로는 토론토가 가장 큰 도시인만큼 일자리도 많다. 밴쿠버는 날씨도 좋고 아시아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캘거리는 오일 & 가스의 도시답게 정부에 돈이 많아서 주세도 따로 없고 평균 연봉도 굉장히 높지만 대게 토론토와 밴쿠버에 비해서 일자리 수는 훨씬 적다. 하지만 늘 이렇지는 않다.


토론토와 밴쿠버는 집값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렌트비가 높다. 문제는 팬데믹 동안 급성장했던 주택 시장이 현재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 경기가 둔해지면 취업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러 공공기관에서 신입 채용이 줄어들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2023년 12월 기준 캐나다 대도시 연봉 및 렌트 비 평균 자료


석유 값이 미친 듯이 떨어졌을 때 캘거리의 주택시장과 취업시장은 말 그대로 폭격을 맞은 것 같은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팬데믹 동안 토론토나 밴쿠버에 비해 집 값이 주춤했던 캘거리. 팬데믹 동안 두 도시의 급격한 집 값 상승으로 거꾸로 수혜를 본 도시 중 하나가 캘거리다. 


집 값이 두 도시의 절반 수준이면서 대도시 인프라에 근접한 경제도시이다 보니, 팬데믹 이후 캘거리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구가 몰리자 집 값이 상승했고, 더 많은 집을 짓기 위해 건축 경기가 활발해지면서 인력을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늘어나면서 식당도 같이 늘어났다. 


2024년 1월 기준 캐나다 평균 집값 자료 (https://wowa.ca/reports/canada-housing-market)


하지만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자, 취업시장에 가용 인력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캐나다 평균 실업률 수치보다 캘거리의 실업률 수치가 지속적으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캘거리 시청 자료. 2024년 2월 기준, 캐나다 실업률은 5.8%, 캘거리는 6.3%이다.


다른 주에서 시급을 올릴 때 앨버타주는 시급을 올리지 않아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시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다.

캐나다 주 별 최저시급 - Retail Council of Canada 제공


이 모든 자료는 또 언제, 어떻게 변동될지 모른다. 자신이 가고 싶은 업계 현황도 모두 다를 것이다. 따라서 늘 정보를 찾고, 최신 데이터를 손에 쥐고 취업 및 정착할 지역을 결정해야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때로는 모든 것을 던져버린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여기서라도 어떻게든 뭐라도 이뤄야 한다는 강박감에 자신을 몰아붙이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보는데 참 안타깝다.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나는 뭐니 뭐니 해도 자신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벗어난 이유가 거기서 나를 괴롭히는 문제가 있어서였다면, 캐나다에 왔다고 해서 그 문제가 모두 해결되진 않는다. 문화적인 차이점이 생각지도 못한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도 있지만, 한국과 달라서 생기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거다. 큰 도시에서의 문제점. 작은 시골에서의 문제점. 내가 나인 채로 남아 있는 한, 내가 사람인 한. 부딪혀야 하는 문제는 늘 비슷하다. 해외에 나와서야 그걸 깨닫게 된다는 게 해외 살이의 장점이려나. 내가 사는 곳이 어디인가 보다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이 자기 자신을 진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거기서 출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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