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A가 잘하지 않나? A한테 부탁해보자."
"이 프로젝트엔 A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지금 시간 되는 거 같으면 잠깐 와달라고 할까?"
"아...이거 어떻게 하더라. A한테 물어봐야 겠다."
여기저기서 찾는 A씨. 누굴까? 캐나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장인, A씨 임이 틀림없다. 왜냐고?
외국에 나오면 애국을 하게 된다. 직장에 한국인이 많지 않거나, 본인이 유일한 한국인이다 보니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욕망이 넘치게 된다. '내가 잘못하면 한국인 전체를 욕 먹일 것 같고. 내가 잘해야 한국 사람을 더 많이 뽑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사람들은 일머리가 좋은 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왠만한 캐내디언 보다는 대게 일을 잘한다고 본다. 그런데 거기에 먼저 나서서 다른 일까지 도맡아 하면 어떻게 될까?
잘되면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고, 잘못되면 호구가 된다. 아주 미묘하게. 호구와 일잘러의 경계에 서기 쉽상이다. 그러다 보니 캐나다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장인들이 같이 만나면 깊게 공감하는 포인트가 있다. "내가 너무 일을 도맡아 하나?"
나는 한국사람들이 일잘러가 되었으면 좋겠다. 호구말고.
호구 리트머스 테스트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나도 모르게 호구가 된 것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호구 리트머스 테스트를 해보자. 산과 염기를 구분하듯 당신의 '호구 정도'를 측정해 줄 것이다.
혹시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거나 아래와 같은 상황을 맞닥들이고 있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적으로 답해보자.
1. 사람들이 시도때도 없이 나를 찾는다.
2. 원래 내 업무도 아닌데 나한테 다른 일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다.
3. 일을 도와주다보니 어느새 내가 다른 사람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4. 하루종일 정신이 없다. 여기저기에 끌려 다니느라.
5. 특별한 이유도 없이 '죄송하다 (Sorry)'는 말이 입에 붙어있다.
6. 자꾸 나를 증명하려고 한다.
7. 다른 사람들에게 "못하겠어요. 지금은 시간이 안돼요."라고 말하지 못하거나, 말하기 힘들다.
8. 내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한다. 불만사항을 말하기가 힘들다.
9. 프로젝트 막판에 사람들이 나를 찾는다. 혹은 망했을 때.
10. 매니저도 아닌데 하루 종일 남들 미팅에 불려 다닌다. 내가 꼭 있어야 한다나?
위의 열 가지가 모두 호구이자 예스맨의 특성이다. 사람들은 당신이 모든 일에 "예스"를 하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거절하기 어려워 하는 당신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뭘 해도 평타이상 치거나 뛰어난 당신에 대한 파악이 끝난것이다.
물론 남을 도와주려는 마음,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마음. 너무 좋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캐나다 직장인들도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여러분의 착한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당신은 금새.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듯. 그렇게 팀의 호구가 되고 만다.
일잘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을 잘하려면, 일을 잘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호구가 되면 다른 사람의 일을 하느라 내 일을 할 시간이 없어진다. 나는 분명히 일을 잘해서 남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곤 했던것 같은데... 점점 내 능력을 내 프로젝트에 발휘할 시간은 줄어들고 남의 일에 이름 한 줄 언급 되는 것으로 끝나는 직장 생활로 이어지게 된다. 나는 하루 종일 바빴던 것 같은데, 매니저랑 1:1 미팅을 하면 내 프로젝트에 대해선 할말이 점점 줄어든다.
일머리는 있는 것 같은데, 자꾸 말리는 기분이 든다고? 호구와 일잘러의 경계에 서있는 당신. 그런 당신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첫째, "해야할 일 목록 (To-do list)"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일 목록 (To-don't list)"이 필요하다.
둘째, "노 (No)"라고 말할 수 있는 담대한 마음이 필요하다.
셋째, 일잘러가 되려면 "헬퍼"가 아니라 "멘토"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팀원의 일을 무조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넷째,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일잘러 노하우
우선 처음 세 가지는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아마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네번째 항목을 위해 필요한 노하우 중 하나는 내가 알려줄 수 있다.
한국회사 경력보다 캐나다 회사 경력이 길어진 지금. 깨달은 게 있다. 캐나다사람들은 의외로 잘 못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대게 잘하는 스킬이 있다는 것. 게다가 잘 먹히기 까지 하는 스킬이 있다는 것. 바로 디자인 스킬이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라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프레젠테이션, 인터렉티브한 교육자료, 한 눈에 쏙 들어오는 보고서 디자인.
나처럼 공공기관에서 일하거나 은행 등 보안이 심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게 ChatGPT같은 신문물을 아직은 쓰기 어렵다.
ChatGPT까지 가지 않아도 남들보다 빠르고 멋지게 일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빠르기만 하면 안된다. 제대로 된 디자인이기까지 해야 한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특히 나처럼 인사 교육쪽에 종사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래픽 스킬은 여러분의 별 다섯 개 차별화 포인트다. 캐나다 직장에서 여러분들을 돋보이게 만들 스킬임을 자신한다.
이제부터 3개월 동안 나를 따라, 쉽고 빠르게 디자인 할 수 있는 실전 스킬을 배워보자. 렛츠고!